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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부장이란? - 물동이를 지고 외줄을 타는 존재 

위·아래로 치이는 ‘미생’ ... 회사의 허리라는 자부심도 


2015년 대한민국의 부장은 어떤 모습일까? 부장들은 스스로를 어떤 단어로 표현할까? 189명의 부장들에게 ‘대한민국에서 부장은 ( )다’란 문장의 빈칸을 채워달라 부탁했다. 각양각색의 답이 나왔다. 위로는 임원의, 아래로는 부하 직원의 눈치를 보며 하루를 살아가는 부장들의 모습이 투영됐다.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조직까지 이끌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도 묻어났다. 이와 달리 일부는 권한 없이 책임에만 내몰리는 ‘계륵’이라는 단어로 부장을 표현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미생>을 활용한 대답이 많았다. 8명이 ‘부장은 미생(未生)이다’고 답했다. 임원이 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삶을 준비해야 하는 부장의 삶을 미생으로 표현한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드러나는 ‘미생’ 류의 답 들은 또 있다. 스스로를 ‘갈림길에 선 사람’이라 표현하고, ‘물동이를 지고 외줄을 타는 존재’라고 말했다. ‘삶의 위기’ ‘한치 앞을 모를 두려움’이라고 직접적으로 적어준 이도 있다.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느끼는 이도 적지 않다. ‘작은 사장’ ‘부서의 CEO’라 답했다. 리더라는 단어에 고독하다거나 외롭다는 수식어를 붙이는 경우도 자주 눈에 띄었다. 모든 조직의 수장이 그렇듯 부장에게서도 홀로 많은 짐을 지고 부서를 이끄는 모습이 연상된다.

이 시대의 부장은 ‘수퍼맨’이다. 실무에도 뛰어나야 하고, 조직 통솔에도 능력을 보여야 한다. 때론 부원들을 다그쳐야 하고, 때로는 소통하며 실적을 내야 한다. 대한민국의 부장은 축구의 리베로이자, 멀티플레이어, 플레잉 코치의 역할을 한다. 대한민국의 부장이란 직함은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1273호 (201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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