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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형제 신장섭·신운섭 교수 - 청년층 해외 창업 위해 쌍둥이 뭉쳐 

<김우중과의 대화> 저자 신장섭 교수와 김우중 전 회장 강연 주최한 신운섭 교수 


사진:김현동 기자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요즘 국내 대학을 돌며 강연을 하고 있다. 세계 경영이란 대우정신을 청년들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다. 15년 동안 베트남 하노이 등지에서 칩거하던 김 전 회장을 강단으로 이끈 사람이 있다. 최근 출간한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의 저자신장섭(53)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다. 11월 5일 강연이 열린 서강대에는 신장섭 교수와 특별한 사이의 사람이 있다. 그의 쌍둥이 동생인 신 운섭 서강대 화학과 교수다. 10분 차이로 태어난 두 사람은 일란성쌍둥이 교수로 유명하다.

신장섭 교수는 지난 8월 <김우중과의 대화>를 출간한 뒤 안식년으로 한국에 와서 금융연구원 초빙연구원으로 지내고 있다. 그는 산업자본의 동력을 주로 연구하다. 국제통화기금 (IMF)의 구조조정 프로그램이 산업자본을 약화시키고 한국의 금융자본을 해외에 헐값에 넘기는 등 구조조정으로 국부가 유출된 것이 비극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던 그에게 2010년 여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김 전 회장 측근이 신 교수를 하노이로 초대한 것이다. 수술 후유증에 시달리던 김 전 회장이 건강을 회복하면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할지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신 교수는 “김 전 회장과 15시간 동안 쉬지 않고 대화했는데 한 사람과 그렇게 오랫동안 진중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처음이었고 김 전 회장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강렬한 만남을 가진 뒤 2012년부터 신 교수는 책을 내기 위해 2년 동안 김 전 회장을 설득했다. 그렇게 진행한 인터뷰의 결과가 <김우중과의 대화>다.

동생 신운섭 교수 역시 신장섭 교수가 김 전 회장을 설득하는 데 측면 지원했다. 신운섭 교수도 산학협력 중점대학의 LINC사업단 창업센터장을 맡고 있어 김 전 회장의 청년 창업 주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서강대 초청 강연 역시 신운섭 교수가 마련했다. 청년들과 김 전 회장이 직접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은 것이다. 하지만 형제로서 형의 활동에 걱정이 앞섰다. 형이 해외에서는 자유롭게 주장을 펼칠 수 있지만 한국에서 활동하면 여러 인간관계 때문에 글을 쓰는데 제약이 많이 생길 거라고 본 것이다. 신운섭 교수는 “김 전 회장과 연관이 되면 세상 사람들이 형을 그의 사람으로만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그럼에도 “한국이 성장하고 청년들의 기업가 정신을 키우기 위해서는 형과 김 전 회장의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적극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쌍둥이 형제는 오래 전부터 유명했다. 한 일간지에 서울대에 나란히 합격한 쌍둥이로 소개되기도 했다. 신문은 그 해 서울대에 쌍둥이 2쌍이 입학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집요한 면이 돋보이는 신운섭 교수는 당시 여성 쌍둥이 입학생 1쌍을 더 찾아냈다. 그리고 형과 함께 4명이 모여 미팅을 했다고 한다.

형제는 입을 모아 “아직도 해외에 기회가 많다”고 말한다. 중국이나 인도가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도 해외에 진출한 화교나 인도인들의 공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공산권이던 아프리카에 진출한 뒤 그걸 노하우로 리비아·이란 등 서방의 경제제재를 받던 나라에서도 승승장구하던 대우의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신운섭 교수는 “형의 책에 대해 언론은 ‘대우 해체’에만 관심 을 보이는 것 같다”면서 “김 전 회장과 형은 한국이 어떻게 성장 할 것이냐, 세계를 어떻게 다시 경영할 것이냐를 중심에 두고 그 방법으로 청년들의 해외 창업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을 가리키고 있는데 왜 손가락만 보고 있냐는 것이다.

1261호 (20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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