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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맥(맥도널드)’ 아성에 ‘빅킹(버거킹)’ 도전장 

美 햄버거 맞수의 ‘빅’ 매치 

박성균 중앙일보 워싱턴지사 기자
최대 업체 맥도널드에 버거킹 비슷한 메뉴로 선전포고



버거킹이 맥도널드의 ‘빅맥(Big Mac)’과 유사한 ‘빅킹(Big King)’ 햄버거를 11월 5일 내놓고 ‘빅’ 매치를 선언했다. 버거킹이 주력 제품으로 선보인 ‘빅킹’은 이름과 모양, 내용물에서도 경쟁사인 맥도널드의 간판 햄버거인 ‘빅맥’과 비슷하다. 이 때문에 빅킹은 나오자마자 미국의 주요 언론과 파워 블로거사이에서 ‘카피캣(모방 범죄자를 뜻하는 말)’과 ‘클론(복제품)’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USA투데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은 ‘빅킹’의 맛마저도 ‘빅맥’과 매우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술 더 떠 ‘버거킹이 맥도널드를 베낀 것 같다’고 평했다. 버거킹으로서는 자존심 상하긴 하지만 이런 논쟁 덕에 언론과 소비자의 주목을 받으며 노이즈(Noise)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1997년의 한정판을 정식 메뉴로 내놔

엄밀히 말하자면 ‘빅킹’은 새 메뉴가 아니다. 버거킹은 1997년 일부 매장에서 한정판 형식으로 이 메뉴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빅킹’을 정식 메뉴로 승격시키면서 미 전역의 매장에서 대규모 판촉활동과 함께 주력 상품으로 밀고 나섰다. 가격도 개당 3.68달러로 빅맥 평균 가격(4.56달러)보다 낮게 책정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유도하고 있다.

햄버거에 들어가는 내용물도 6년 전보다 풍성해졌다. 햄버거용 빵(번)이 두 장에서 세 장으로 한 개 더 늘어났다. 번이 세 개가 되자 자연스럽게 그 사이에 들어가는 쇠고기 패티(다져진 고기)도 두 개가 됐다. 문제는 햄버거 시장에는 패티와 중간에 들어가는 ‘미들 번’ 등 세 장의 번으로 만든 제품이 이미 나와있다는 점이다.

맥도널드는 ‘햄버거는 두 장의 번으로 만든다’는 것이 상식이던 1967년 당시 획기적으로 세 장의 번으로 만든 ‘빅맥’을 출시해 식도락가들을 놀라게 했다. 미 피츠버그에서 첫 선을 보인 이 메뉴가 펜실베이니아 일대에서 인기를 끌자 맥도널드는 이듬해 ‘빅맥’ 메뉴를 전국 매장으로 확대했다.

1940년 5월 15일 캘리포니아주 샌버너디노에서 개장하고 1955년 일리노이주 디플레인스에 회사를 차린 이후 전국적인 성장을 하던 맥도널드가 햄버거 회사로 확실하게 자리잡는 데 ‘빅맥’이 큰 역할을 했다. 이후 ‘빅맥’은 음식 메뉴를 초월해 맥도널드의 상징이 됐다. 다른 햄버거 회사들도 이 같은 독창성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며 세 장짜리 햄버거를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한때 맥도널드와 함께 햄버거 시장의 양대 산맥이던 버거킹이 이 같은 불문율을 파격적으로 깨버렸다. 2007년 이후 맥도널드와 비교해 매출과 매장 수 격차가 더욱 벌어지자 버거킹이 다급해진 때문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미국 햄버거 시장 점유율에서 맥도널드는 49.6%인 반면 버거킹은 12.2%로 하락했다. 버거킹은 그 전까지 만년 3위 업체였던 웬디스(12.3%)에게 2위 자리도 내줬다.

2007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시작된 경기침체로 버거킹은 맥도널드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버거킹의 주요 소비층이 10~30대 남성인데 반해 맥도널드의 주요 소비층은 연령대와 남녀 구분 없이 고르게 퍼져있는 특성이 있다. 16~24세 연령층의 절반 가량이 취직을 못하는 등 10~30대 남성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면서 버거킹의 매출도 떨어졌다. 이에 반해 특정 연령대에 쏠리지 않았던 맥도널드는 청년층의 실업난이란 악재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전문가들은 2010년 브라질 사모펀드 3G캐피털에 인수된 후 버거킹이 맥도널드 모방 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몇달 동안 버거킹은 맥도널드와 비슷하게 샐러드와 프라페, 과일 스무디 등의 신제품을 내놓았다. 1954년 12월 4일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제임스 맥라모어와 데이비드 에드거턴이 ‘인스타 버거킹(Insta Burger King)’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버거킹은 햄버거에 주력하는 전략을 펴왔다. 맥도널드가 경기침체 이후 맥카페를 출시하며 커피와 음료를 아침식사 메뉴에 추가했을 때도 버거킹은 햄버거 메뉴 고수 방침을 유지했다.

“경쟁제품 모방도 마케팅 전략”

맥도널드는 버거킹의 자사 모방 전략에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리사 맥콤 대변인은 “맥도널드는 우리의 비즈니스와 고객에게 집중하고 있다”며 버거킹의 이름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7년 빅맥 출시 40주년을 맞아 펜실베이니아주에 빅맥 박물관을 설립한 맥도널드로서는 버거킹의 ‘빅맥’ 따라 하기 공세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맥도널드는 40년 간 거래한 케첩회사인 하인즈와 계약을 끊었다. 버거킹을 인수한 3G캐피털이 6월에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와 함께 이 회사를 사들인 때문이다. 3G캐피털이 최근 버거킹의 최고경영자(CEO) 버나도 히스에게 하인즈의 경영을 맡기자 아예 거래관계를 단절한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버거킹의 모방 전략을 부도덕한 것으로 몰아세울 수는 없다고 본다. 패스트푸드 시장의 특성상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음식메뉴 스타일을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따라 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맥도널드의 대표 메뉴인 빅맥도 콘셉트 면에서 버거킹이 1957년 개발해 빅 히트를 친 ‘와퍼’를 모방했다고 볼 수 있다. 버거킹은 당시 시중에 나와있는 햄버거 가운데 가장 크고 야채와 고기 등 내용물이 풍성한 ‘와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맥도널드는 버거킹의 ‘와퍼’에 대응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다가 아예 번을 한 개 더 추가한 백맥을 만들었다.

버거킹의 ‘크고 풍성한 햄버거’ 콘셉트 전략을 채용한 빅맥은 출시 1년 만에 50억개가 팔리는 대기록을 수립했다. 요식업계 전문가들은 “프랜차이즈 전략과 광고홍보도 중요하지만 음식이라는 특성상 소비자들의 입맛을 끌어당기는 업체가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215호 (201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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