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Home>이코노미스트>Special Report

Special Report - 돈 없는데 쓰라고만 외치면 무슨 소용 

추미애 민주당 의원 

경제민주화 선행돼야 경제활성화 가능 “한국 경제는 상체 고도비만 상태”

▎추미애 민주당 의원.



올해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 키워드는 경제활성화다. 지난해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내세운 것과는 대조적이다. 민주당은 경제민주화 목소리가 잦아드는 가운데 경제민주화라는 화두를 계속 끌고 가겠다는 취지의 법안을 올해 초 발의했다. 경제민주화 기본법이다.

이 법안은 국무총리 소속으로 경제민주화 정책 수립과 조정을 담당하는 ‘경제민주화 위원회’를 설치하고 이 위원회가 중앙행정기관장과 협의를 거쳐 3년마다 경제민주화 기본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기관장들은 이 기본계획에 따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위원회가 매년 노동·금융·조세 등 분야에서의 경제민주화 관련 정책·제도·법령의 운영실태를 조사해 결과를 발표하도록 했다. 법안을 만들어 대표 발의한 민주당 추미애 의원을 2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났다.

경제민주화 기본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경제활성화 목소리가 커진 시점인데….

“지금 한국 경제는 상체 고도비만 상태다. 그에 비해 몸을 든든하게 받쳐줘야 할 하체는 부실하다. 대기업 위주의 산업만 일부 잘 되고 있지, 시중에는 돈이 말라있고 국민 개개인은 힘들다. 나라 전체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한 곳에 집중됐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투자는 만성 부족이고 일자리도 늘지 않아 내수 부진으로 이어졌다.

한 곳에 쏠린 돈을 골고루 퍼뜨려야 경제도 살아난다. 이런 관점에서 경제민주화는 저성장이라는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물을 분사하는 스프링클러와 같다. 경제민주화가 명시된 것은 헌법 119조다. 경제민주화는 국민경제의 ‘119(긴급구조)’인 셈이다.”

올해 정부는 소비촉진을 통한 내수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어떻게 보나?

“근본적인 성찰이 전혀 없다. 물론 경제 저성장의 원인이 소비수요의 부족인 것은 맞다. 하지만 경제활성화를 하려 해도 마중물이 없는 상태다. 사람들이 소비를 하려 해도 당장 주머니에 돈이 없지 않은가. 국민 주머니를 채워주지 않은 채 돈을 쓰라고 구호만 외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경제민주화가 경제활성화의 걸림돌이라고 주장한다.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소득 불균형을 개선하라고 각국에 권고했다. 경제민주화가 선행돼야 경제활성화도 된다는 것을 세계의 권위 있는 경제전문 기관에서 말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민주화 기본법이 실효성이 있을까?

“이 법안은 개별 정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부처·정책·법령 사이의 유기적 연관성을 점검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 위한 방안이다. 경제민주화를 추진할 때 한 면만 봐서는 안 된다. 조세·금융·산업·노동·지방분권, 심지어 교육까지도 경제민주화에서 촉발되는 영향을 주고 받는다.

경제민주화 기본법은 이들이 한 곳에서 총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이 경우 따로 놀던 법 사이의 상충도 방지하고 효과가 미미하거나 부작용이 생기는 것들에 대한 대안도 제대로 마련할 수 있다.”

이미 제출된 경제민주화 법안이 많고 공정위의 역할과 중복되기 때문에 옥상옥 규제라는 비판도 있는데.

“법의 취지를 몰라서 하는 말이다. 공정위는 단순히 시장에 대한 통제를 목표로 한다. 경제민주화 기본법은 정책수단 상호간의 효율성·합리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부처별로 단발성·인기영합성 정책이 나왔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기 위한 일종의 상위개념 법안이라고 보면 된다.”

기업활동규제·투자위축·통상마찰 등 경제민주화에 대한 부작용 지적도 많다.

“경제민주화는 경제를 회생시키자는 것이지 기업을 규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 외 부작용도 얼마든지 최소화하고, 단점을 보완활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지금처럼 부문별 산발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오히려 부작용도 생기고, 그래서 아예 회피하려는 경향이 생기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기본법은 아직 국회 계류 중이다. 통과 자신 있나?

“낙관적으로 본다. 지금 경제활성화가 화두긴 하지만 경제민주화에 대한 필요성은 이미 충분히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또 경제민주화 기본법은 부문별 세부 사안이 아니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국회 내에서의 이견도 많지 않다. 경제민주화의 최우선 과제인 만큼 통과가 어렵지 않다고 본다.”

다른 법안 중 통과가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일명 ‘남양유업법’이라 불리는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등의 처리가 시급하다.”

여당이 추진할 경제활성화 법안 중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있다면.

“개별적인 법안 차원보다는 디테일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법안의 취지는 공감한다. 다만 디테일에 대한 조정은 필요하다. 서비스사업 발전 기본법의 경우 의료 영리화나 복지행정 침해 같은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이를 방지하고 부작용을 없앤 뒤 활성화를 촉진시키는 세심함이 타협의 기준이다.”

지방선거 등 정치 일정상 계류법안 통과가 어렵다는 전망도 많다.

“물론 많은 좋은 법안들이 국회 일정이나 정부 예산 사정으로 인해 엎어지곤 한다. 하지만 경제민주화가 경제활성화의 수단이 된다는 취지를 납득시킨다면 충분히 통과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민주화가 지지부진했던 데는 민주당의 책임도 있지 않나.

“그동안 야당이 지나치게 정책적 선명성으로 경쟁하려 했다. 앞으로는 실현가능성·일관성·유기성으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 정부·여당이 추진하려는 정책에 대한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양보못할 부분에 대한 조건을 걸고 대안을 내놓는 전략이 필요하다. 원칙을 훼손하지 않도록 전제조건을 달아 통과시킨 외촉법이 좋은 사례다.”

정부와 여당에 요구하고 싶은 게 있다면.

“경제활성화를 ‘청와대의 교시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는 식으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 경제활성화는 이념이 아니다. 세부 사항에 대한 고려 없이 다수당의 위치로 밀어붙이려는 습성을 고쳤으면 한다.”

지방재정 문제 해결하기 위한 지방감사제를 제안했다. 어떤 내용인가.

“최근 새누리당에서 지방정부 파산제도를 언급했다. 중장기적 도입은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지방정부가 자립할 만큼의 여건이 갖춰지지 못했을 때는 소용없다. 지방에 돈 들어갈 사업은 많은데 지방세 수입의 대부분은 중앙정부가 권한을 갖고 있다. 돈은 주지 않고 살림 제대로 못했으니 파산시키고 뺏겠다고 하는 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가 공기업을 만들어 책임을 회피하려고도 한다. 사전에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 지방감사원을 설립해 사업 전에 감사를 하자는 거다. 지자체의 엉터리 사업 예측이나 무리한 사업 추진을 사전에 점검하면 파산까지 안 가도 된다.”

1225호 (2014.02.24)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