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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TV 너마저···국내외 동반 부진 

흔들리는 TV 시장 

신기술 부재, 스마트기기 부상, 경기침체로 고전 … 초고화질 TV로 반전 기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월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4’에 LG전자는 77인치 곡면 초고화질(UHD) TV(왼쪽)를, 삼성전자는 OLED 스마트홈 시스템을 선보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월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4’에 LG전자는 77인치 곡면 초고화질(UHD) TV(왼쪽)를, 삼성전자는 OLED 스마트홈 시스템을 선보였다.



신제품은 쏟아지는데 수요는 갈수록 줄어든다. 10년 만에 판매가 줄어든 국내 TV 시장 얘기다. 해외 시장 사정도 비슷하다.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제품이 나오지만 화질 빼곤 기존 제품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일상에서 스마트폰·태블릿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반전의 기회는 있다. 2014년은 스포츠의 해다. TV 수요가 늘어나는 겨울올림픽·월드컵·아시안게임이 잇따라 열린다. TV 시장이 기사회생할 수 있을까? TV 시장의 기회와 위기, 역사를 짚어봤다.

“TV를 없애고 처음 한 달은 어색하고 답답했는데 금방 적응이 됐어요. 꼭 보고 싶은 드라마는 PC로 다운로드 받아보고, 스포츠 중계는 스마트폰으로 봅니다.” 직장인 정영식(34·서울 마포구)씨는 지난해 4월 이사를 하면서 TV를 없애고 거실 벽을 책장으로 꾸몄다. TV를 보느라 취침 시간이 늦어지고 부부간 대화가 사라지는 것을 막자는 생각에서다.

자취를 하는 대학생 양성순(25)씨의 원룸에도 TV는 없다. 낡은 브라운관 TV가 있었는데 고장이 나자 아예 TV를 없애버렸다. 최근 판매하는 TV 제품이 고가인데다 케이블 수신료까지 더하면 비용 부담이 커서 TV를 없애기로 했다. 양씨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있어 TV가 없어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TV=필수품’ 인식 사라져

TV 시장도 부진에 빠졌다. 201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세계 TV 출하량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TV 출하량은 2억2670만대로 2012년 대비 5% 감소했다. 이 기관이 지난해 7월 예상한 2%보다 감소폭이 더 커졌다. 2000년대 이후 CRT(브라운관 TV)에서 평판 TV로 교체 수요가 발생하면서 해마다 늘어난 TV 출하량이 2년 연속 감소세다.

국내 TV 시 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TV 출하량은 250만대로 전년 대비 30%나 감소했 다. 국내 TV 시장이 뒷걸 음질 친 건 10년 만에 처음이다. 2012년 부진했던 TV 시장이 지난해를 기점으로 다소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서 TV 시장이 한계에 봉착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IHS는 TV 시장 부진의 이유로 ‘글로벌 경기침체와 평판 TV 시장의 포화, 신흥국의 TV 수요 감소’를 꼽았다. 2000년대 이전을 대표하는 TV는 뒤가 볼록한 형태의 브라운관 TV였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 LCD와 PDP 같은 평판 TV가 등장했다. 예전에 비해 TV의 크기가 작고 화질의 차이가 커 평판 TV로 교체하려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더 이상의 수요가 늘지 않고 있다. 계에서는 6~7년 안 브라운관 TV에서 평판 TV로 교체가 거의 끝났다고 본다. LCD를 기반으로 하는 크기가 크고 화질 좋은 TV가 등장했지만 CRT에서 평판 TV로 넘어갈 때만큼 교체 이유가 많지 않다는 주장이다.

신기술 TV에 대한 반응은 미지근하다. 스마트TV와 3차원(D) TV는 한 때 시장을 주도할 미래 기술로 주목을 받았지만 생각보다 성장세가 더디다. TV 교체 시기가 돼서 최신 제품인 스마트 TV나 3D TV로 교체할 뿐, 새로운 기술을 경험하기 위해 이 TV를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황병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소프트웨어대학원 대우교수는 “삼성전자·LG전자·구글 등 스마트TV를 강조하던 기업이 지금은 스마트TV를 잘 언급하지 않는다”며 “스마트TV를 구매해도 실제로 콘텐트를 활용하는 고객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시장조사업체 NPD의 자료를 인용해 “스마트 TV를 구매한 소비자 가운데 실제 웹서핑을 경험한 이들은 1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 때 인기를 끌었던 3D TV 역시 기술 부족으로 어지러움이나 매스꺼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고, 즐길 수 있는 콘텐트 부족으로 성장이 정체됐다.

