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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교수의 ‘유대 창업마피아’ ④ 엘론 머스크 - “사람의 그릇은 자신의 생각보다 크다” 

꿈 이뤄가는 극적인 삶에 대중 열광 … 우주화물선, 전기자동차 등 끊임없이 도전 

홍익희 배재대 교수
‘창업만이 살 길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업에서 찾자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많은 청년이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도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 이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창업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집단은 유대인이다. 이들의 창업 생태계에서 성공의 실마리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실리콘밸리의 창업네트워크를 분석한다.

미국 경제잡지 [포춘]은 ‘2013년 비즈니스 분야 톱 인물’ 1위로 엘론 머스크를 선정했다. 이에 앞서 [타임]도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 100대 인사’를 선정하면서 엘론 머스크를 커버스토리로 내세웠다. 왜 미국인들은 엘론 머스크에 열광할까?

그의 삶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이며 그의 꿈이 한 편의 공상과학 판타지소설처럼 원대하기 때문이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이 바로 엘론 머스크다. 그는 무일푼으로 시작한 창업이 대박을 쳐 거부가 되었다. 하지만 무리한 연속 창업과 투자로 부도 일보직전까지 몰렸다가 다시 회생했다. 삶 자체 극적이다. 그리고 그는 인류에게 3가지 원대한 꿈을 전하고 있다. 8만여 명이 거주할 수 있는 화성 주거지를 2030년쯤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인류를 화석연료로부터 해방하겠다고 말했다.

파산 직전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해 12살에 비디오 게임 코드를 직접 짜 500달러에 팔았다. 스탠퍼드 대학 박사과정에 입학한 그는 창업을 위해 이틀 만에 학업을 접고, 24살에 ‘집투(Zip2)’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각종 매체에 온라인 콘텐트를 제공하는 회사였다. 뉴욕타임스·시카고트리뷴 등이 고객이었다. 머스크는 당시 돈이 없어 작은 임대사무실을 빌려 담요 위에서 자고 샤워는 근처 YMCA회관에서 해결해야 했다.

집투는 컴팩이 인수한 알타비스타가 3억7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머스크는 현금 2200만 달러를 받아 28살에 억만장자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온라인 금융 시장에 뛰어들었다. 1999년 1000만 달러를 투자해 ‘X.com’이라는 인터넷 전자상거래 서비스 회사이자 인터넷 은행을 창업했다. ‘X.com’은 유대계인 피터 틸과 막스 레브친이 세운 ‘페이팔’과 합쳤다. 머스크는 페이팔의 CEO가 돼 ‘페이팔 마피아’의 일원이 됐다. 그 뒤 페이팔은 2002년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고, 얼마 안 돼 15억 달러라는 거액으로 이베이에 팔렸다. 머스크는 1억6500만 달러 상당의 이베이 주식을 받았다.

10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두 번의 큰 성공을 거둔 그는 더 큰 꿈을 위해 도전했다. 그는 우주탐사에 쓰일 재생 가능한 로켓을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02년 민간우주선 개발회사 ‘스페이스X’를 창업했다. 그리고 2003년 전기자동차 개발회사 ‘테슬라 모터스’, 2004년에 태양광 패널 제작회사 ‘솔라시티’를 잇따라 창업했다. 이후 몇 년간 투자는 계속됐다. 하지만 돈은 벌 수 없었다. 머스크는 2008년 크리스마스 직전 “세상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고 말한다. 스페이스X 로켓 발사는 세 번째 실패했고, 테슬라 모터스는 자금 확보에 차질을 빚고, 솔라시티 투자자들은 자금지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며칠 뒤면 파산 신고를 해야 하는 막다른 상황이었다. 이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났다. 크리스마스 전날 오후 6시에 펀딩을 받은 것이다. 기막힌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한 달 뒤 스페이스X는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16억 달러 프로젝트 용역계약을 맺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화물을 수송하는 사업자로 스페이스X가 선정됐다. 같은 해 5월에는 테슬라 모터스가 독일 다임러사로부터 50억 달러를 투자받았다. 스페이스X는 마침내 2010년 우주선 발사에 성공했다. 그리고 2014년 5월에는 우주 화물선 발사에도 성공해 상업용 우주비행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우주사업보다 더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전기자동차다. 설립 후 7년 간 전혀 수익을 내지 못한 사업이다. 2005년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개인 자격으로 테슬라 모터스에 투자했다. 래리 페이지의 유일한 투자였다. 2010년 테슬라 모터스의 첫 번째 양산형 제품인 ‘로드스터’ 출시 가격은 무려 10만9000달러였다. 하지만 목표 대수 이상은 팔았다. 그 뒤 머스크는 2012년 스포츠카 스타일의 전기자동차 ‘모델s’를 선보였다. 멋진 디자인으로 배터리 용량 40kWh 사양의 경우 미국 시장 기본 가격은 5만9900달러였다. 85kWh 사양은 7만7400달러다. 한 번 충전으로 400㎞ 이상을 주행하고 전기충전소 확대로 실용성은 점차 나아졌다. 전기자동차 보급을 위해 충전소 이용 가격은 무료로 책정했다. 궁극적으로 자동차 연료비를 없애겠다는 머스크의 포부에 따른 것이다.

공해 없는 전기자동차에 도전

미국 2위의 태양광 패널 회사인 솔라시티는 20년 내 미국 가정집 지붕 대부분을 태양열판으로 바꾸어 놓을 계획이다. 설치는 공짜로 해주고 전기료보다도 적은 임대료를 받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4년 고효율 태양광 발전판 생산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을 사들였다. 그리고 뉴욕에 세계 최대 태양광 발전판 생산 공장을 짓겠다고 선포했다. 머스크는 어릴 적 다짐했던 원대한 꿈 3가지 ‘인터넷, 청정에너지, 그리고 우주로의 진출’을 모두 이뤄내고 있다.

2015년 들어 그는 저궤도 위성 수백 개를 띄워 지구 전역을 연결, 인터넷 접속이 가능토록 한다는 구상을 냈다. 향후엔 화성에서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최근 구글과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가 스페이스X의 지분 10%를 10억 달러에 인수했다. 구글은 지형적인 문제나 경제적인 이유로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는 지역 주민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망 보급 사업에 관심이 많다. 사람들이 엘론 머스크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가 대담한 이상에, 기술과 디자인과 상업성을 접목시켜 연속적으로 혁신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원대한 꿈을 꾸고 하나씩 실천해 가는 모습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더구나 1971년생이니 아직 젊은 44세다. 머스크는 “사람들의 그릇은 그들이 깨닫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며 “그저 ‘시도(try)’하는 것만이 혁신의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홍익희 - 배재대 교수. KOTRA 근무 32년 가운데 18년을 뉴욕· 밀라노·마드리드 등 해외에서 보내며 유대인들을 눈여겨보았다. 유대인들의 경제사적 궤적을 추적한 [유대인 이야기] 등을 썼으며 최근에 [달러 이야기], [환율전쟁 이야기], [월가 이야기]를 출간했다.

* 미국의 유대계 매체에서는 엘론 머스크나 피터 틸을 유대인인 듯 다루고 있으나 그들이 유대인이 아님이 확인되었다.

1274호 (2015.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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