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Home>이코노미스트>Special Report

Special Report - “서비스산업 육성” vs “의료·교육 민영화 의도” 

국회 통과 기다리는 경제활성화 법안 

정부·여당 핵심정책으로 추진 … 크루즈법,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도 야당과 대립

▎바하마 국적 크루즈선인 ‘MV Voyager호’가 1월 29일 부산 국제크루즈터미널에 입항해 승객들이 관광에 나서고 있다.



“내수를 활성화해 내수와 수출이 균형 있는 경제를 만들겠습니다. 내수 활성화에서 서비스산업 육성은 가장 중요합니다. 서비스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투자의 가장 큰 장벽인 규제를 풀어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이하 서비스산업법)은 박 대통령의 이런 구상을 뒷받침하는 법안이다. 의료·교육·관광 등 서비스 분야의 규제 완화가 핵심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서비스산업법이 통과돼야 서비스산업 전반에 걸쳐 선진화 정책을 좀 더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서비스산업 비중이 57.5%에 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70%)에 크게 뒤처지는 점을 고려할 때 서비스산업 경쟁력을 키울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생각이 다르다.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분야를 서비스산업으로 규정한 것은 의료와 교육 등을 서비스산업으로 규정해 민영화하겠다는 의도라고 본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나성린 의원은 “수출 중심 경제를 벗어나 내수로 눈을 돌리자는 건 야당이나 좌파경제학자도 항상 하는 주장”이라며 “서비스산업을 제대로 육성할 토대를 닦자는데 왜 반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종범 새누리당 의원 역시 “의료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법인 허용, 제한적 원격진료 허용, 보완적 민간의료보험 도입 등을 추진하자는 취지”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은 현재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 내에 호텔을 짓지 못하도록 한 학교보건법의 특례 규정을 신설하자는 내용이다. 유흥시설이나 사행행위장이 없는 호텔은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해서 공급 부족이 심각한 숙박시설을 늘리자는 취지다.

국회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서울에서만 연 3655개의 객실 수 증가효과가 기대된다. 2012년 말 기준으로 수도권 지역 부족 객실(7385실)의 절반 정도는 해결할 수 있다. 재계는 개정안이 처리될 경우 2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가 이뤄지고 4만7000명의 가량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학교 주변 호텔 허용하면 연 2조원 신규 투자

크루즈법은 크루즈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만큼 투자를 확대하고 규제를 풀어 관광객을 유치하자는 게 골자다. 초대형 크루즈선이 한국에 정박해 외국인 관광객들이 돈을 풀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정부는 7만t급 크루즈 한 척이 정박하면 경제효과가 약 15억원에 달하고, 10만t급 크루즈는 약 1000명 정도 고용 효과가 있다고 추산한다. 이에 따라 보조금을 줘 외국 크루즈선의 정박 비중을 높이고, 인프라 구축,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해 우리 크루즈선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쟁점은 2만t급 이상 크루즈선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새누리당은 외국 크루즈선에는 카지노가 있는데 우리 크루즈선에만 없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카지노가 있어야 ‘큰 손’인 중국인 관광객 유치가 더 수월해진다는 설명이다. 해양수산부는 법안이 통과되면 현재 80만명 수준인 외국인 크루즈 관광객이 2015년까지 100만명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강원랜드를 10개 더 만들자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어 통과가 쉽지 않다.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도 시장의 기대가 큰 법안 중 하나다. 지난해 말 ‘취득세 영구인하’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이 통과되면서 매매는 주춤하고 전세가격만 오르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조금씩 수습되는 분위기다.

아직 하나가 남았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의 ‘마지막 남은 대못’으로 불리는 분양가 상한제다. 분양가 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업체의 적정 이윤을 보탠 분양가를 산정한 뒤 그 가격 이하로만 분양하도록 정한 제도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1989년 공공주택에 한해 분양원가 연동제라는 이름으로 처음 실시됐다. 1997년 외환위기로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지자 1999년 분양가격 자율화가 실시됐고 집값이 크게 오른 2007년 현재의 분양가 상한제가 다시 도입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자 정부와 여당이 꾸준히 폐지를 시도했지만 야당의 반대에 번번히 막혔다.

시장에서는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일률적 가격 구제로 주택 공급 질서가 무너지고, 번거로운 규제 때문에 주택 공급이 수요에 맞춰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실장은 “부동산 투기가 극심할 때의 논리로 야당이 법안 통과를 막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 역시 “다른 부동산 대책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완전 폐지가 아닌 과잉이 우려되는 일부 지역에만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을 민주당에 제안했다. 민주당은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을 받아들이는 대신 전월세 상한제도 함께 통과시키자고 주장한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이런 빅딜은 부담스럽다. 규제를 풀면서 반대 논리의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모양새여서다.

법안들이 통과되더라도 실제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만큼 크지 않으리란 지적도 있다. 법안 통과를 위해 파급효과 관련 수치를 부풀린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말 외국인투자촉진법(이하 외촉법) 통과 과정에서 일자리 창출 규모를 두고 입을 맞추지 못했다. 지주회사가 외국 기업과 합작해 증손회사를 설립할 때 지분율 규제를 완화(100%→50%)하는 외촉법 개정안은 1월 1일 극적으로 국회를 통과해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안 통과 효과 뻥튀기 논란도

하지만 법안 논의 과정에 외촉법 효과 관련 수치는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다. 법안을 낸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과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번 합작 투자로 직접 고용이 1100명, 간접 고용은 3만명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어 산업통상자원부는 김제남 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GS칼텍스의 PX공장 설립으로 무려 50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공장을 짓는 2년 동안 필요한 일용직 노동자의 수를 모두 합쳐 연인원으로 계산했다. 부풀리기 의혹이 잇따르자 정홍원 국무총리가 나서 “1만4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정리했지만 비난을 피해가지 못했다. 정 총리는 크루즈법에 대해서도 관광객이 100만명 더 늘어난다고 발표했다가 20만명으로 축소해 곤혹을 치렀다.

정부만 마음이 급한 경우도 있다. 보험사의 해외 환자 유치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2020년까지 100만명의 해외 환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보험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해외 환자 유치를 하기 위해서는 해외 현지법인과 합작하거나 계약해 새로운 보험상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보험사의 해외 진출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들이 20여년 전 해외에 진출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현재 대부분의 해외 지점이 경기둔화로 손실을 보고 있는 가운데 해외 환자까지 유치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1225호 (2014.02.2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