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국내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불과 60여년 전 일이다. 미국 RCA사는 1954년 7월 30일 서울 보신각 앞 한국대리점에서 유선방식 수상기를 일반인에게 처음으로 공개했다. 한국에서 텔레비전 보급에 앞서 타당성 조사를 하던 과정이었다. 그 후 1956년 들어서야 20인치 화면의 흑백 수상기를 수출했다. 이 회사가 출자해 설립한 HLKZ-TV 방송사가 서울 세종로와 서울역 등에 설치한 40여대의 수상기를 통해 TV 방송이 시작됐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15번째, 아시아에서 4번째로 TV 전파를 발송한 나라가 됐다.국산 첫 TV 가격 생산직 근로자 1년 연봉 맞먹어국영 방송사인 한국방송공사(KBS)가 1961년 개국하면서 TV 수요도 늘어났다. 금성사(현 LG전자)는 이런 흐름에 발맞춰 1966년 8월, 흑백 TV ‘VD-191’을 내놨다. 19인치 화면에 4개의 다리가 달린 최초의 국산 TV였다. 이 제품의 출시 가격은 6만3510원. 당시 쌀 한 가마가 2500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꽤 고가의 가전제품이었다.김성환 부산대 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는 “당시 제조업 생산직 근로자의 1년 연봉(약 6만8000원)과 맞먹는 수준임에도 구매하려는 사람이 워낙 많아 공개 추첨을 통해 판매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워낙 고가인 탓에 TV가 있는 집이 흔치 않았다. 이 때문에 주요 스포츠 경기나 인기 드라마가 방영되는 날이면 이웃이 모두 한 집에 모여 TV를 보는 것이 일반적 풍경이었다.한국의 본격적인 TV 시대는 1970대 들어서야 열렸다. 1967~8년 10만대에 불과하던 TV 보급 수는 10년 만인 1977년, 400만대를 돌파했다. 특히 1970년 3월부터 1971년 1월까지 253회에 걸쳐 동양방송(현 JTBC)에서 방영한 드라마 ‘아씨’는 ‘국민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이 프로그램은 당시 TV 단일 프로그램 중에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작품의 성공을 계기로 각 방송사는 일일연속극 전성시대를 열었고 TV 보급률도 급속도로 늘었다.국내에서 첫 컬러 TV가 생산된 것은 최초의 흑백 TV가 출시된 지 10년이 흐른 후다. 국내 기업들은 기술력에서 앞서 나갔던 일본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컬러 TV 제품을 생산했다. 금성사는 1976년에 컬러 TV인 ‘CT-807’을 선보였다. 삼성전자에서도 같은 해 컬러 TV ‘SW-C3761’을 출시했다. 이때 생산된 제품들이 대부분 미주지역으로 팔려 나가며 TV가 1980년대 수출 주력상품으로 각광 받았다.국내에서는 아직 컬러 TV를 방송할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수출 수요가 더 많았다. 국내 기업이 내수용 제품을 내 놓은 건 1980년 8월이다. 국내에 컬러 TV 방송이 시작된 게 1980년 12월이다. 컬러 방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TV 시장은 또 한번 부흥기를 맞았다. 국내에 보급된 컬러 TV는 1981~2년 200만대에서 1985~6년 500만대로 늘었다. 1984년 모든 방송 프로그램이 컬러로 송출되기 시작한 것이 주효했다. 당시 프로야구 도입과 맞물려 TV 야구 중계방송이 붐을 이뤘다.1990년대에는 가전업체들이 ‘컬러 TV 한 집 2대 시대’를 알리는 마케팅을 펼쳤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불룩 튀어나온 모양의 브라운관 기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브라운관은 부피가 크고 무거울 뿐 아니라 30인치 이상의 대형 화면을 고화질로 구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한발 앞서 평면 TV 기술 개발을 위한 시도가 거듭되고 있었다. 그 결과 1990년대 초 얇은 두께로 대형화가 가능한 평판 디스플레이인 PDP(Plasma Display Panel·기체 방전 현상을 이용한 평판 표시장치)와 LCD(Liquid Crystal Display·액정 표시 장치)가 상용화 됐다.PDP와 LCD는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PDP 기술에서 가장 앞서 나간 것은 일본 기업이었다. 1997년 파나소닉이 상용 제품을 개발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PDP는 LCD에 비해 장점이 많다. 자연색에 가까운 색을 내기 때문에 화면을 오랫동안 봐도 눈의 피로도가 적다. 화면 사이에 끊김 현상이 없어서 스포츠와 같은 역동적 화면을 즐기기에 적합한 화면으로 각광을 받았다. 대신 LCD에 비해서 무겁고 전력 소모량이 많다.오랫동안 화면이 정지된 상태로 있으면 화면에 잔상이 남는 번인(Burn-in) 효과도 있다. 잔상이 화면에 영구적으로 남아 TV 화면을 교체해야 하는 일도 벌어졌다. PDP는 2000년대 후반으로 접어들며 LCD와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친환경 제품이 득세를 하면서 전력 소모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LCD가 주목을 받았다. 또 눈의 피로도는 있지만 화면이 선명한 LCD TV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았다. 결국 TV 시장은 LCD TV로 재편됐다. 2011년 3월 기준으로 LCD TV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80.1%다.PDP TV를 상징하던 파나소닉이 “2013년으로 PDP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최근 2년 동안 TV 사업에서 150억 달러가 넘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사업 철수를 선언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점진적으로 PDP TV 생산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한 때 LCD와 함께 가장 주목을 받았던 PDP가 끝내 사라질 운명을 맞았다. 