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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전미영의 트렌드 워치 - 과학자도 아닌데 ‘성분’ 에 집착 

프로바이오틱스·피토케미컬 열풍 건강·안전 중시하는 세태 반영 

전미영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지난 7월 21일 경기도 평택시 한국야쿠르트 프로바이오틱스 통합생산 시스템 플랜트 준공기념식에서 한국야쿠르트 김혁수 대표가 프로바이오틱스 종균 접종식을 한 후 종균이 유산균 탱크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살피고 있다.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건강식품을 꼽으라면 역시 홍삼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최근 이런 홍삼의 인기에 유산균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마시는 요구르트나 떠먹는 요구르트처럼 이미 일상적인 식품이라 할 수 있는 유산균 제품이 건강식품에서 재발견되는 이유는 무얼까? 바로 ‘프로바이오틱스’란 수식어 때문이다. 그냥 유산균이 아니라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이어서 인기가 있는 것이다. 제품을 구성하고 있는 원료를 넘어, 그걸 구성하는 ‘성분’에 신경 쓰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가령 어떤 음식을 먹을 때 ‘채소가 들어가 있다’의 수준이 아니라, 거기에 들어있는 ‘어떠한 성분’의 수준까지 챙기는 것이다.

성분에 집착하는 소비자들이 보이는 행동은 어떠할까? 먼저 좋은 성분을 가려내 이를 흡수하려는 행동이 있다. 프로바이오틱스 열풍처럼 다소 낯설지만 건강에 좋은 ‘수퍼푸드’의 인기가 이에 해당될 것이다. 렌틸콩· 퀴노아·치아시드와 같은 수퍼푸드는 이름은 다소 낯설지만 식물성 화학성분인 ‘피토케미컬’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인기다. 실제로 G마켓에서 올 6월 한 달 동안 판매된 퀴노아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약 3배가량 급증하기도 했다.

지난해 신조어로 등장한 ‘메디 프루츠(Medi Fruits)’ 역시 우리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과일에 특별한 ‘성분’을 추가한 경우다. 메디 프루츠란 농업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해 과일에서 나올 수 없는 특수 성분을 인위적으로 추가한 과일을 가리킨다. 주로 소규모 영농조합에서 실험용으로만 취급하던 것이다. 그게 대형마트에 잇따라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타우린 딸기, 셀레늄 배, 폴리페놀 사과 등이 대표적이다. 노화 방지나 피로회복 등 건강에 좋은 성분이 과일 속에 스며들도록 특수 재배한 것이 특징이다. 식후 디저트였던 평범한 과일이 특별한 성분을 강조한 덕분에 건강기능식품으로 변신한 것이다.



과일에 특별한 성분 추가하기도

다음으로 나쁜 성분은 배출하거나 아예 섭취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 대표적인 현상이 ‘디톡스’ 열풍이다. 디톡스 현상은 독소를 제거하면서 체중을 감량하는 ‘디톡스 다이어트’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후 다양한 산업에서도 몸 속 나쁜 성분을 배출하는데 효과적이란 콘셉트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할리스커피에서는 오렌지·레몬·라임 등 해독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시트러스 과일이 들어간 ‘디톡스크러쉬 할리치노’를, 아워홈에서는 중금속과 방사능 같은 유해물질 배출에 효과적인 미역·다시마·녹두·매실·녹차·레몬 등으로 구성된 ‘디톡스 푸드 식단’을 선보이기도 했다.

나쁜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려고 아예 성분 이름을 줄줄 외우고 다니기도 한다. 트리에탄올아민·상파라벤· 메틸 파라벤처럼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외우고 다니면서, 해당 성분이 들어간 제품은 아예 구매조차 하지 않는다. 트리에탄올아민은 세정제 원료로 포름알데히드 계열과 만나면 발암물질을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제조사나 알 만한 전문적인 정보를 일반 소비자들이 마치 상식인양 꿰고 있는 것이다.

재료나 원료를 넘어 ‘성분’에 집착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기업들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나쁜 성분에 민감한 소비자를 겨냥해 기업이 먼저 성분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정책을 편다. 매일유업 ‘앱솔루트’는 업계 최초로 분유와 유아식에 사용되는 원료 전체를 공개했다.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어떤 원료를 어디에서 수입해서 사용하는지 알 수 있다. ‘화해’는 화장품에 들어가는 성분을 정리해놓은 애플리케이션이다.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화학 성분의 특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아 인기를 끈다.

식품과 화장품처럼 성분 위주의 산업은 아니지만 미세한 부분까지 집착하는 소비자의 특징을 마케팅에 반영하는 산업도 등장한다. 쿠쿠전자는 그냥 물이 아니라 ‘중금속’을 거르는데 특화했다는 ‘나노 디톡스 정수기’란 제품을 출시했다. 청소기에서도 단지 먼지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황산염·질산염·암모니아처럼 구체적인 미세먼지를 제거하는데 특화된 기능이 인기다. 황사물질을 걸러내는 공기청정기·에어워셔 등의 매출도 늘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만으론 부족

사람들의 성분 집착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산업영역이 생겨날 수도 있다. ‘분자요리(Molecular Cuisine)’가 그런 사례다. 이는 페란 아드리아라는 요리사가 개발한 요리법으로 재료를 과학적으로 철저히 분석해 음식 질감과 조직 등을 변형하거나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창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올리브오일을 액화질소로 순간 냉각해 아이스크림으로 만들면 전혀 새로운 맛과 질감이 나타나는 것이 예다. 재료의 원자나 분자 단위까지 신경 쓰는 소비자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성분만 가지고 완전히 새로운 질감의 메뉴를 개발해달라고 요구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의 관심 수준이 제품에서 제품을 구성하는 재료로, 재료에서 성분으로 점차 세밀해지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의 의사결정이 복잡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만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줄어들고, 마치 과학자만큼이나 품질과 성능을 세밀하게 조사하는 소비자가 늘어난다. 고관여 제품에서 주로 나타나던 구매 패턴이, 과자 하나, 우유 하나를 구매할 때에도 반영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기업은 제품을 만들 때에도, 마케팅에도 좀 더 ‘디테일’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 특별한 성분을 강조하려면 믿을 만한 연구소의 실험 증명서 정도는 기본으로 구비해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더욱 어렵게 들리는 전문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전략이다. 하지만 그 근본에는 보다 ‘안전한’ 삶을 누리고 싶은 소비자의 욕망과, 제품을 제공하는 기업에 대한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성분에 집착하는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전략을 고민해볼 때다.

1257호 (201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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