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CEO 에세이 - 당신은 왜 M&A에 나섰는가? 

 

김경덕 델코리아 대표



우리나라 청춘 남녀의 ‘결혼의 조건’을 엿볼 수 있는 자료가 나왔다. 한 결혼정보 회사가 최근 3년 간 초혼 부부 3000쌍을 상대로 조사한 혼인통계 분석자료에 따르면 결혼한 남성의 평균 나이는 35세, 4년제 대졸에 평균 연봉 3500만원이었다. 여성의 평균 나이는 32세, 4년제 대졸에 평균 연봉 3400만원이었다.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를 배우자의 자격 요건을 나이·학력·연봉으로만 정할 수 있을까?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는 평생의 행복을 좌우하는 일이다.

배우자가 될 사람의 가치관, 신뢰도, 집안 분위기 등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조건이다. 배우자가 지닌 비전과 목표를 살펴 먼 여행을 같이 떠날 수 있는 동반자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결혼과 비교할 수 있는 기업의 인수·합병(M&A)도 마찬가지다. 기업이 M&A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우량 업체와의 ‘결혼’을 통해 규모를 키우는 것만은 아니다. 앞으로의 성장을 바라보고 비전을 이룰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기존 시장 확대, 새로운 시장으로의 진출, 기술 공유,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구축 등 다양한 목적이 있지만 궁극의 목표는 힘을 모아 더 큰 가치를 얻는 것이다.

시민운동가이자 저명한 강사인 사이먼 사이넥의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Start with WHY)』를 보면 저자는 지금까지 우리의 관심 밖에 있던 ‘왜’에 주목한다. 개인과 조직의 다양한 성공 사례를 통해 ‘왜’라는 질문이 근본적이고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왜’라는 질문의 답은 자신이 그 일을 하는 이유·목적·신념·근거 등을 말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결혼에 비유할 수 있는 M&A에서 가치를 물어보는 질문 ‘왜’는 더 중요하다.

한국의 경우 규모가 큰 M&A가 눈길을 끈다. 그런데 인수 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이 과도한 비용을 이기지 못하고 유동성 위기에 빠지거나 후유증을 겪는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사례도 흔하다. 시너지 효과보다는 규모를 키우기에 급급한 때문이다. 이 저주에 걸리면 모기업이 흔들리면서 그룹 전체가 공중 분해되기도 한다.

M&A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기업의 M&A를 성장 측면에서 바라본다. 작지만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들은 네트워크와 자본을 가진 기업에 인수되는 것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긴다.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IT 시장에서 공격적인 M&A를 펼치고 있는 한 외국계 회사는 자신에게 없는 제품이나 있어도 보완해줄 수 있는, 또 새로운 시장 진출 차원에서 M&A를 했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물리적인 M&A 뿐만 아니라 조직 간 융합도 고려해 M&A 대상 기업을 100만 달러 이하로 제한했다. 또 M&A는 궁극적으로 고객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들어 적대적인 M&A는 하지 않았다.

1222호 (2014.01.2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