글로벌 리서치회사 IHS는 “2018년에는 PDP가 시장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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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으로 사라질 PDP TV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PDP와 달리 LCD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1990년대 초 LCD TV가 상용화되자 국내 업계도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LG는 1999년, 삼성전자는 2000년에 국산 LCD TV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와 달리 세계 TV 시장의 ‘공룡’이었던 소니 등 일본 업체는 PDP TV에 집착하다가 2002년 우리보다 한 발 늦게 LCD TV 시장에 진입했다. 한국 기업들이 LCD TV 기술에서 한발 앞서 나간 덕분에 이후 일본을 제치고 세계 TV 시장의 주도권을 잡았다.현재 세계에 보급된 TV 3대 중 1대는 한국 제품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리서치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평판TV 시장점유율(2013년 3분기 기준)은 삼성전자가 25.5%, LG전자가 14.7%로 1, 2위를 달린다. 그 뒤를 소니(7.5%)·샤프(4.9%)·파나소닉(4.3%) 등이 차지했다. 일본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매년 하락하는 것과는 반대로 국내 업체의 점유율은 꾸준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현재 TV 시장을 이끄는 건 스마트 TV와 발광다이오드(LED, Light Emitting Diode) TV다. 스마트 TV는 방송국에서 전하는 정보를 시청자들이 일방적으로 받기만 하던 TV의 한계를 벗어나 시청자와의 쌍방향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1990년대부터 케이블 TV와 IPTV(인터넷 TV) 등이 등장하며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가 활성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PC 수준의 쌍방향 소통은 불가능했다. 스마트 TV는 기존 TV에 PC 기능을 더한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웹 서핑과 VOD 시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임 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UHD TV가 당분간 대세스마트 TV가 시청자와의 쌍방향 소통과 콘텐트를 강화했다면 LED TV는 기술적 측면을 보강했다. 현재 판매 중인 LED TV는 엄밀한 의미의 LED는 아니다. 광원으로 냉음극형광램프(CCFL)대신 LED를 사용한 것이 LCD와 다른 점이다. LCD TV보다 친환경적이고 전력 소모가 적으면서도 고화질을 구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광원 위치에 따라 직하형(후면)과 에지형(측면)으로 나뉜다. 직하형은 밝기와 색상 조절에 유리하며, 에지형은 더 적은 수의 LED를 채용해 통상 두께가 더 얇고 가격도 저렴하다.2010년 영화 아바타의 흥행과 남아공 월드컵을 기점으로는 3D TV도 등장했다. 아직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아 장시간 시청할 때 어지러움이나 매스꺼움이 발생할 수 있다. 입체를 표현하는 각도가 좁아 넓은 거실에서 여러 명이 시청하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무엇보다 아직 3D TV로 시청할 수 있는 콘텐트가 많지 않아 시장이 정체된 상황이다.틈새시장에서 주목할만한 TV로 프로젝션(Projection) TV도 있다. 프로젝터를 벽이나 하얀화면에 쏘아 영상을 즐기는 TV다. 화질이 떨어지고 어두운 곳에서만 시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벽만 있다면 원하는 위치에서 TV를 볼 수 있고 화면 크기를 조절할 수 있어 매니어 층을 형성하고 있다.앞으로 TV시장에는 어떤 제품이 득세를 할까? 힌트는 1월 7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4)에서 찾을 수 있다. LG전자는 CES에 앞서 차세대 고화질 TV인 105인치 UHD TV를 공개했다. 일명 UHD TV로 불리는 울트라HD다. 이 제품은 지난해부터 TV 시장을 뜨겁게 달궜다.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UHD TV 시장이 지난해 128만대에서 올해 564만대 규모로 342%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는 기술 장벽이 높지만 높은 가격 탓에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달리 UHD는 LED를 채택해 가격을 낮췄다. LG전자가 이번에 공개한 TV는 21:9 화면비에 UHD 해상도, 그리고 곡면으로 된 제품이다.송근영 LG전자 HE 홍보과장은 “아직 상용화되기엔 이르지만 TV가 갈수록 커지고, 선명해지고 있는 만큼 아이맥스 같은 시각적 체험을 위해서는 곡면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이제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거실 TV만으로 고화질·고음질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번인(Burn-in) 현상 정지화면을 오랫동안 유지했을 때, 화면에 그 이미지나 잔상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 남아있는 것을 말한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잔상이 사라지지만 심한 경우에는 영구적으로 남는다. PDP에서 주로 문제가 됐다. LCD 역시 번인 현상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정지화면을 30시간 이상 계속해 유지했을 때 나타나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