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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2월 임시국회 ‘법안 통과 0건’ 가능성 

국회 ‘경제활성화 vs 경제민주화’ 대결 2라운드 

서비스산업발전법·경제민주화기본법 두고 첨예한 대립, 지방선거 앞두고 선거전 이미 시작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월 3일 열린 322회 국회(임시회) 개회식에서 의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는 상반기 중 경제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한국 경제가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선진국 경기회복 속도는 예상만 못하고, 큰 문제 없을 거라던 신흥국은 연초부터 위기의 진원지가 됐다. 어려울 땐 적과도 손을 잡는다는데 우리 국회의 모습은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2월 임시국회 개원과 함께 경제활성화·경제민주화 법안을 놓고 여야가 2라운드 대결을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서비스산업발전법을 통과 0순위에 올렸고, 민주당은 경제민주화기본법 제정에 나섰다. 선거를 앞둔 터라 주도권 잡기에 나선 양당이 사안마다 혈투를 예고하고 있다. 7월 시행을 앞둔 기초연금법과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등 장애물이 많아 처리는 쉽지 않아 보인다. 법안별 쟁점과 여야의 입장, 해법을 정리했다.


한국초등학교 2학년 경제반 김활성군과 이민주양은 앙숙이다. 1학년 때 반장과 부반장을 맡았던 두 사람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마다 서로 자기 말이 옳다고 우겼다. 담임선생님도 말리지 못할 정도였다. 반 내에서도 편이 갈렸다. 몇몇 착한 친구들의 성화에 지난 연말 잠깐 화해를 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앙금이 남았다. 조만간(6월) 학급 간부를 뽑는 선거가 열리는데 두 사람은 서로 자신의 친구를 당선시키려고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뛰는 중이다.

지난해 여야는 연말에 몰아서 일을 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의혹, 북방한계선(NLL) 대화록 논란 등을 놓고 1년 내내 싸운 탓이다. 정부가 경제활성화에 꼭 필요하다며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던 법안들은 국회의 덫에 걸려있었고, 경제민주화는 공약에 비해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7월부터 12월 중순까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0건. 그러던 중 연말에 지주 회사 관련 규제를 푸는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는 주택법 개정안 등이 통과된 게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활성이와 민주의 다툼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한 달을 쉬고 여야가 다시 전장에 섰다. 2월 3일 임시국회 개원과 함께다. 새누리당은 해를 넘긴 나머지 경제활성화 법안들을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에 주력할 방침이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2월 3일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경제민주화 법안이 올해 속속 시행될 예정”이라며 “경제활성화 법안도 조속히 처리해 이제 막 불씨가 되살아나는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는 우리 경제의 양 날개와 같아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면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지만 무게중심은 아무래도 활성화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구체화하고 실행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새누리당이 통과를 추진 중인 법안은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제정안(이하 서비스산업법), 관광진흥법 개정안, 크루즈산업 육성 지원법 제정안 등이다. 서비스산업법은 서비스산업 전반에 걸쳐 규제를 완화하고, 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정당공천체 폐지, 기초연금법 통과 산 넘어 산

박근혜정부가 내수 확대에 적극 나서기로 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5년마다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계획을 세우고, 연구개발과투자를 확대하자는 내용이다.

서비스산업 분야 전문인력 양성에 필요한 교육기관과 전문연구센터를 지정하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의료나 교육 분야에서 ‘민영화 도미노’를 불러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관광진흥법은 초·중·고교 인근에 호텔 등 관광숙박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유흥 시설이나 사행성 시설이 없는 경우에 한해 학교 주변 정화구역에도 호텔을 지어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취지다.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이들을 받아들일 객실은 여전히 부족하다. 일본 도쿄의 호텔 객실 수는 11만실, 우리나라 수도권은 4만실 정도다.

엔저 효과로 최대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을 일본에 빼앗기는 상황에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논리다. 2만t급 이상의 크루즈선에 외국인 대상의 선상카지노를 도입하는 크루즈산업 육성지원법 제정안과 현재 모든 주택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분양가 상한제를 공공택지나 투기 과열 지역에서만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주택법 개정안도 여당이 힘을 싣고 있다.

민주당은 방향 자체가 다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2월 5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연초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경제민주화’라는 단어가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며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선거 당시 핵심 공약으로 잘 활용해놓고 1년이 지나 외면한다는 비판이다. 이런 맥락에서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 통과에 주력할 계획을 세웠다.

김 대표가 1월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민주화 추진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데 이어 15일에는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경제민주화 기본법을 대표 발의했다.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2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민주화가 이번 지방선거의 핵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힘을 실었다.

