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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남 모두컴퍼니 대표 - 주차 걱정은 ‘모두의 주차장’에 맡기세요 

주차 정보 실시간 제공하는 앱 인기 … 주차 공간 공유 서비스도 주목 


▎사진:지미연 기자
자동차 2000만대 시대다. 가구당 차 한 대는 있는 셈이다. 도심 지역 상습 정체 구역이나 명절 귀성길에 도로를 가득 채운 차량 행렬을 두고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했다’라는 표현도 이젠 익숙하다. 주차장 같은 도로만이 문제가 아니다. 실제 주차장 사정도 만만치 않다. 서울 도심에선 주차 자체가 어렵다. 약속 장소가 자주 다니던 곳이 아닐 경우 주차 장소 찾는 일이 고역이다. 약속 장소에 도착했지만 주차장은 보이지 않고 시간만 지나가게 마련이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여느 운전자나 익숙한 경험이다. 미국 뉴욕의 타임워너에서 15년 간의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2008년 귀국한 강수남 모두컴퍼니 공동대표도 그랬다. 그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메이슨대에서 박사를 수료한 이후 미국에서 생활했다.

강 대표는 한국에 돌아와 NHN과 뉴욕주립대 한국캠퍼스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그에게 한국에서의 주차는 언제나 도전이었다. 미국에선 경험하지 못한 주차 문제를 곳곳에서 겪었다. 주차장에 대한 정보를 구하기 어려웠다. 주차장 위치와 가격은 물론 휴무일과 주차 대수를 알 길이 없었다. 주차할 수 있는 도로인지 여부를 알 길이 없는데다, 주차장 관련 도로표지판이나 안내문도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주차장 시설과 법규도 천차만별이다. 차량이 언제 어디에 주차돼 있는지 자동으로 관리해주는 첨단 주차장부터 맨땅에 줄 그어 놓고 관리인이 요금 받는 곳까지 차이가 컸다. 여기에 주차장 규정을 각 지방자치단체가 알아서 정하다 보니 운영방식이 제각각이었다.

강 대표는 “한국의 주차 규제는 지나치게 편의주의적”이라고 지적한다. 8차선 도로부터 주택가 골목길까지 대부분 주차금지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상가 앞 여유 공간은 공공용지다. 하지만 상가 운영자들이 장사를 못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사유화했다. 상가를 찾는 이들만 주차할 수 있다. 손님이 아니다 싶으면 견인센터에 연락하는 일까지 있다.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은 주차를 못 하게 하는 횡포다. 주차를 관할하는 공공기관의 단속도 애매하다. 단속인원이 부족하다 보니 단속에 걸린 시민들에게서 ‘왜 나만 단속하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강 대표는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이익을 생각하기보다는 주차와 관련한 사회 이슈를 해결하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며 “규제가 많고 단속 기준도 미흡한 데다 주차할 장소마저 찾기 어려운 현실에 합법적인 주차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주차 자체가 하나의 도전

창업 당시 그의 나이는 40대 중반이었다. 장년 창업이라 주위에서 말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있었다. 정보통신(IT) 기업에 다니면서 회사를 나가 창업하는 동료를 자주 접했다. 미국에서 타임워너를 다니던 시절에도 다양한 창업자를 만났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마음속에 언젠간 창업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담고 키워왔다. 한번 해볼 만한 도전이라고 생각해서다. 마음을 굳힌 그는 주차장 관련 아이템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목표는 주차장의 위치와 가격 정보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서는 주차장 공유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사업화 하기 위해 준비하던 과정에서 비슷한 생각을 한 김동현 공동대표를 만났다. 의기투합한 이들은 2012년부터 함께 사업을 준비해 2013년 ‘모두의 주차장’이란 애플리케이션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는 “최근의 모바일 환경에서는 과거에 비해 창업 환경이 훨씬 쉬워졌고, 창업 비용도 거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모두의 주차장은 출시와 동시에 주목 받았다. 2013년 11월에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주관하는 ‘대한민국 모바일앱 어워드’에서 혁신상을, 2014년에는 ‘대한민국 인터넷 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사용자의 위치를 기반으로 가까운 주차장 위치와 요금정보 등을 제공한다. 기자도 취재를 위해 앱을 다운받았다. 앱을 실행시키니 주변 지도가 화면에 뜬다. 지도에는 주변에 주차할 수 있는 곳이 빼곡하게 표시돼 있다. 공·민영 주차장이 대부분이지만 개인이 등록한 ‘공유주차장’도 있다. 시간당 주차 요금도 나온다. 간간이 요금 대신 커피잔 표시가 나오는 건물도 있다. 찾아보니 커피 한잔을 시키면 시간당 저렴한 가격으로 주차할 수 있는 장소였다. 인근 대형마트 주차장 정보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앱을 실행할 때 원하는 주차 조건을 설정할 수도 있다. 주차장 종류, 카드 결제 여부 등의 조건을 설정해 주차 공간을 찾는 필터 기능도 유용하다. 내비게이션과 연동돼 있어서 도착지까지 길도 안내해주고 도착지 주변 주차 공간도 지도에서 찾을 수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활용해 공공·민간 주차장의 정보를 제공하는 ‘스마트 파킹’ 모델이다. 주차 위치와 가격뿐만 아니라 주차 체증, 불법 주차 등의 문제를 한번에 해결해 준다.

2013년 12월 시작한 주차 공간 공유 서비스도 주목 받고 있다. 사용하지 않는 서로의 주차 공간을 나누는 공유경제다. 집이나 가게 앞 공터가 있는 사람은 ‘공유주차장’으로 등록하고 돈을 벌 수 있다. 주차비는 30분 단위로 자유롭게 정한다. 공유주차장 평균 주차료는 시간당 1000~2000원 정도. 공유주차장을 이용하려면 신용카드 정보를 등록해놔야 한다. 그는 “모두의 주차장은 우리나라에 스마트 파킹이 제대로 정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적극적인 사업 확장과 연구개발에 힘을 쓰겠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관련 기술에 관심

모두의 주차장은 업무 제휴에도 적극적이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회사 현대엠엔소프트, 인터넷 포털 네이버와 양해각서를 맺고 주차장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업계의 관심을 모은 협력 가운데에는 내비게이션앱 ‘김기사’와의 협업도 있다. 차량에 올라 주행을 할 때는 ‘김기사’를 활용하고 주차할 때는 모두의 주차장이 해결해주는 방식이다. 그가 제시한 모델은 해외에서도 주목 받았다. 핀란드 헬싱키 소재 관련 연구소에서도 직접 한국을 찾아 모두의 주차장을 비롯한 관련 업체들에게 자문을 얻기도 했다. 강 대표는 “앞으로 주차장은 전철역 근처나 버스 환승역 등의 역세권과는 또 다른 교통의 허브 역할을 하게 될것”이라며 “주차장 관련 정보들을 IT 기술과 융합시키고 활용 방법을 키우는 비즈니스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주차장은 단지 자동차만 두는 공간이 아닙니다. 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활동이 시작되는 장소이지요. 여기에서부터 새로운 문화와 생활공간이 창출되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전개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267호 (2014.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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