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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쉽게 풀어 쓰는 경영논문 - 신뢰 떨어지는 리더의 유머는 백해무익 

직원의 신뢰 강할수록 자신감·희망·낙관주의·복원력 더 키워 

이동섭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진지하고 딱딱한 것으로 여겨지는 경영에 유머를 접목한 ‘유머 경영’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를 꼽을 수 있다. 창업자이자 전 최고경영자였던 허브 캘러허는 유머와 재미를 핵심 경영 가치로 삼았다. 이 항공사는 그의 경영 이후 46년 연속 흑자, 30년 평균 주가수익률 1위,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기업 2위, 포춘지가 선정한 일하고 싶은 기업 1위 등을 달성했다. 유머 경영을 통해 즐거운 일터를 만들고 성과도 향상시킨 좋은 예다.


국내 기업 사이에서도 유머가 경영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리더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유머가 권장되고 있다. 리더가 직접 웃음 리더십 교육을 받고 레크레이션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한다. 우스꽝스러운 복장으로 마술을 선보이기도 하며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록밴드 싱어로 변신해 립싱크 공연으로 직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리더가 구성원을 즐겁게 만들면 조직의 성과 역시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직장이 단순한 일터가 아니라 재미와 즐거움을 동시에 추구하는 삶의 공간으로 자리잡는 데 유머의 역할을 중시하는 것이다.


사진:중앙포토



리더의 유머는 ‘양날의 검’

그런데 과연 기대하는 것처럼 유머 경영이 언제나 조직이나 리더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이다. 이유는 유머의 개념적 모호성과 복잡하고도 양면적인 속성에서 찾을 수 있다. 유머는 즐거움이나 웃음을 일으키는 말이나 행동을 지칭한다. 이와 달리 해학·익살·농담·웃음거리·재치·조롱 등과 개념적으로 매우 유사해 명쾌한 구분이 쉽지 않다. 또 유머는 상대방의 기분을 즐겁게 하고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진지하지 못하거나 무례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다. 연구자들이 유머를 ‘양날의 검’으로 표현하거나 자산이 될 수도 부채가 될 수도 있다고 제안하는 배경이다. 적절한 유머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잘못 사용하면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리더의 유머가 갈등과 긴장을 해소하고 기분과 사고를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가 하면, 반대로 분위기를 어색하고 만들고 심지어 기분을 상하게 했던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유머는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동시에 가장 다루기 어려운 도구라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조건에서 리더가 유머를 활용해야 기대했던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공기업에 근무하는 949명의 구성원을 표본으로 조사한 연구의 결과는 리더에 대한 신뢰 형성 유무가 리더가 사용하는 유머의 효과를 좌우하는 핵심 조건임을 보여준다. 리더에 대한 구성원의 신뢰 수준에 따라 리더의 유머 사용이 리더십 효과를 촉진할 수도, 오히려 저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신뢰를 받는 리더가 유머를 사용하면 자신감·희망· 낙관주의·복원력 등과 같은 구성원들의 긍정적인 심리상태가 강화된다. 그 결과로 개인 성과와 직장에서의 행복감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신뢰 받지 못하는 리더가 유머를 사용하면 구성원들의 긍정적 심리상태가 약화되고 결국 과업 성과나 행복감 또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리더에 대한 신뢰의 정도에 따라 리더의 유머 효과가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문헌에 따르면 사회적 관계 작동 및 유지의 근본 요소로서 신뢰는 훌륭한 리더가 갖춰야 할 필수적인 덕목 중 하나로 간주돼 왔다. 리더가 아무리 전문적 역량과 관리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부하들로부터 신뢰 받지 못하면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뢰는 리더십의 기초토양이라고 할 수 있다.

유머의 사용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머 또한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사용되기에 유머가 상대방에게 인지적 혹은 정서적으로 미치는 영향도 신뢰의 수준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인지적인 측면에서 살펴 보면, 신뢰 받는 리더의 유머는 구성원들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문제에 봉착했을 때 다양한 각도에서 해결책을 찾고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창의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유연한 사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구성원들로부터 신뢰 받지 못하는 리더가 유머를 사용하면 쉽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울 뿐 아니라 유머의 의도를 분석하는 데 불필요한 노력을 기울이게 만들어 구성원들의 사고과정을 방해할 가능성이 생긴다.

정서적 측면에서 보자. 리더의 유머 사용은 구성원들의 심리적인 안정에 기여하고 스트레스·갈등에 대한 대처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신뢰 받는 리더의 유머는 직원들의 웃음을 유발해 리더와 직원 간의 사회적인 거리감을 줄이고 친밀감을 향상시킨다. 나아가 웃음을 공유할 때 느끼는 일체감을 통해 팀 화합을 촉진시킬 수도 있다. 리더에 대한 신뢰가 약할수록 리더의 유머는 역기능을 초래하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유발한다. 이에 따라 상사와 직원 간의 정서적인 거리감과 불편함을 야기한다. 상대 가 하는 유머의 진정성을 믿지 못한다면 그것을 관심과 배려보다는 조롱이나 놀림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연구가 시사하는 바를 요약하면, 조직에서 리더의 유머는 중요하지만 좀 더 신중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무턱대고 유머를 사용하기보다는 리더로서 자신이 신뢰 받고 있는지 먼저 생각해보고 구성원들과의 신뢰 형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신뢰가 전제됐을 때에만 비로소 유머가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뢰가 전제되지 못한 유머는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구성원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사기를 떨어뜨려 일과 삶을 우울하게 만들 수 있다. 신뢰도가 낮은 리더가 사용하는 유머는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을 초래할 가능성이 더 큰 것이다. 따라서 조직의 관리자들은 유머경영의 초점을 단순한 ‘유머 사용’에서 ‘신뢰관계 구축을 통한 유머 사용’으로 좀 더 구체화해서 리더십 교육과 훈련프로그램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진정성 믿지 못하고 조롱으로 받아들일 수도

또한 신뢰가 전제된 리더의 유머가 어떻게 구성원들의 성과와 행복에 기여하는지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신뢰 받는 리더의 유머는 구성원들의 일에 대한 자신감과 희망, 그리고 낙관적인 전망과 탄력적인 사고를 통해 궁극적으로 성과와 행복감을 증진시킨다. 따라서 유머를 통해 구성원들의 성과와 행복을 증진시키고자 한다면, 리더들은 유머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좀 더 가까운 목표로서 구성원들의 긍정적인 심리 상태를 촉진시키는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유머 활용을 위한 교육이나 훈련프로그램의 내용을 구성원의 자신감·희망·낙관주의·복원력 증진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두고 체계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유머를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직원들로부터 신뢰 받는 리더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구성원들의 긍정적인 심리상태를 제고할 수 있는 유머를 사용하도록 교육해야 할 것이다.

1258호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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