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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불사(不死) 비즈니스 - 망자가 아바타로 영생불멸 

사이버 묘지·추모 서비스도 등장 … 묘비 QR코드 찍으면 사망자 홈피로 이동 

카일 차이카 뉴스위크 기자

소셜미디어는 인간의 삶뿐 아니라 죽음도 바꿔놓았다.
인터넷으로 영생이 가능할까? 배우 조니 뎁은 영화 ‘트랜센던스’에서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한 영생을 시도한다. 최근엔 한 웹사이트가 ‘불사(不死)’를 제안한다. 올 초 운영을 시작한 신생업체 이터니닷미(Eterni.me)는 사망 후에도 후손들과 상호작용할 ‘가상의 자아’를 제공하려 한다. 이 회사는 현존하는 디지털 도구들을 활용해 마치 옆집 이웃과 대화하듯이 쉽게 죽은 가족과 대화하는 미래를 꿈꾼다.


공동 설립자 겸 CEO인 마리우스 우어자케에 따르면 이터니닷미는 이용자가 e메일·페이스북·트위터에 입력하는 정보를 추출해 이용자의 외모나 습성을 따라하는 가상 아바타를 만든다. 이 아바타는 이용자가 후대를 위해 남긴 유산을 안내하도록 돕는다. 이터니닷미는 공상과학소설 작가 아이작 아시모프와 필립 K 딕, 비디오게임 ‘세컨드 라이프’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MIT 기업가 양성프로그램에서 설립됐다. 우어자케가 첫 사업안을 내놓았다. “제출된 130개 기획안 중에서 가장 괴상했지만 최고점을 획득했다”고 우어자케는 말했다. “충분히 사업화 가능한 발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의 본능에 호소하는 이 사업은 즉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누가 디지털 불사를 마다하겠는가? 이터니닷미는 운영 개시 이틀 만에 가입자 3000명을 모았다. 지금까지 총 가입자는 2만 2000명을 넘었다. 이터니닷미는 삶을 온라인으로 옮기려는 기술 경향의 연장선상에 있다. 온라인으로 식료품을 구입하고 연인을 찾는데 죽음을 관리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이터니닷미 같은 웹사이트들은 새로운 장례 문화를 개척한다. “누군가가 죽었다고 해서 그 사람과 대화하고 싶다는 욕구를 멈출 필요는 없다”고 애도 전문가인 카를라 소프카 시에나대 교수는 말했다. “과거엔 초상화와 대화를 하거나 묘지를 찾아갔다. 오늘날 첨단기술은 새로운 방식을 제공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꼭 죽은 사람과 온라인으로 대화를 해야 할까? 소프카는 “그런 서비스를 좋아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며 “몇몇 사람들은 그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이용자 하루 8000명 사망

마이클 키비는 자신이 호지킨 림프종에 걸려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1995년 세계 최초의 온라인 공동묘지인 ‘세계묘지(WWC)’를 설립했다. 죽은 사람의 간략한 개인 정보와 함께 사진·동영상, 조문객들이 남긴 추모글을 보여주는 웹사이트다. 이 웹사이트엔 큰 장점이 하나 있었다. “물리적인 묘지는 전 세계 사람들이 방문하지 못한다”고 키비는 말했다. 그는 1997년 사망했지만 WWC는 아직도 운영된다. 올해 새로 추가된 묘비도 있다.

보다 최근에 개설된 웹사이트들은 공동추모 개념을 채용했다. 매장지가 부족한 홍콩에선 2010년 세계 최초로 정부가 운영하는 사이버 공동묘지 ‘우진시녠’이 개설됐다. 홍콩에서 묘지 관련 공직일을 했던 측윙힝은 “이 웹사이트는 화장을 장려하고 지속가능한 매장과 애도를 촉진하기 위해 개설됐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2012년 11월까지 4500명 이상이 이 온라인 묘지 서비스에 가입했으며 4900개 추모 웹페이지가 개설됐다. 접속 횟수는 100만 건이 넘었다.