TV 업계에서 희망으로 지목했던 신흥국 TV 시장도 신통치 않다. 지난해 초 평판 TV 시장이 25%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인도는 생각보다 더디게 시장이 크고 있다. 경기침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남미 국가는 TV 수요가 오히려 감소세다. 세계에서 가장 주목 받았고 가파르게 성장한 중국 TV 시장은 지난해 5월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종료되면서 기세가 한풀 꺾였다. 그나마도 저가 제품을 쏟아내는 중국 업체들이 내수 점유율을 높여간다.

최근 TV 시장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이다. 이들 기기가 기존 TV의 영역을 침범해 역할을 대신했다. 아예 TV 없이 생활하는 ‘제로 TV 가구’가늘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한국의 제로 TV 가구는 전체의 4.4%다. 이 보고서는 1인가구, 20대, 도시거주자들에서 제로 TV 가구 비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했다.

김민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ICT 통계센터장은 “인구통계학적으로 볼 때 1인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고, 현재 TV를 보유하지 않은 20대들이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더라도 기존의 생활 패턴(TV 없이 PC나 태블릿, 스마트폰으로 대체)을 유지할 확률이 높아 제로 TV 가구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짝수해 효과 존재하나?

올해는 TV 시장에서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소치 겨울올림픽, 브라질 월드컵을 기대하는 낙관론과 TV 시장포화와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비관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2014년 TV 판매량은 2억3245만대로 전년 대비 2.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경제연구원 역시 최근 발표한 ‘2014년 경제·산업 보고서’에서 월드컵과 겨울올림픽 영향으로 스마트 TV를 포함한 프리미엄 TV 제품의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했다.

월드컵과 겨울올림픽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있다. 새롭게 출시되는 TV가 기존 평판 TV에 비해 화질이 조금 더 좋을 뿐 특별하지 않아 판매가 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전병기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베이징 올림픽이 열린 2008년과 남아공 월드컵이 열린 2010년 TV 판매량이 늘었지만 이는 평판 TV 시장이 크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짝수 해 효과는 TV 공급자의 기대심리일 뿐이고 실제 제품 판매는 경제상황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시장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올해는 풀HD T V보다 화질이 4배 더 좋은 UHD(초고화질) TV 경쟁이 치열할 전망 이다. 이른바 4K TV 전쟁이다. UHD는 LCD 기반의 TV로 지난해 이슈가 됐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장기적으로는 전력 효율과 화질이 좋은 OLED TV가 시장을 이끌겠지만 아직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다는 전망이 많다.

최근 들어 예상외로 빠르게 UHD TV 대중화 시대가 열릴 조짐이 보인다. 가파르게 떨어지는 가격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특정 기술의 TV가 대중화 되기 위해서는 인치(inch) 당 10만원 미만으로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고 본다. PDP TV는 2005년, LCD TV는 2012년 인치 당 10만원의 벽이 깨지며 본격적인 대중화에 돌입했다.

현재 UHD TV는 최초 가격의 60% 수준으로 떨어졌고, 갈수록 더 떨어지는 추세다. 인치 당 약 12만원 대의 가격이다. TV 판매가 부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떨어진 가격이지만 신기술 TV의 보급과 확산에는 긍정적 흐름이다.

현재 TV 제조업체는 UHD TV 가격을 예의주시하며 전략 짜기에 바쁘다. 삼성전자는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14에서 105인치 곡면형 UHD TV를 선보였다. 일본에서는 소니와 도시바가 4K 기술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파나소닉과 샤프도 본격적으로 4K TV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마쳐 경쟁에 가세한다.

문제는 삼성전자나 일본 기업 5분의1 가격에 4K TV를 공급하는 중국 업체들이다. 중국 내수시장부터 판매를 늘리며 세를 불리고 있다. LG전자는 CES 2014에서 77인치 곡면 OLED TV를 선보여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TV 판매량감소와 국제 스츠 행사라는 거대 흐름에서 벌이는 TV 업체간 머리 싸움이 치열하다.

제로 TV 가구 TV 수상기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전통적인 방송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가구.

1224호 (201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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