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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티볼리’ - 가격 대비 성능 “끝내주죠” 

견고하면서 알찬 주행감 … 세심한 인테리어 돋보여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뭐 이렇게 오래 뜸을 들이나?’ 쌍용자동차가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개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3년이 훌쩍 지났다. 지난해 초에는 당장이라도 출시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소형 SUV개발 과정인 ‘X100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란 소식만 들릴 뿐 해를 넘겨도 실물은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사이 쉐보레는 가솔린 소형 SUV ‘트랙스’를 내놨고, 르노삼성은 소형 디젤 SUV ‘QM3’를 출시해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을미년 초 드디어 쌍용의 신차가 공개됐다. 이름은 ‘티볼리(TIVOLI)’. 이탈리아 로마 근교의 아름다운 휴양 도시에서 따왔다. 인도 마힌드라와 인수·합병(M&A)을 거친 후 처음 선보이는 신차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42개월의 연구개발 기간을 거쳤고, 350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했다. 경쟁자들이 시장을 선점하는 사이에도 묵묵히 가다듬고 또 가다듬었다. 그 결과 ‘물건’이 하나 등장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탁월하다. 자동변속 모델을 기준으로 1795만원(TX)부터 시작하며, 1995만원(VX), 2220만~2347만원(LX) 트림으로 구성됐다. 쉐보레 트랙스, 르노삼성 QM3보다 저렴한 것은 물론, 엔트리카로 큰 인기를 누리는 준중형 세단과 비슷한 가격대다. 준중형 가격대에 매력적인 엔트리 SUV차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마힌드라와 합작한 첫 작품


▎1. 다양한 기능과 공간이 알차게 조합된 실내 인테리어. 2. 트렁크 공간은 크지 않으나 뒷좌석 의자를 접으면 꽤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티볼리의 디자인은 독특하다. 쌍용차 관계자는 “작지만 정통 SUV의 느낌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말했다. 듬직한 바디와 넉넉한 실내공간, 주행편의가 돋보이도록 설계했다. 콘셉트카인 X100 시절에 비해서는 조금 단조로운 느낌이 있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선이 주는 강함과 콤팩트한 차체가 주는 당돌함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외관 디자인은 꽤 여러 종의 차를 연상 시킨다. 정면에서 살짝 올려다보면 코란도 시리즈의 인상이 강하다. 두툼한 앞부분과 보닛의 굴곡이 쌍용의 DNA를 담고 있다. 약간 박스 형식으로 꾸며진 몸체는 언뜻 기아차 쏘울 같은 느낌도 있다. 세련되게 기울어진 루프와 뒤로 떨어지는 라인에서는 레인지로버의 이보크가 연상되고, 후면부를 보면 BMW 미니 페이스맨이 떠오른다. 리어 램프 위쪽 라인은 닛산의 CUV 쥬크가 연상된다. 신기하게도 여러 요소가 매력적으로 잘 조합됐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눈과 코, 입을 가져다 모은다고 최고의 미인이 탄생하지는 않을 텐데, 티볼리는 꽤나 잘 빠졌다.

실내는 더욱 매력적이다. 티볼리가 왜 그렇게 뜸을 들였는지 납득이 가는 대목이 많다. 그만큼 하나하나를 신경 썼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D컷 스티어링휠이다. 동그란 핸들의 아랫 부분을 살짝 깎아 영문자 D를 엎어놓은 듯한 모양을 만들었다. 스포츠카에 주로 장착하는 핸들로 젊은 운전자들에게 인기를 끌 만하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무릎 공간을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덤이다. 버튼 하나로 3가지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일반(Eco)·파워·윈터(눈길 주행) 모드로 전환이 가능하다. 2000만원대 초반 차급에서는 보기 드문 기능이다. 전자식 계기판은 무려 6가지 컬러로 바꿀 수 있다. 기분에 따라, 본인이 보기 쉽고 선호하는 색상을 고르면 된다. 계기판의 바탕색을 살짝 바꾸는 것만으로도 차 안의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는 것이 느껴진다. 1.5L 페트병 까지도 수납이 가능한 공간, 깊숙하게 많은 물건을 넣을 수 있는 글로브박스, 스마트폰이나 간단한 소지품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알차게 자리잡았다. 창문 유리의 마감도 깔끔하게 했고, 엔진룸과 외부 차체 사이의 방음재도 꼼꼼하게 채워 넣었다. 다만, 약간 조잡해 보이는 센터페시아의 조작 버튼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티볼리는 1597cc 가솔린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최고출력 126마력, 최대토크 16kg·m의 성능을 가졌다. 배기량의 한계 탓에 눈에 보이는 숫자는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 직접 경험한 티볼리는 기대 이상의 주행 성능을 뽐냈다. 쌍용차의 모델은 초반 응답성이 다소 굼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티볼리는 가솔린 모델임에도 꽤나 경쾌하게 움직인다. 다른 차에 비해서 탁월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다른 쌍용차 모델에 비해서는 확실히 개선된 것이 느껴진다. 시속 100km까지는 큰 스트레스없이 부드럽게 올라간다. 그 이후에도 약간 강한 엔진음을 내긴 하지만 비교적 잘 달린다. 코란도C와 비교했을 때 서스팬션이나 핸들이 조금 더 단단하고 견고해졌고, SUV 치고는 차의 무게 중심도 상당히 낮은 편이다. 가격을 고려하면 흠잡을 때가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엔진과 변속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티볼리는 GDI(직분사방식) 엔진이 아닌 MPI(간접분사방식) 엔진을 채택했다. 두 엔진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 GDI 엔진은 MPI에 비해 연료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대신 소음과 진동이 심하다. 질 나쁜 기름을 주유할 경우 내구성도 떨어진다. 가격은 GDI 엔진이 조금 더 비싼 편이다. 티볼리는 최근 유행하는 GDI 엔진을 과감하게 버리고 MPI를 택했다. “단순히 GDI와 MPI를 비교하면 MPI가 더 낫다는 생각을 했다.

쌍용차 특유의 변속충격 없애

물론 GDI에 터보 엔진을 장착한다면 더 좋을 수 있지만 그러면 지금 가격대에 생산이 불가능하다. 유행을 따르기보다는 소비자를 위한 최상의 선택을 했다.” 쌍용차 엔진 개발 전문가의 설명이다. 티볼리에 처음 장착한 아이신 변속기와 엔진의 조화도 훌륭했다. BMW 미니에 장착하는 변속기다. 사실 변속기는 그 자체보다 엔진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쌍용의 코란도C의 경우 변속충격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티볼리에서는 변속충격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수치 이상의 퍼포먼스를 보인 것에는 변속기의 역할이 컸다는 생각이다.

티볼리의 등장에 엔트리카 시장이 들썩거린다. 준중형 세단, 소형 SUV, 일부 소형 수입차까지 모두가 경쟁 모델이다. 가솔린 모델만 있다는 것은 약점이다. 디젤SUV를 선호하는 최근의 트렌드에 어긋난다. 쌍용차는 올 6월 정도에는 디젤 모델도 추가할 계획을 밝혔다. 직접 경험한 티볼리는 가솔린 모델로도 충분히 어필할 듯하다.

1271호 (20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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