묘비를 직접 선택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사이버 묘지를 꾸밀 수 있다. 중국의 가상 공동묘지 ‘링링탕’에선 고인을 위한 가상 사원을 지을 수 있다. 향을 피우거나 스포츠카, 가전제품 모형 같은 제물을 봉납할 수도 있다. 고딕 양식으로 꾸며진 폴란드 식 가상 무덤 웹사이트에선 날씨도 조정 가능하다. 또 다른 가상 공동묘지 아이 톰은 우주를 배경으로 삼았고, 리멤버럼은 온라인 묘지에 미니멀리즘을 접목했다.

다양화되는 온라인 장례·추모 웹사이트


인터넷의 발달로 장례문화가 크게 변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큰 사이버 공동묘지는 따로 있다. 바로 우리가 이미 잘 아는 페이스북이다. 10억이 넘는 이용자 계정 중 3000만 개 이상이 죽은 사람의 계정이다. 이용자 8000명이 매일 사망한다. 사망자의 계정을 처리하고자 페이스북은 2009년 추모 서비스를 개시했다. 사망한 이용자의 계정을 영구적인 추모 사원으로 만드는 것이다. 죽은 이에게 글을 남기거나 개인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소프카는 이런 디지털 추모가 “가상 세계 속의 애도 의례를 재창조한다”고 말했다.

불멸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웹사이트만으론 만족하지 못할지 모른다. 실제 비석과 달리 사이버 묘지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흥망성쇠를 반복한다. 도산해서 묘지를 운영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실제 비석에 첨단기술을 접목해보면 어떨까? 데이비드 퀴어링의 가족은 시애틀을 중심으로 100년 넘게 비석 전문업체 퀴어링마뉴먼츠를 운영했다. 71세를 맞이해 퀴어링은 사람들의 애도를 돕기 위해 묘비를 기술적으로 강화했다. “사람들의 추모를 돕고 유가족이 최대한 가까워질 길을 여는 것이 내 평생의 목표였다”고 퀴어링은 말했다. 퀴어링이 내놓은 답은 ‘살아 있는 묘비’였다. 비석에 QR코드를 새겨넣고 이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사망자의 웹사이트를 띄워 주는 서비스다. 실제 묘비와 사이버 묘지가 서로 연결된다. 퀴어링은 지난 2년간 QR코드가 새겨진 비석을 전 세계에 800개 배포했다고 추정한다. QR코드 서비스는 퀴어링마뉴먼츠에서 비석을 구입할 경우 75달러, 기존 비석에 새로 새길 경우 150달러가 든다. 회사 전체 매출 1000만 달러에 기여하는 비율은 미미하지만 꾸준히 성장세다. 퀴어링은 미국인들이 “죽음에 대해 얘기조차 하길 꺼린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이 죽기 전에 각자의 프로필에 사진과 글을 채워보도록 하면서 죽음을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사실 퀴어링은 사장인 동시에 고객이기도 하다. 그는 “내 묘비에 쓸 프로필을 작성 중”이라고 말했다. “내 일대기를 써서 남기고 싶다. 언젠가는 아내와 아이들이 그 일대기를 이어서 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일대기 전체를 볼 수 있다. 우리는 병 속이 아니라 웹사이트에 메시지를 남길 수 있다.”

퀴어링의 제품은 일가족의 애도를 돕지만, 오스트리아의 온 라인 추모업체 아스페토스는 공동체의 힘을 빌어 유가족을 위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오스트리아에서 장례는 의무적으로 사후 5일 내에 치러야 한다. 아스페토스의 공동설립자 외르크 바우어는 어머니를 잃고서 자신이 장례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급박하게 모든 절차를 마쳤다. 사태가 진정된 후 바우어는 자신의 슬픔을 덜어줄 만한 시설을 찾고자 인터넷을 찾았지만 거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2009년 바우어는 그 요구를 채워줄 회사를 직접 설립했다. 아스페토스는 온라인뿐 아니라 현실세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고객의 반응을 토대로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좋은 장례식장을 찾아 그들과 협업 한다. 장례식장은 직접 수고를 들여 최신 기술을 도입할 필요 없이 아스페토스에 월정액요금만 지불하면 자사 장례식 상품에 온라인 추모 서비스와 QR코드 묘비를 포함시켜 판매할 수 있다.

