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한국 증시에 투자할 이유 망설이게 되는 이유 

 

이정복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해마다 이맘때면 한국 투자자들로부터 받는 질문이 있다. 올해의 증시 전망이다. 코스피 지수가 얼마 정도 될 것인가. 가치주에 투자를 해야 될 것인가 아니면 성장주인가? 대형주와 소형주 어느 쪽이 좋은가? 어려운 질문이다. 1년은 투자에서 너무 짧은 기간이기 때문이다. 알지 못하는 것을 맞추려고 하는 것이다. 차라리 점쟁이에게 가서 물어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내가 미국에서 한국 투자 펀드를 운용했던 20여 년 간 미국에서는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대부분 좀 더 근본적인 질문들이다. 일본처럼 한국도 고령화 시대인데 한국은 어떻게 다른가? 가계부채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무엇인가? 한국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디플레이션 우려가 존재 하는가? 한국의 기업지배구조가 좋아지고 있는가? 한국의 규제가 심한데, 규제 완화의 가능성은 어떤가 등등이다. 질문들이 구체적이고 답하기에도 주가 지수를 맞추는 것보다 훨씬 수월하다. 외국인들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간단하다. 나는 여유 자금 중 대부분을 지속적으로 우리가 운용하는 한국 펀드에 투자하고 있다고 간접적으로 대답한다.

내가 한국 증시를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많은 국내 투자가들이 주식시장에 대해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은 열악한 한국 투자가들의 주식문화 때문에 한국 주식들이 저평가 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 투자가들이 단기적인 투자문화, 연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 투자가들의 낮은 주식 투자 비중,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퇴직연금을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현상 등이 주식에 투자하기 좋은 여건을 마련해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상장사들의 주가가 회사 가치에 비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싸다. 흔히 쓰이는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을 비교했을 때 한국이 대부분의 외국보다 낮은 수준이다.

우리 투자팀은 투자하고 싶은 한국 회사가 아직도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같은 투자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패러다임이 변했기 때문이다. 과거보다 한국 기업들의 돈벌이가 힘들어졌다. 소품종 대량 생산으로 돈을 벌던 회사들은 중국 기업의 출현으로 경쟁력을 잃어갈 것이다. 과거에 좋았던 시절에 연연하면 안 된다. 매출이나 총자산 규모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시가총액이 훨씬 중요하다. 기업 간의 시가총액 순위 변화가 많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는 투자 기업을 판단할 때 경영진의 질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경영진의 도덕성, 능력, 지배구조 등이 투자하기 전에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항이다. 매출이나 자산 규모보다는 시가총액이 훨씬 중요하다. 시가총액을 늘리려면 주주들의 이익에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 감동 있는 경영을 해야 한다. 최근 기업들이 배당금을 늘리는 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좀 더 앞서서 변화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증시는 낙관적이라고 본다. 한국 국민의 근면성, 성공하려는 의지, 높은 교육열 등이 한국만이 갖고 있는 경쟁력이다. 좋은 기업이 계속 출현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증시의 호황이 오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기업들이 변해야 한다. 특히 한국 기업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경직된 회사 문화의 변화가 절실하다.

1269호 (201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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