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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없는 길’ 가는 최경환 경제팀 - 침체 분위기 살렸지만 길 잃을 수도 

주가 오르고 부동산 거래량 늘어 약발 떨어진 아베노믹스 전철 밟을 수도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한 지 45일이 지났다.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는 각오로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다. 의욕처럼 새로운 길을 찾을까. 이들보다 한 발 앞서 한국 경제를 이끈 이들이 지금 정책의 키를 쥐고 있다면 어떤 전략·전술을 펼칠까.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의견을 들어봤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한 지 45일이 지났다. ‘저성장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책 수단을 총동원 하겠다’는 취임 일성대로 재정 지출 확대, 부동산 규제완화, 세제 개편 등 숨가쁘게 움직였다. 특히 한국은행의 금리인하까지 이끌어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임하는 경제 실세답게 과감하고 공격적인 모습이었다. 좌고우면하던 현오석 경제팀과는 딴판이다.

경제는 결국 심리다. 경제활성화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주면서 경제 주체의 위축된 심리를 자극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박근혜 대통령도 8·15 경축사에서 “정부는 내수경기를 위해 내년 예산도 최대한 확대 기조로 편성하겠다”고 말해 최경환 경제팀에 신뢰를 보냈다.

최경환 경제팀은 ‘수출·제조업 중심에서 내수·서비스업 중심’ ‘기업 소득의 가계 소득으로의 이전’으로 경제 정책의 방향을 잡았다. ‘개인 소득↑→내수↑→기업 투자↑→일자리↑→개인소득↑’의 소득 주도형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전략이다. 이런 까닭에 최 부총리는 취임 후 처음주재한 경제 관계 장관 회의에서 “새 경제팀은 아마도 ‘지도에 없는 길’을 걸어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팀이 숨가쁜 한 달을 보내는 사이 코스피 지수는 3년 만에 박스권 상단인 2060선을 넘어섰다. 부동산 시장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꿈틀대고 있다. 관광·의료·금융 등 서비스업을 키워 내수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전략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제활성화 메시지로 위축된 경제심리 자극

우선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정부가 8월 24일 발표한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등의 영향으로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28일 현재 5664건으로 8월 거래량으로 2009년(8343건) 이후 최고치를 넘어섰다. 서울의 8월 아파트 거래량은 최고점을 찍었던 2009년 이후 2309건(2010년)→4759건(2011년)→2365건(2012년)→3142건(2013년)으로 지지부진했다.


올 들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주택 취득세 영구 인하, 양도세 중과 폐지 등에 힘입어 3월에 9424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2·26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발표 이후 주택 임대소득 과세에 대한 부담이 악재로 작용하며 계속 줄었다. 그런다 최경환 경제팀이 부동산 규제를 완화한 7월에 6194건으로 늘었다. 여름 비수기인 7·8월에 이처럼 아파트 거래량이 늘어난 건 새 경제팀의 정책 덕이란 분석이 많다. KB국민은행 박원갑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잠자는 수요를 깨워 시장으로 불러들인 것이 거래활성화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새 경제팀의 정책은 인위적인 수요 진작책이기 때문에 주택 거래가 언제까지 활발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시도 오랜 만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박스피(박스권+코스피)’란 오명을 벗을 조짐이다. 코스피 지수는 ‘최경환 효과’에 힘입어 7월 30일 2082.61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2093.08포인트까지 올랐다. 종가와 장중 지수 기준으 로 올해 최고치였다.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부진과 환율 부담에도 정부의 내수 활성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코스피 지수는 이후 등락을 거듭하면서 호시탐탐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울 기세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가가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 2100포인트 고지도 바라보고 있다. 기존 부동산 활성화 대책과 서비스업 육성 방안에 이어 사적 연금 활성화 대책까지 더해져 호재가 줄을 잇고 있다. 물론 호재만 있는 건 아니다.증시 전문가들은 내년 재정적자 확대폭과 기준금리 추가 인하여부, 유럽의 금융 불안 완화 등의 변수를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렇듯 최경환 경제팀 출범 후 경제 전반의 분위기는 다소 나아졌다. 그러나 단기 부양책의 한계 극복과 국회·이해관계자 등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일 등 앞으로 남은 숙제가 더 많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금리 인상 등 국제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속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도 중요하다. 중장기 구조개혁으로 미래의 성장 기반을 다지는 과제도 안고 있다. 하나 같이 쉽지않은 문제다.

불확실한 대외 환경, 중장기 구조개혁 등 과제 산적

이런 가운데 최경환 경제팀의 정책과 자주 비교되는 일본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 닛케이 평균 주가는 8월 28일 지난해 말보다 4.1% 하락했다. 일본 당국의 의도와 달리 엔화 가치도 다시 오르고 있다. 소비세율 인상 여파 탓도 있겠지만 일본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6.8% 감소했다. 6월 근로자 임금 역시 명목임금은 증가했지만 물가와 소비세율 인상분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지난해보다 3.2% 감소해 12개월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아베 총리가 취임 이후 2년 간 132조엔(약 1320조원)의 막대한 돈을 퍼부었지만 결국 2년도 되지 않아 ‘반짝 효과’에 그치는 모습이다. 이 대목은 재정 지출 확대, 기준금리 인하, 부동산 규제 완화 등으로 경기를 띄우려는 최경환 경제팀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장은 경제심리를 자극하는 분위기 전환책도 필요하지만 억지로 돈을 풀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어서다.

1252호 (2014.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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