기술이 전부는 아니다


매장지가 모자란 홍콩에선 정부가 직접 온라인 묘지를 운영한다.
아스페토스에 등록되는 프로필은 대중들에게 공개된다. 그로 인해 슬픔을 나눈다. 바우어는 “한 지역에서 어린이가 죽으면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글을 남긴다”며 “사람들은 사회적인 경험을 원한다”고 말했다. 아스페토스의 오스트리아 포털은 매달 방문 횟수 50만 건을 기록한다. 99%가 지역 주민들이다.

지난해엔 독일로 사업을 확장했다. 비록 독일 웹사이트 방문 횟수는 10만 건에 불과하지만 매달 가상 초 판매와 기부로 벌어들인 수익은 이미 1만 3000달러를 넘어섰다. 그럼에도 바우어는 자사 서비스가 가까운 시일 내에 실제 묘지를 대체하리라고 보진 않는다. 그는 “현실에서 사람들이 방문할 장소는 필요하다” 며 “인터넷은 단지 보조 수단일 뿐이다”이라고 말했다.

비석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돌에 이름과 날짜를 새겨서 땅 위에 세우는 방법을 능가할 기술이 아직 없다. 청동기시대부터 이집트 피라미드를 거쳐 계속되는 방식이다. 현재 운영되는 묘지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된 이라크의 와디알살람에는 1400년 동안 매장된 시체 60만 구가 모래색 도시 아래 잠들어 있다. 온라인 아바타는 “잊히기 싫어하는 대다수 사람의 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우어자케는 말했다. 그는 “디지털 내세를 정돈하는 소프트웨어는 인터넷 시대에 필수적인 제품”이라며 “가장 큰 도전은 남은 데이터를 모두 앞뒤가 맞게 정리하는 일”이라고 했다. 인간은 그런 기술로 근원적인 공포에서 벗어나길 바라지만 그런 구원이 쉽게 오진 않을 듯하다. “기술은 의미까지 더하진 못한다. 인간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오늘날 인공지능 기술은 실제 인간에 비하면 원시적인 수준이다. 올해 초 컴퓨터 인공지능이 인간과 유사한지 판별하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컴퓨터가 첫 등장하기도 했지만 고작 13세 소년 수준이었다. 이터니닷미가 데이터를 읽어 들이는 데도 시간이 걸린다. 이론적으로는 이 프로그램 이용자가 이터니닷미 아바타를 가르쳐서 자신을 모방하게 하는 데 30~40년이 걸린다.

어쩌면 우리가 디지털 불사를 아직 이룩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좋은 일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아직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소셜 네트워크에 적응하지 못했다. “때로 기술은 사람들이 결과를 예측하기에 앞서 먼저 익숙해진다. 거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소프카는 말했다. 이터니닷미가 계획 중인 아바타에 이용자가 집착하게 될 위험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온라인 추모비는 장례 절차를 더 간편하게 할 것”이라고 커밀 워트먼 듀크대 심리학과 교수는 말했다. “그러나 누군가가 다른 방식을 배제하고 고인과 대화를 나누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애도를 마무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소프카는 “사이버 공간은 애도에 기간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은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기는커녕 외면하려는 우리의 강박을 더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기술은 불가피하게 과거를 현재와 더 가깝게 만드는 듯하다. “우리의 야심찬 목표는 모든 세대 사람들로 이뤄진 도서관을 만들어 인간성에 대한 지식을 영원히 보존하는 것”이라고 우어자케는 말했다. “큰 꿈이지만 50년에서 100년 새 흔한 일이 되리라고 본다.”

1258호 (201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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