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News

샤오미 성공의 비결 - 동인당의 신뢰 월마트의 효율 벤치마킹 

각 분야 일등 기업의 비결 흡수 대량 생산능력 확보가 과제 

홍창표 KOTRA 중국지역본부 부본부장

▎레이쥔 샤오미 회장.
미국에 ‘블랙 프라이데이’가 있다면 중국에는 ‘광군제(솔로의 날)’가 있다. 2009년부터 해마다 11월 11일이 되면 타오바오·징둥 등 대형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중심으로 대규모 할인 판촉 행사가 벌어진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Tmall)은 지난 11월 11일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했다. 11월 11일 0시부터 대대적인 할인 행사가 시작됐고, 불과 3분 만에 18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날 하루 동안 거래된 금액만 약 10조 35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거래액과 비교해 57.7% 늘어난 금액이다.

그중에서도 눈여겨볼 것이 휴대폰 판매다. 이날 하루 동안 Tmall에서는 189만대의 휴대폰이 판매됐다. 특히 샤오미의 휴대폰 판매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체 판매 물량의 61%가 샤오미의 휴대폰이었다. 매출은 약 2800억원으로 2위 화웨이(약 1230억원)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3년 새 매출 150배 성장


애플과 삼성이 양분하고 있던 휴대폰 시장의 대항마로 샤오미가 무섭게 부상했다. 샤오미는 중국어로 ‘좁쌀’이라는 뜻이다. 2010년 베이징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중관춘에서 레이쥔 회장을 비롯한 동업자 10여명이 좁쌀죽을 나눠 먹은 것에서 기업명이 탄생했다. 창립자 레이쥔은 그동안 사용했던 모든 휴대폰을 모아 각 기기의 장점과 단점을 조사했다. 그 끝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한 샤오미의 자체 OS인 ‘MIUI’를 개발했다. 이 OS를 탑재한 가격 대비 성능이 탁월한 휴대폰을 출시해 성공을 거둔 것이다. 샤오미는 단숨에 중국을 대표하는 모바일 기업이 됐다.

2011년 샤오미의 첫 휴대폰이 나오고 2개월 만에 매출 960억원을 달성했고, 2012년에는 2조2800억원, 2013년에는 5조 98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상반기에 이미 전년도 매출을 넘어섰으며, 연간 총 매출이 14조49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샤오미의 휴대폰 판매량은 7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2015년에는 1억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샤오미는 이미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름이 됐다. 얼마 전 중국시장에서 삼성을 제치고 휴대폰 판매 1위 기업이 되면서다. 샤오미는 올해 3분기에도 중국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16.2%로 삼성(13.5%)과 애플(4.7%)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약진도 놀랍다. 올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해 LG와 화웨이를 제치고 삼성과 애플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샤오미의 경쟁력은 몇몇 기업에 대한 철저한 벤치마킹에서 비롯됐다. 340년 역사를 가진 중국의 대표적 약재 기업인 동인당의 ‘속이지 않는 품질’이 첫 번째다. 동인당의 기업이념은 ‘당신이 한 일을 남은 모를지라도 하늘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레이쥔은 동인당이 지금까지 약재를 속이지 않아서 생존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샤오미 역시 동인당처럼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훠궈(중국식 샤브샤브) 프랜차이즈 기업 ‘하이디라오’도 벤치마킹 대상이다. 고객의 기대를 넘어선 상상초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먹던 수박을 가져가도 되는지를 묻는 손님에게 먹다 남은 수박을 드릴 수 없다며 새 수박 한 통을 제공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레이쥔은 직원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손님을 향한 더욱 친절한 서비스로 이어지는 것을 보고 내부 직원의 기분과 즐거움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또 하이디라오의 고객감동 서비스를 참고해 휴대폰 사용자가 샤오미 서비스에 만족할 수 있도록 고객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있다. 레이쥔은 “하나의 제품을 만들더라도 오랫동안 사용해보고 제품의 장단점을 확실히 파악한 후 출시한다”고 말했다. 만약 다양한 기종을 만들어 낸다면 이러한 과정이 생략될 수밖에 없다.

샤오미는 초기 모델인 홍미를 출시할 당시 40만대를 먼저 제작했다. 하지만 소비자 체험테스트 과정에서 불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오자 큰 손실을 감수하고 전량 폐기했다. 이는 샤오미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고객과 함께 만드는 휴대폰이다. 레이쥔은 과거 모토롤라와 노키아의 휴대폰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해당 기업에 제공했지만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레이쥔은 휴대폰 개발 후 항상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합리적이다’라고 생각하면 즉각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시스템에 도입하고있다. 샤오미는 매주 새로운 소프트웨어 버전을 업데이트 하고 있으며 4년 반 동안 무려 200여개의 업데이트 버전을 제공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소리를 듣는 것이며 고객과 함께 만드는 제품이 제일 좋은 제품이다. 만약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내게 바로 알려 달라. 요구하는 기능을 만들어 당신 휴대폰에 제공하겠다.” 레이쥔의 고객소통 마인드가 샤오미 성공의 비결인 셈이다. 고객은 샤오미의 휴대폰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되고 이는 다른 기업과 차별화되는 요소다.

레이쥔은 월마트와 코스트코에서도 중요한 경영의 교훈을 얻었다. ‘고효율성’이다. 월마트는 설립 당시 도소매 유통업의 효율이 낮은 것을 발견했고, 유통마진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월마트는 중간 유통단계를 확 줄였으며, 결과적으로 40여 년이 흐른 후 세계 최대 유통기업이 됐다. 이처럼 샤오미도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온라인 판매를 고집해 유통마진을 줄이고 휴대폰 가격을 낮췄다. 레이쥔은 앞으로도 전문 매장을 통한 제품판매는 하지 않을 계획이다.

“고객과 함께 만드는 제품이 좋은 제품”

샤오미의 ‘시장 세분화 전략’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대표적인 포인트가 휴대폰의 전면 카메라다. 스마트폰의 앞과 뒤에 카메라가 장착된 경우, 두 카메라의 화질을 다르게 한다. 주로 사용하는 뒷면 카메라의 화소 수가 높은 게 일반적이다. 블로그나 페이스북 같은 개인 SNS가 보편화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셀카족(스스로 자신의 사진을 찍는 사람)’이 늘고 있고,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갈수록 전면 카메라의 화질이 새로운 차별 포인트로 부각되고 있다. 샤오미도 이 같은 시장의 수요에 따라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전면 카메라 화소를 높이고, 나머지 하드웨어 사양은 저가로 맞춰 보급형 시장을 겨냥했다. 샤오미 스마트폰 MI4는 전면 카메라가 800만 화소로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200만~300만 화소)보다 월등히 높다.

앞으로 샤오미가 극복해야 할 문제도 있다. 글로벌 톱 기업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동안은 소량 생산으로도 시장수요에 대처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아니다. 샤오미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급속도로 늘고 있어서다. 늘어나는 수요는 맞추면서도 지금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향후 샤오미가 극복해야 할 제1 과제다.

1267호 (2014.12.29)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