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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 - O2O·스마트·녹색·SNS가 대세 

온라인 업체와 손잡는 오프라인 매장 늘어 … 친환경 제품도 인기 

홍창표 KOTRA 중국지역본부 부본부장

▎중국에 스마트 소비가 확산되면서 특정 스마트기기 브랜드의 매니어 층이 생겨나고 있다. 새로 나온 아이폰을 사기 위해 베이징 애플매장에 몰려든 중국인들
갓 태어난 자녀를 둔 기혼 남성 L씨(30). 그는 중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라 불리는 지난해 11월 11일(광군제) 분유·기저귀·유모차·옷 등 25가지 제품을 구입하는데 총 8000위안(약 150만원)을 썼다. 분유 값만 5000위안이 들었고, 기저귀 구매에 1000위안, 식품 구매에는 1200위안을 지출했다. 그가 매번 온라인 사이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오프라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고 하루나 이틀 만에 집까지 배송해줘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는 “물품 구매 후 반송 시스템 또한 굉장히 잘 되어 있다”며 만족해 한다.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서 물건을 살 때 한국 돈으로 약 100원을 지불하고 배송보험을 들면, 물건이 마음에 안 들어도 반송비를 내지 않고 반송처리가 가능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민텔(Mintel)은 최근 중국 도시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중국의 4대 소비 트렌드’를 발표했다. O2O(온·오프라인의 연계), 스마트 소비, 친환경 녹색 소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소비자 참여형 소비가 그것이다.

대형마트·백화점 150여개 문 닫아

최근 온라인 시장은 오프라인 시장과 결합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11월 11일 하루 동안 진행한 ‘광군제’ 할인행사에서 571억 위안(약 10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신기록을 달성했다. 광군제 할인행사는 2009년 처음 시작해 5000만 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5년 사이 10배 이상 규모로 급성장한 것이다.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최근에는 온라인상에 자신이 원하는 제품 스펙을 보내고 맞춤형 제품을 구매하는 새로운 소비형태도 나타났다. 휴대폰 업체 칭청은 각기 다른 사용자 의견을 반영해 맞춤 제작하는 스마트폰 ‘칭청 N1모델’을 출시했다. 디자인과 컬러, 하드웨어, 유저인터페이스, 애플리케이션을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조합할 수 있다. 유명 진공청소기 브랜드 샤오거우는 알리바바 티몰을 통해 컬러·기능·이름을 네티즌들이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를 진행해 화제가 됐다. 소비자의 의견을 모아 만든 진공청소기 ‘란둔’은 출시 사흘 만에 2만대가 넘게 팔렸다.

온라인 거래가 급속도로 늘면서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명암도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폐점 결정을 내리는 매장과 온라인 매장 개설을 시도하는 매장으로 나뉜다. 2014년 7월 기준으로 한 해 동안 13개의 백화점, 147개의 대형마트가 철수를 결정했다. 철수한 대형마트 중에는 월마트도 포함되며, 10개의 매장이 문을 닫았다. 과거 까르푸가 한국에 진출했다가 토종 유통업체에 밀려 물러났던 사례가 최근 중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일부 로컬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적극적으로 온라인 매장을 개설하며 O2O 컨버전스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베이징시백화점은 IT업계의 거두인 텐센트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었다. 또 텐홈쇼핑, 부부가오 그룹, 따상 그룹 등 기존의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 역시 자체 온라인 매장 개설을 추진 중이다.

식당과 같은 전통의 오프라인 업체도 온라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황타이지젠빙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의 파전과 비슷한 음식인 ‘젠빙’은 중국의 대표 서민음식 중 하나다. 황타이지젠빙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이 가게에서 파는 돼지족발은 미리 예약을 해야 맛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폭발적인 인기의 비결은 온라인 마케팅이다. 웨이보·따중뎬핑 등 인터넷 매체와 위챗·머머 등의 메신저 앱을 동원해 실시간으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게 했고, 판촉 정보를 공유하는 등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화했다.

사물 인터넷 시대에 접어들면서 스마트소비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하이얼·파나소닉·LG전자 등 글로벌 전자업체는 RFID(전자태그)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 라이프’를 구현하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신세대 계층이 소비주도 세력으로 등장하면서 웨어러블 스마트기기에 대한 반응도 뜨겁다.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건강을 체크하고, 패션용으로 스마트기기를 구입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특정 스마트기기에 열광하는 팬클럽까지 등장했다. 아이폰·삼성·샤오미가 경쟁적으로 스마트기기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제품 교체주기 또한 과거에 비해 훨씬 짧아졌다. 소비자들이 한가지 브랜드를 선호하면 그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지게 마련이다. 선호 브랜드에서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면 곧바로 새 제품의 구매로 이어지는 것이다. 최근 스마트기기 시장에서는 궈펀(애플 애호자), 미펀(샤오미 애호자), 메이요우(메이주 애호자)라고 불리는 브랜드 팬클럽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스마트화 추세는 가정으로까지 이어진다. 주문형비디오(VOD) 시청과 인터넷이 가능한 스마트TV가 본격적으로 소비자들의 생활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레노보의 ‘Le TV’와 함께 온라인 동영상 기업 러스왕, 샤오미 등이 잇달아 스마트TV를 출시했다. 바이두 산하의 동영상사이트인 아이치이는 유명 가전기업 TCL과 협력해 스마트TV를 출시하기도 했다.

친환경 녹색소비의 확산에도 주목해야 한다. 최근 중국 정부는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개선되는 속도보다 오염되는 속도가 더 빠른 것이 현실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저탄소 녹색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 유기농, 건강주의를 내세운 신선식품 전자상거래가 매우 활발하다. 티몰을 비롯해 이하오뎬·아마존·징둥·중량 등은 사이트에 신선식품 코너를 따로 마련했다. 유명 택배기업인 순펑도 경쟁에 뛰어 들었다. 신선식품 전문 쇼핑몰인 순펑요유쉔과 손을 잡고 지난해 5월부터 전문 신선식품을 취급한다. PC업체인 레노버는 블루베리와 같은 과실류를 팔기도 한다. 쟈워라는 브랜드로 블루베리·키위 등을 직접 재배해 유통하고 있는데, 사업 범위를 전통차와 와인판매까지로 넓혀가는 중이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피부건강’에 더욱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화장품 업체들은 광고에 환경용어를 사용해 자사의 제품이 환경오염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클리니크와 니베아가 환경오염 대처형 화장품을 출시해 호응을 얻었다. 일부 업체는 ‘환경오염으로부터 자유로운 원산지에서 생산된 제품’을 내세워 마케팅을 펼친다. 중국산 제품에 만연해 있는 불신 풍조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환경오염에 피부 보호하는 화장품 인기

SNS를 이용한 소비자 참여형 소비형태도 갈수록 위세를 더한다. 위챗·웨이보 등의 SNS가 인기를 끌면서 소비자들이 상품 개발이나 마케팅에 적극 참여하는 사례가 많아졌다. 소비자들이 제품의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매스 아웃소싱(Mass Outsourcing)’은 중국을 대표하는 소비키워드가 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대중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동시에 홍보효과까지 노리는 일거양득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중국의 소비구조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소득수준 향상에 따라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정식 발효되면 거대한 중국 소비시장이 더욱 가까이 펼쳐지게 된다. 한국 기업들로서는 미래의 중국 소비 트렌드를 한 발 앞서 예측하고 분석하는 피드 포워드(Feed Forward)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1275호 (2015.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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