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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essay | 그래도 한국 주식을 사야하는 이유 

 

이정복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이정복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올해 초에 35년 간의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에 왔다. 그동안 만난 사람들마다 대부분 한국의 미래를 걱정했다. 특히 경제에 대해서는 거의 공포 수준이다. 중국의 추격이 거세고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날로 떨어지고 있어서다. 한국 경제의 대표주자라고 믿었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언론에선 앞다퉈 새로운 우려를 쏟아낸다.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을 보면 충분히 우려할 만하다. 일본의 20년 전 상황과 지금의 한국이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도 걱정을 부채질 한다. 고령화, 빈부 격차, 가계부채 등 간단한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선진국의 문턱에서 좌절할 것인가? 많은 나라가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변화에 빨리 적응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들의 가장 중요한 공통점이다. 이는 비단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개인의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변화에 적응해야 도태되지 않는다. 일본은 변화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긴 시간을 허비했다.

중요한 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제도와 정치·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기업문화의 변화도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정해진 사고방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생각을 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창의성을 다진 사람이 경쟁력에서 훨씬 앞서 나갈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한 때 잘 나갔던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 분야는 어려운 시기를 맞을 것이다. 소품종 대량 생산을 하는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계속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미국의 자동차산업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불가피하게 많은 부문에서 한국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어갈 것이다. 권위적인 기업문화를 바꾸고 기업지배구조를 선진화하지 않으면 앞으로 생존 자체를 위협받게 될 것이다. 미국이 성장 동력을 잃었음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노동과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경제 시스템 덕분이었다. 한국 정부도 간섭과 규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바꿔야 하고 노조도 합리적으로 변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을 때는 과거와 같은 금융위기를 겪지 않을 것이다. 위기는 대부분 방심할 때 오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가 많은 숙제를 안고 있지만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옆에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있고, 높은 교육열에서도 드러나듯 성공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단,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최근 대기업 대신 중소기업에 취직하기를 선호하는 대학 졸업생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를 접했다.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나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대체로 낙관한다. 특히 주식시장에 대해서 장기적으로 낙관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서다.주식을 사는 가장 좋은 시점은 투자가들이 손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산을 은행에만 저축하고 있을 때다. 게다가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퇴직연금을 안전 일변도로 운용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낙관적 전망의 근거다. 자산을 주식 등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상품으로 전환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1262호 (201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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