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기업가 정신을 살리려면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이사
이른바 운동권이 기세를 떨치던 1980년대 대학가에서 당시 북한 김정일의 권력세습은 은밀한 논란거리이자 선전선동의 주제였다. 명색이 공산(共産)을 내건 국가에서 국가 권력을 아들에게 물려준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당시 친북 성향 운동권의 대응논리는 단순하고 강력했다. ‘공교롭게 김정일이 아들이기는 하지만 가장 탁월한 역량을 갖췄기 때문에 차기 지도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 생각해도 저질 개그 수준의 강변이다. 그러나 당시 이미 신념으로 김일성 체제에 동조하는 일부 운동권들은 북한의 세습이 사회주의 혁명정신을 계승하는 차원의 위대한 결단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자본주의 모순을 타파하고 새로운 체제를 수립하는 공산주의 혁명을 이끈 레닌·스탈린·마오쩌둥 나아가 김일성이 보여준 지도자의 정신과 자질에 대한 장황한 설명으로 이어졌다. 이른바 혁명의 여건이 형성되었을 때 인민의 역량을 결집하고 분출시키는 지도자의 불굴의 혁명정신은 중요한 성공 조건이라는 취지였다.

유물론자들인 좌파 운동권과 같은 맥락에 있는 경제 이론가들이 혁명정신과 리더십을 강조하는 것이 자가당착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사회 발전에서 정신적 요소의 중요성은 동의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도 근대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기업가 정신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실제로는 모순된 입장이다. ‘남이 하면 스캔들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처럼 공산혁명에서 지도자 정신은 중요하지만, 산업 발달에서 기업가 정신은 하찮다는 이중성이다. 20세기 초중반의 공산주의 혁명은 결과적으로 전체주의 체제로 이끌어 인민들의 자유를 억압하고 굶주리게 만드는 생지옥을 연출하는 자체 모순 탓에 소멸했다. 이와 달리 시장경제와 자유주의 체제의 기업가 정신은 결과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인간들의 삶을 풍요롭고 자유롭게 하는 원동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역사는 증언한다. 언제나 어디서나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끝판왕’은 인간의 정신이고, 이러한 정신이 합리성과 보편성을 확보하고 있을 때 진정한 발전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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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8호 (20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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