Cover Story

복제약 활성화 하려면 - 제약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 

 

홍석근 파이낸셜뉴스 기자
우리만 하는 복제약 규제 풀어야 … 미국·유럽·일본은 복제약 지원 정책 강화



복제약은 국내 제약산업의 성장 동력이었다. 오리지널보다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과 맞서왔다. 특히 국내 제약사의 복제약 개발은 개량신약·혁신신약 개발의 근간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종근당이 개발한 20번째 국산 신약도 복제약 개발 노하우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우리나라에서 복제약은 찬밥 신세가 됐다. 국내 제약사가 복제약보다 신약을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해서다. 지난해 4월 시행된 약가 일괄인하 정책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건강보험 재정 절감에 큰 역할을 하는 복제약 개발을 오히려 제한했다. 이는 영국·일본 등 제약 선진국들이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위해 복제약 개발과 처방을 독려하는 것과 상반된 조치다.

정부는 2000년대 초반 계단형 약가제도를 통해 국내 제약사의 복제약 개발을 독려했다.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의 퍼스트 제네릭(최초 복제약)이 개발되면 오리지널보다 10~20% 저렴한 약값을 책정해 가격 경쟁력을 갖도록 했다. 이후 개발된 복제약에 대해서는 더 낮은 약가를 줘 국내 제약사들이 퍼스트 제네릭을 개발하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했다.

비용 대비 효과에 따라 순차적으로 약값을 인하하기 위해 2007년 1월 시행된 선별등재제도 복제약의 가격 경쟁력을 감안한 정책이다. 선별등재제도에서는 퍼스트 제네릭이 출시되면 특허 만료 의약품은 약값이 20% 인하되고 5번째 복제약까지는 오리지널의 68%, 6번째 이후 복제약은 90%까지 약가를 차감했다.

예를 들어 신약 값이 100원이라고 치자. 특허 만료 후 이 신약은 80원, 퍼스트 제네릭부터 5번째 복제약까지는 68원, 그 이후 복제약은 61원의 가격을 책정했다. 이 약가제도는 오리지널을 포함해 복제약 가격을 전체적으로 내려 제약업계의 큰 반발을 샀다. 또한 퍼스트 제네릭에는 복제약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를 줘 국내 제약사들이 퍼스트 제네릭을 개발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지속적으로 적발된 불법 리베이트 사례 탓에 국내 제약사의 복제약 개발 열기가 식었다. 정부는 국내 제약사들이 개발 비용이 저렴한 복제역을 개발하면서 리베이트 영업을 통해 매출 증대에 나선다고 판단해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지난해 4월 실시된 약가일괄인하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과 복제약의 약가를 53.5% 일괄인하토록 했다.

이 제도에서는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과 복제약의 약가가 같아진다. 약가를 경쟁력으로 삼아 영업한 국내 제약사의 강력한 무기가 사라진 것이다. 오리지널과 복제약 가격 차이기 거의 없다면 의사가 복제약을 처방할 이유가 없다. 사실상 신약을 가진 제약사만이 살아남는 환경을 조성한 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4월 약가일괄인하로 국내 제약사의 제네릭 개발 메리트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2015년 발효 ‘허가 - 특허연계제도’에 무방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도 국내 제약 산업에 악재로 작용했다. 3년 유예 결정으로 2015년 발효되는 ‘허가-특허연계 제도’는 복제약의 시장 진입을 지연시키고 허가 관련 특허 소송 증가 등으로 복제약 개발사에 부담을 준다. 미국의 경우 허가-특허 연계 때 자동 유예기간을 30개월로 뒀다.

오리지널 제조사가 유리한 조항이지만 대신 180일 독점이라고 불리는 조항을 만들어 복제약 개발사가 보상받을 수 있는 여지를 뒀다. 오리지널 개발사를 보호하면서 복제약 개발사에게도 특허를 극복할 경우 일정 기간동안 시장독점권을 부여하는 인센티브를 마련한 것이다.

제약업계에서는 허가-특허연계 및 자료독점권 등 지적재산권 강화로 복제약의 시장 진입이 늦어져 향후 5년간 연 평균 432억원에서 858억원의 기대매출 손실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복제약 개발사에게 부여되는 독점기간에 대해 논의만 진행 중일 뿐 이렇다 할 대비책을 내놓지 못했다.

국내 복제약 개발이 주춤한 가운데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은 제네릭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영국은 일반의사에게 개인별 총액 예산을 부여하고 복제약 처방률을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의사들이 복제약을 처방토록 권장하기 위해서다.

또한 의과대학에서부터 성분명 처방을 강조하며 2010년부터는 의사가 특별히 대체 불가를 표시하지 않은 한 약효가 동등한 복제약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약사에게도 오리지널이 아닌 복제약으로 대체 조제할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해 약국의 복제약 사용을 부추겼다.

신약 개발 지원과 함께 복제약 육성 시급

일본은 복제약의 인식 개선을 위해 명칭을 후발의약품으로 재정의하는 장기 장려정책을 펴고 있다. 국립병원 복제약 사용 촉진 추진(2002년), 처방전 양식 변경(2006년), 복제약 안심 사용 촉진 액션 프로그램 시행(2007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노력 덕에 2002년 12.2%였던 복제약 점유율이 지난해 30%로 확대했다. 또한 독일·프랑스·스웨덴 등도 약국에서의 대체 조제를 촉진시켜 복제약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한국산 복제약은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는 만큼 이를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 걸음마 단계를 막 지난 한국산 신약보다 한국산 복제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먼저 성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많다. 신약연구·개발(R&D) 과정에서 복제약에 대한 지원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복제약의 처방 활성화를 위한 노력 또한 필요하다. 우선 복제약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이다. 그동안 복제약은 원약을 따라 만든 ‘짝퉁약’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최근 한국제약협회가 복제약의 새로운 명칭 공모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와 함께 의사들의 복제약 처방을 늘리기 위해 제품에 대한 신뢰 회복도 필수조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제약사들의 복제약 품질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영국·일본 등처럼 성분명 처방을 도입하거나 약국에서의 대체 조제를 촉진하는 것도 복제약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실 복제약 활성화를 위한 최적의 제도는 성분명 처방이지만 의사들의 반대로 정부에서도 쉽게 도입을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약국에서의 대체 조제 활성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분명 처방 환자의 상태를 살핀 의사가 상품명이 아닌 성분명으로 처방을 하는 방식. 환자가 가져온 처방전을 받은 약사는 성분에 적합한 약을 상품명이 아니라 성분명에 맞춰 제공한다.

1202호 (2013.09.02)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