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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 TV업계 “브라질 월드컵 너만 믿는다” 

스포츠 이벤트 TV시장 구원투수 될까? 

소치올림픽·인천아시안게임보다 주목도 높아 브라질의 TV 교체수요도 막대



스포츠 이벤트가 줄을 잇는 해다. 올해는 여느 때보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많다. 2월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을 시작으로 여름 브라질월드컵을 거쳐 가을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인천아시안게임)까지 굵직한 국제 대회가 예정돼 있다. 스포츠는 다른 매체에 비해 TV에 유리한 콘텐트다. 역동적인 화면과 화질, 실시간 방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잇단 대형 스포츠이벤트가 답답한 TV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전문회사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UHD TV 판매가 지난해 127만6000대 대비 342% 증가한 563만7000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치 겨울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국내 유통업체들도 대대적인 TV 판촉 행사를 시작했다. 올해 1월 이마트의 T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했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TV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일례로 독일 TV 시장은 런던 올림픽과 유럽판 월드컵이라고 할 수 있는 ‘2012년 UEFA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유로 2012)’가 열렸을 때 스포츠 이벤트의 최대 수혜를 받으며 판매 신기록을 수립했다. 두 대회 직전인 2012년 5월까지 독일에서의 TV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0% 상승했다.

대규모 세일로 판매가 급증하는 연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당시 가장 많이 판매된 TV는 40인치 이상의 대형에 디지털 방송수신기가 내장돼 위성과 지상파, 안테나 신호 모두 수신이 가능한 모델이다. 브라운관 TV에서 평판 TV로의 교체시기에 스포츠 중계에 특화된 사양의 TV가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이다.

월드컵과 브라질의 TV교체 시기 맞물려

소치 겨울올림픽과 인천 아시안게임의 마케팅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 참가국과 종목은 다양한 반면 관심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영업 전략을 세워야 하는 TV업체 입장에서는 특정 종목이나 시장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기 어렵다. 스포츠 이벤트가 무조건적으로 수요 창출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은 2012년 독일의 사례도 당시 브라운관 TV에서 평판 TV로의 교체시기가 맞아 떨어진 점이 주효했다고 지적한다. 시장 자체가 작은 곳은 스포츠 이벤트 특수 효과도 미미하다.

결국 관건은 선택과 집중이다. 이에 따라 삼성·LG·소니 등 주요 TV업체들이 올해 스포츠 이벤트 특수 때 노리는 타깃은 브라질이다. 브라질은 최근 세계 TV 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시장이다. 우선 수요 자체가 많다. 세대 수가 많고 현재 브라운관 TV에서 평판TV로 세대 교체 중이다. 평판TV의 가격이 낮아지면서 브라질 TV시장에서의 평판TV 비중은 꾸준히 올랐다.

2012년 1~4월 브라질에서 브라운관 TV 판매량은 35% 감소했지만 평판T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제 성장 둔화에도 브라질 TV 시장은 꾸준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판매량이 많은 TV는 32인치 평판TV다. 남아공월드컵 이후로 TV수요가 줄어들었으나 최근 다시 판매량이 늘고 있다.

브라질은 삼성·LG 등 국내 TV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TV업체가 중국보다 브라질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로컬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이들이 저가 전략을 쓰면서 중국 TV시장은 레드오션이 됐다”며 “기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브라질이 신흥국 중 최후의 보루”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LG가 첼시FC(삼성)·레버쿠젠(LG) 등 유럽 명문 축구구단에 대한 스폰서십과 관련 마케팅에 적극적인 이유도 축구를 좋아하는 브라질 사람들의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상파울루에 거주하는 빅토르 누메즈(31) 씨는 “브라질을 대표하는 축구선수 오스카·다비드 루이스·하미레스 같은 선수들이 첼시FC 소속으로 가슴에 삼성 로고를 달고 뛴다”며 “이 때문에 브라질 사람들이 삼성을 더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브라질은 올해 열릴 월드컵 축구대회의 개최국이다. 국민들의 축구에 대한 관심도 대단하다. 2016년에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올림픽이 열린다. 연이어 자국에서 열리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TV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월드컵을 앞두고 브라질 가정에서는 같은 시간 진행되는 경기를 동시에 보기 위해 ‘세컨드 TV’를 마련하려는 수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브라질 TV 시장의 상승세는 월드컵을 기점으로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스포츠 이벤트는 가정용 TV뿐 아니라 호텔·병원 등 기업대상 판매도 자극한다. 카페와 레스토랑의 TV 구입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이 경우 사람들이 모여서 볼 수 있는 대형 TV 판매가 증가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대형 TV의 판매가 늘어나는 기미가 보인다. 이에 따라 삼성·LG·소니는 남미지역 기업시장 전담부서도 별도로 마련하며 기업시장 공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브라질을 지역적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지역마다 총 몇 개의 호텔과 병원이 건설될 것인지 등을 파악하는 등 기업시장 확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접근 중이다”라고 말했다. 소니는 호텔·레스토랑·바 등 숙박·요식 업소 이외에도 월드컵 경기장 관중석 VIP 룸에 대형 TV를 판매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호텔·병원 상대 영업도 적극적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수요가 대폭 증가하면 TV 제조사들이 이에 대비해 생산량을 늘릴 수도 있다. 한 TV 제조사 관계자는 “이미 브라질에서의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20인치대 평판TV 공급을 늘리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 올림픽과 유로2012가 있었던 해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는 TV 생산량을 늘리고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하는 등 TV 수요 증가에 대비한 바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LG전자 측에서는 “향후 판매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증산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올해의 스포츠 이벤트뿐 아니라 2020년 자국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까지 노리고 준비 중이다. 특히 소니가 스포츠 이벤트를 활용하는 데 적극적이다. 소니는 최근 스포츠 중계에 활용되는 4K 라이브 시스템을 발표했다. 여러 대의 카메라로 경기장 전체를 촬영함과 동시에 특정 선수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해 하이라이트 장면을 바로 편집할 수 있다.

지금까지 4K기술은 영화·다큐멘터리 제작에 주로 쓰였지만 이제는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에서의 활용이 주목을 받는다. 4K 방송기술이 보편화되면 이 회사가 주력하고 있는 4K TV 판매가 급증한다. 소니 프로패셔널 솔루션사업본부의 가지타 히로시 애플리케이션 기획마케팅부 총괄부장은 “2020년 도툐 올림픽을 대비해 4K 방송기기를 확실히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소니의 4K 방송 시스템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1224호 (201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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