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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Ⅰ - 친환경이 한국 농업의 미래 

박성직 서울 강동농협 조합장 

수도권 친환경 농업 선구자 … 서울시 조례 만들어 초등학교에 친환경 농산물 보급

▎서울 강동구 상일동 친환경체험교육장에서 박성직 조합장이 친환경 농산물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낱알이 제법 굵지요.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벼입니다. 아, 이거 보세요. 메뚜기 보이시죠. 요즘 메뚜기가 사는 논 찾기 힘들어요. 농약을 쓰지 않아도 벼 농사를 잘 지을 수 있습니다. 그걸 직접 체험하고 배우는 장소입니다.” 밀집모자를 쓴 박성직 서울 강동농협 조합장과 함께 서울 상일동 친환경농업체험교육장을 걸었다. 그는 1만3200㎡(약 4000평) 크기의 교육장 곳곳에서 자라는 농작물 사이를 걸으며 “한국 농업의 미래는 친환경에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친환경농업체험교육장은 그가 5년 간 지역 주민과 씨름 끝에 시작한 교육 시설이다. 농민은 물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올바른 먹거리 생산과정과 친환경 농산물의 중요성을 파종부터 수확까지 몸소 체험하며 배우는 실습 위주의 교육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 강동농협과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논밭·정원·연못 등을 조성하고 모내기, 벼 수확, 친환경 채소 재배, 친환경 병해충 방제, 식물 관찰, 농기구 체험 학습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개장 이후 각계각층의 격려를 받았고 지난해 방문자도 5000명에 달한다.

그는 이공계 대학을 나온 연구원 출신이다. 국방과학연구소에 몸담기도 했다. 그가 친환경 농업으로 노선을 바꾼 건 2000년 대 초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나라가 한창 시끄러울 때였다. 국방과학연구소가 없어지며 고향인 서울 강동구로 돌아왔다. 그는 강동에서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집안의 후손이다. 강동지역은 서울이지만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여전히 농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많다.

“어떤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농협에 적을 두게 됐습니다. 와보니 할 일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한·미 FTA로 농민 사이에서 위기감이 커진 시기였습니다.”

그는 같은 재배면적에서 더 많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친환경 농업에 눈을 돌렸다. 잠실 수정보 위쪽 상수원 보호구역의 농민과 함께 무농약 농사를 시작했다. 동시에 시와 구청에 농업 지원금을 요청했다. 정부도 관심을 보였다. 농산물 개방을 앞두고 농민을 위한 지원 대책을 찾던 중 농민들이 스스로 대안을 만든 것이다.


친환경 농민을 위한 지원금 500만원이 2005년부터 지급된 배경이다. 지원금 덕에 강동구는 서울을 대표하는 친환경 농업 단지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활동을 인정받아 강동농협 조합장에 오른 그는 친환경 농산물 유통과 판매 방법을 찾았다.

한·미 FTA 앞두고 농민 살길 모색

그는 서울시에 특별 조례를 신청했다.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 급식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친환경 농가가 힘을 얻었다. 학생들에게도 건강에 유익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조례는 2007년 9월 서울시 의회를 통과했다. “제가 만든 법안이 점하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 통과했습니다. 이명박·오세훈 시장을 거쳐 지금 박원순 시장 임기 동안에도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판로가 생기자 친환경 농산물 재배 농가도 자연스럽게 늘어났습니다.”

박 조합장은 강동농협이 수도권 친환경 농업의 선구자라고 강조했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경기도 의회는 그가 주도해 만든 서울시 조례를 참고해서 친환경 농산물을 급식으로 사용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경기도에서도 친환경 농산물이 학교 급식에 사용되는 배경이다. “서울시 전체 초등학교 급식에 친환경 농산물이 들어갑니다. 경기도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도 시행 중이지요. 강동농협이 발상지입니다. 어린 학생들과 농민에 도움됐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는 친환경 농업 발전을 위해 몇 가지 필요한 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먼저 표준 식단이 필요하다. 누가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는지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농민도 필요한 농산물을 체계적으로 생산하는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납품 방법도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 학교 급식용 농산물은 입찰제로 결정한다. 농민 사이에 불필요한 경쟁이 붙어 제도적인 생산 육성과 친환경 농산물 발전에 저해 요인이 된다. 이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친환경 농산물 조례는 그의 생활에도 변화를 미쳤다. 조례 통과 이후 친환경전국협의회에서 감사패를 들고 찾아왔다. 수년간 노력해도 못한 일을 해결했다며 찾아온 관계자들은 그에게 협의회 임원을 제안했다. 친환경전국협의회는 전국 174개 농협이 모인 단체다. 임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던 그는 2010 협의회장에 올라 조직을 이끌고 있다. 박 조합장은 앞으로 국민인식 변화를 위해 더 많을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서울시 25개 구청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에 먹거리 강좌가 들어가야 합니다. 먹거리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분명히 알려주는 것이 음식 문화 발전의 기본이자 도시 농업 성공의 기반이라고 봅니다. 강좌를 통해 파프리카 먹을 때, 홍당무 먹을 때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자세히 보여줘야 합니다. 현미를 먹을 때 다이어트와 당뇨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알면 주부 저녁 식단이 달라질 겁니다.”

1205호 (201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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