경제민주화 기본법이 가장 큰 논란거리다. 추미애 의원을 비롯해 104명의 야당의원이 동의했다. 사실상 당론으로 밀어붙이는 분위기다. 3년마다 경제민주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국무총리 소속으로 경제민주화위원회를 운영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노동·금융·조세·교육·주거·기업 등 분야별 경제민주화 정책과 제도, 법률 등에 대해 매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전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법”이라며 “경제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인데 오히려 ‘옥상옥’ 규제를 더 쌓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사랑재에서 2월 6일 열린 기초연금 여야정 협의체 첫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기초연금 도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민주당 “박 대통령 경제민주화 벌써 잊었나?”

민주당은 그 밖에 가맹사업자 본사와 대리점간 불공정 관행을 해소하기 위한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일명 ‘남양유업 방지법’)도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입장이다. 화물운수 노동자에게 적정운임을 보장하는 운수사업법 개정안, 변종 기업형 수퍼마켓(SSM)을 방지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도 민주당의 임시국회 우선 처리 법안 리스트에 올라 있다.

우선순위도 문제지만 사안마다 양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려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민생 법안이 많은 만큼 6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홍보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쉽사리 양보할 수 없는 처지란 뜻이다.

국회 주변에선 벌써 2월 임시국회에서 단 1건의 법안도 통과시키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양당의 중점 법안들을 모두 통과시키는 빅딜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일단 경제를 비껴간 이슈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내내 ‘국정원’을 놓고 싸우느라 일을 못했던 것과 비슷하다.

대정부질문에서 여야는 정당공천제 유지와 폐지로 갈려 공방을 펼쳤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당공천제 폐지는 위헌 소지가 있고, 실익도 크지 않다고 주장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대선 공약이었음을 강조하며 이행을 압박했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당시 박근혜 후보가 정당공천제 폐지를 약속했고, 지난해 3월과 7월 각각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과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도 같은 얘기를 했다”며 “원칙과 소신 없이 조변석개로 입장을 바꾸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치겠느냐”고 따졌다.

이와 달리 심재철 새누리당 최고의원은 “같은 지방자치단체 선거인데 광역자치는 공천을 허용하고, 기초선거만 금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오픈프라이머리를 비롯한 상향식 공천제 도입을 주장하고, 민주당은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어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다.

북한인권법에 대한 여야의 기싸움도 팽팽하다. 민주당이 북한인권법 제정에 대한 태도를 바꾸면서 법안 통과가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세부적으로는 견해 차가 있다. 새누리당은 인권에 초점을 맞춰 탈북자들을 돕는 대북민간단체 지원을 강조하지만 민주당은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초연금법 제정안의 통과 여부도 관심사다. 현재 기초연금관련 예산은 배정됐지만 근거 법령이 없어 시행이 불투명하다. 여당은 국민연금과 연계해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매월 기초연금 10만~20만원을 차등 지급하는 정부안을 지지하고 있지만 야당은 국민연금 연계방식과 차등 지급 둘 다 반대하는 입장이다.

여야는 근거법령 마련을 위해 여야정협의체를 구성하고 2월 6일 활동에 들어갔다. 협의체에 참여한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2월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7월부터 기초연금을 지급하려면 4개월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 만큼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관련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민의 노후생활이라는 것은 현재의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노후생활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면서 “국민연금과 연계돼 차별을 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세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이견은 여전하다.

타이밍 놓치면 정책 효과 반감

물론 민주당이 계속 반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지급이 늦춰질 경우 돌아올 부담이 너무 커서다. 하지만 통과되더라도 2월 내내 기초연금에 발목을 잡히면 경제·민생 관련 법안들은 또 다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경제활성화 법안이 제때 통과되지 못하면 재계의 한숨은 더 커질 전망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법안은 타이밍이 중요한데 매번 이런 식이면 기업이 어떻게 믿고 투자를 하겠느냐”며 “기도하는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4월 1일 정부가 주택시장 정상화 방안을 내놓으며 꺼냈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및 단기보유 중과 완화 방안은 관련법(소득세법)이 12월 말에야 국회 문턱을 넘어섰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발표 당시 시장은 큰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법안이 국회에 묶이면서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8월 28일 내놓은 부동산 취득세 영구 인하 카드도 지방세법 개정안이 12월 뒤늦게 통과되면서 효과가 반감됐다.

임시국회 회기 절반인 2월 14일 현재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6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상반기 중엔 이번이 거의 마지막 기회다. 2월을 그냥 넘기면 3월부터는 여든 야든 본격적인 총선 모드에 들어간다. 4월에도 임시국회가 열리지만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 국회는 사실상 개점휴업에 들어간다. 남은 보름이 중요한 이유다.

1225호 (201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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