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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건 LG스포츠 사장 - 자생력 갖춘 명문구단 향해 뛴다 

다양한 스포츠 마케팅 방안 고민 … 미래 스타 키울 인프라 구축에 투자 


▎남상건 LG스포츠 사장.
2014년은 이상하리만치 우울한 해였다. 세월호가 침몰해 수많은 희생자를 내고, 콘서트장 시설물이 붕괴되면서 또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까지 겹쳐 전반적으로 어두운 소식이 많았다. 우울한 분위기를 돌려놓는 데 스포츠 만한 게 없다. 많은 사람이 초록색 그라운드를 시원하게 가르며 담장 밖으로 날아가는 홈런 한방,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링을 통과하는 3점슛을 바라보며 시름을 달랬다.

프로야구와 프로농구는 국내 대표 인기 스포츠다. 프로야구는 지난해 650만 관중을 동원하며 국내 최고의 인기 스포츠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올해는 경기수가 늘어 800만 관중 돌파도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프로농구는 2001-2002 시즌 이 후 매 시즌마다 100만명 이상의 관중을 모으며 꾸준한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인기는 끄는데 그에 걸맞은 시장 환경이 여의치 않다. 예컨대 프로야구만 봐도 그렇다. 많은 팬을 보유하고도 적자에 허덕이는 구단이 수두룩하다. 스포츠 마케팅 시장과 문화가 성숙하지 않아 돈을 벌 여지가 많지 않은데다 야구장을 소유한 지방자치단체와 광고권 등을 놓고 불협화음이 일기도 한다. 구단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월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남상건(61) LG스포츠 대표를 만나 한국 프로스포츠가 나아갈 길을 물었다. LG스포츠는 야구단 LG 트윈스와 농구단 창원LG 세이커스를 운영하고 있다. LG 트윈스는 지난해 9개 야구단 중 가장 많은 관중(117만명)을 모은 인기 구단이다. 창원LG 세이커스는 지난해 프로농구단 최초로 홈 관중 200만명 돌파 기록을 세운 명문 구단이다. 남 대표는 “야구와 농구의 최고 인기 구단을 이끌고 있어 자부심도 크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LG전자와 디스플레이에서 오래 근무하다 낯선 스포츠 분야를 맞아 성공적인 1년여를 보냈다.

“아무래도 기존에 있던 조직과 문화와 가치가 달라 어려움이 많았다. 내부 분위기를 파악하고 프로 스포츠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주력했다. 날마다 승패가 결정되는 독특한 승부의 세계인 만큼 스트레스도 심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여유도 생기는 것 같다.”

직접 경험한 프로 스포츠 시장은 어땠나?

“경영자 입장에서 많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재 국내 프로야구 시장 규모는 약 3500억원 정도다. 10구단 체제가 완성되는 올해는 약 4000억원 정도의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 프로야구의 인기나 선수들의 몸값을 생각하면 많이 부족한 규모다. 훨씬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경기를 펼치고, 더 좋은 제도, 더 좋은 마케팅을 도입한다면 미국과 일본 부럽지 않은 시장이 열릴 수 있다. 갈수록 구단을 경영하는 사람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 주력할 계획인가?

“건강한 시장을 만들려면 구단의 자생력을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상당수의 프로구단은 모기업의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입장료 수입, 중계권료, 스폰서(광고)료, 상품 판매로 발생하는 매출은 전체 운영비의 절반 정도다. 나머지는 모 기업 계열사의 광고나 지원에 기대는 구조다. 모기업 광고의 회계처리를 하는 방식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적자라고 보면 된다. 다양한 수익 창출 방안을 고민하고, 활발한 스포츠 마케팅을 펼쳐 수익성을 높여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모기업 없이 운영하는 넥센 히어로즈가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합에서는 적이지만 장점이 있다면 보고 배워야 한다.”

지자체와의 갈등, 낮은 중계권료 등 외생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구장 내 광고권 수익을 놓고 서울시와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방송사가 책정한 경기 중계료도 낮다는 지적이 많다. 아쉽고 답답한 일이지만 서울시나 방송사도 나름의 입장이 있어 뭐라 쉽게 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같이 잠실구장을 임대해 사용하는 두산 베어스와도 충분한 상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구단이 비즈니스 모델로 건전하게 자리잡기 위해서 구장 운영 수입 및 광고, 방송 중계권 등에 대해 폭넓은 자율권을 가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많은 관계자가 머리를 맞대고 대승적 차원에서 논의해 풀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자유계약(FA) 제도가 활성화 되면서 선수들의 몸값이 지나치게 뛰었다는 지적이 있다.

“구단은 적자인데 선수들 몸값이 계속 오르는 것은 아이러니다. 물론 선수들도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범위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FA선수가 쏟아졌던 지난해 LG 트윈스는 박용택 선수와 4년 50억원 규모의 계약을 했다. 무섭게 치솟은 선수들의 몸값과 LG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박 선수의 상징성과 활약을 감안할 때 적정한 금액이었다고 생각한다. 몸값이 너무 비싼 외부 FA 시장에서는 일찌감치 철수했다. 구단이 가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2군 선수를 잘 육성한다면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LG 트윈스의 트레이드 마크로 불리는 신연봉제도도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중간계투 선수들이 연봉 협상에서 손해를 본다는 의견을 반영해 수정하는 등 진화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에 문을 연 LG챔피언스 파크가 화제다.

“1000억원 넘는 돈을 들여 2군 선수들을 위한 시설을 마련했다. 국내 프로야구나 농구의 규모를 생각하면 엄청난 투자다. 그만큼 먼 미래를 바라보고 과감한 결단을 했다. 실전경기와 연습이 가능한 야구장 3개와 실내 운동 시설을 갖췄다. 호텔 수준의 숙소까지 마련해 2군 선수들의 반응이 좋다. 벌써 현장에서는 ‘기존 훈련장 대비 훈련 효과가 3배 이상 좋아진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선수가 나오게 마련이다. 프로 스포츠 경기의 수준을 높이고, 선수의 저변을 확대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LG 트윈스와 창원LG 세이커스의 열성팬이 많다.

“항상 많은 응원과 격려를 보내줘 감사하다. 명문 구단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올해 신년식에서 ‘일등 LG’를 강조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일등은 조금 다르다. 한 두 해 반짝하고 못하는 구단이 되면 명문 구단이 될 수 없다. 꾸준하게 잘 해야 한다. 어떤 상대를 만나든 LG를 만나면 힘들고 어려운 경기를 해야 한다는 공포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코칭 스태프와 선수들이 이런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잘 지원해 돕겠다. 또 합리적인 경영으로 자생력을 갖추고 오래가는 구단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1270호 (2015.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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