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나와 사회의 자존감 키우자 

 

차문현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

영화 [페널로피(Penelope)]는 가문의 저주 때문에 ‘돼지코’를 갖고 태어난 명문 귀족 윌레른가(家)의 딸 이야기다. 살짝 들린 ‘들창코’가 아니라 진짜 돼지의 코다. 부모는 아이가 세상의 구경거리가 되는 것이 싫어 격리한 채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이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귀족 남자와 만나 진정한 사랑을 나눠야 한다. 부모가 페널로피에게 저주를 풀어줄 사랑을 구해주기로 하자 많은 귀족 남자가 부유한 배경을 탐내 몰려든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모두들 기겁을 하고 달아나곤 한다.

그러던 중 패널로피의 비밀을 캐려는 기자가 노름빚에 시달리던 맥스를 거짓 신랑감으로 잠입시킨다. 맥스는 페널로피의 진실된 모습에 사랑을 느끼지만 귀족 신분이 아닌 자신은 그녀의 저주를 풀지 못한다는 생각에 그녀를 떠난다. 자신의 외모 때문에 맥스가 떠났다고 생각한 페널로피는 머플러로 얼굴을 가린 채 그를 찾아 나선다. 낯선 도시의 거리로 나선 그녀는 지금까지 몰랐던 세상의 자유로움을 느끼고 자신의 모습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그녀를 찾아낸 엄마는 돈을 보고 결혼하려는 귀족 청년과 결혼을 성사시키려고 하지만 이미 자유를 맛본 그녀는 결혼을 거부하며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해요”라고 외친다. 그러자 놀랍게도 마법이 스르르 풀린다. 결국 그녀의 저주는 다른 타인에 의해 풀릴 수 있는 저주가 아닌 스스로의 모습을 인정할 때 풀리는 저주였던 셈.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일깨워준다.

자존(自尊), 스스로 ‘자(自)’에 높일 ‘존(尊)’이다.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높이 여기는 것이다. [책은 도끼다]의 저자이자 유명 광고기획자인 박웅현씨는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여덟 단어]에서 ‘자존’을 첫 번째로 꼽았다. 어느 날 다섯 살 아들을 둔 여자 후배가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행복해질 수 있냐고 묻자 이렇게 답했단다. “이 세상에 중요한 가치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자존이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해. 스스로를 존중하는 마음, 이게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독일 심리학자인 배르벨 바르데츠키가 쓴 [회사에서 왜 나만 상처 받는가]에 나온 미국의 흑인 배우 모건 프리먼 인터뷰 일부.

기자 : 제가 프리먼씨에게 ‘검둥이’라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요?

프리먼 : 아무 일도 없어요.

기자 : 왜죠?

프리먼 : 기자 양반이 나를 ‘검둥이’라고 부르면 잘못된 단어를 사용하는 당신에게 문제가 있는 겁니다.

자존감은 어떤 거부나 모욕, 거절, 인신공격이 있더라도 자신을 겨냥한 것으로 느끼지 않도록 보호해준다. 우리를 충격에 빠뜨리는 잇단 사건과 사고, 경제 불황 등으로 개인의 자존감뿐만 아니라 사회의 자존감마저 바닥까지 떨어졌다. 하루 빨리 자존감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불행의 악순환으로 빠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자존감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신경정신 전문가들은 첫째 자신을 용서하기, 둘째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셋째 자기 격려하기라고 말한다. 결국 우리 모두의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해 주는 것은 ‘멋진 귀족 남자와의 사랑’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노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떠올릴 필요가 있다.

1273호 (20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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