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CEO essay - 데이터 맥(脈)으로 디지털 금맥(金脈)을 

 

정철 지멘스 PLM 소프트웨어 코리아 사장

김성근 한화 감독에겐 ‘야신(野神)’이란 별명이 있다. 그는 치밀한 분석에 기반한 ‘데이터 야구’를 선보이기로 유명하다. 항상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다양한 정보를 기입한다. “아무 생각 없이 방망이를 휘두르면 어쩌다 하나 걸릴 수 있다. 그런 것은 잠시뿐이다. 분석이 없으면 오래가기 힘들다.” 김성근 감독이 어느 강연에서 한 말이다. 그는 데이터를 아는 사람이다.

19세기 프랑스의 수학자 라플라스는 세상의 모든 변수를 알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모든 힘과 위치를 아는 초자연적인 존재를 사람들은 ‘라플라스의 악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가 이야기하고자 한 요지는 데이터와 데이터 분석의 힘이라 생각한다.

199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널드 코즈도 ‘데이터를 충분히 고문하면, 자연은 원하는 답을 내놓는다’며 데이터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데이터가 경쟁력인 시대다. 빅데이터는 천연자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21세기 디지털 금맥이라 불리며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새로운 동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빅데이터 시장은 연평균 26.4%의 성장해 2018년 415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전체 IT 시장 성장 속도의 6배에 달하는 흐름이다.

빅데이터가 가진 잠재력은 제품 설계를 비롯해 제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은 공장의 각종 설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자동차의 결함을 사전에 발견, 대량의 리콜 사태를 사전에 예방하는 데 활용한다.

하나의 상품이 기획되고 폐기되는 제품의 수명주기 동안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에 대한 관리를 통한 혁신도 주목 받고 있다. PLM으로 대표되는 이런 데이터 정보관리 시스템을 통해작업 현장과 기획 부서, 경영진을 통합적으로 연결해 신속한 의사결정을 이뤄내고, 최적의 제품을 빠르게 출시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제품 기획에서 설계, 제조, 생산, 유지보수, 폐기까지의 필요한 때에(Time to Market) 필요한 제품(Right to Market)을 시장에 선보여 혁신을 달성하는 것이다.

데이터는 개인에게도 새로운 기회이자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3년 미국의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21세기의 가장 섹시한 직업으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꼽았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사회적 통찰력을 가지고 데이터에 접근해 가치를 뽑아내는 사람을 말한다. 페이스북·구글 등 세계적 IT기업들과 정부·학계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빅데이터를 기업 경쟁의 핵심 요소라고 판단해서다.

물론 데이터가 만능은 아니다. ‘분석한 결과에 따라 확률과 가능성이 높은 전술을 짜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황에 따라 데이터 밖의 것도 예측해서 판단해야 한다. 데이터만으로는 반쪽일뿐이다. 나머지 반은 현장에서 채워야 한다. 예측은 흐름의 세밀한 관찰 속에서 생겨난다. 그게 노하우고 경륜이다.’ 김 감독의 저서 <야신 김성근, 꼴찌를 일등으로>에 나오는 대목이다.

과거에는 경영자의 직관이나 판단 역량이 의사결정이나 기업운영에 큰 영향을 차지했다. 하지만 빅데이터 시대에는 통찰 역량이 더욱 중요하다. 직관이 본능적, 감각의 작용이라면, 통찰은 예리한 관찰과 철저한 분석에 기반한 합리적인 결정이다. 직감과 통찰, 둘 사이의 조화를 이뤄야 디지털 금맥을 캘 수 있다.

1265호 (2014.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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