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공무원의 표만 보지 말고 국민의 분노를 유념하길 

 

김경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이사

세상살이의 근본은 누군가와 무엇인가를 주고 받으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가족에 대한 사랑, 친구와의 우정, 동료와의 연대감과 같은 감성적 측면을 주고 받고 사회·경제적으로는 상대방과 가치를 교환한다. 가치의 교환은 결국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을 기준으로 일어난다. 경제활동이란 결국 가치를 제공하고 돈을 받는 판매자와 가치를 제공받고 돈을 지급하는 구매자 사이에서 일어나게 마련이다. 동일한 가치를 교환하지만 돈을 받는 사람은 누구나 많이 받고 싶어하고, 주는 사람은 가능하면 적게 주고 싶어한다. 당장 돈을 많이 받는 것이 어렵다면 일정 기간 고정급으로 받기를 원하는 반면 돈 주는 사람은 가능하면 변동급을 선호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예를 들어 납품업자는 일정 기간 구매를 보장해 주면 가격을 낮추어 주고, 수퍼마켓도 단골고객에게는 가격을 깎아준다. 프리랜서들의 경우 월 급여는 높지만, 일이 없으면 소득이 없기에 항상 정규직원들의 연봉을 비교하면서 자신 몸값과 관련된 변동비의 리스크와 고정비의 프리미엄을 평가한다.

결국 가치와 돈을 주고 받는 것이 사회·경제적 관계의 본질적 측면이라고 볼 때 다양한 거래관계는 받는 돈의 고정성을 확보하려는 노력과 주는 돈의 변동성을 유지하려는 이해상충의 형태로 나타난다. 특히 강력한 세력기반을 가진 조직화된 집단이 받는 돈의 고정성을 법과 제도로 보장받아 버리면 전형적인 기득권이 되어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기업 경영의 핵심은 내부적으로 고정화되는 기득권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혁신으로 해소해 나가는 과정이다. 국가 경영의 핵심은 강력한 이익단체가 사회적 권력관계를 활용해 확보하려는 기득권을 정치적 과정을 통해 해소하는 것이다. 여기서 실패하면 기업은 퇴출되고 국가는 망국에 이를 수밖에 없다.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공무원 연금문제는 우리나라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민간은 어쨌거나 시장의 압력으로 기업이 부침하고 직업 안정성도 떨어지는데다, 급여의 변동성도 커지고 있는 추세다. 이와 달리 공무원들은 법률에 따라 신분을 보장받고 고정성 급여와 연금까지 유지되면서 급기야는 국가 재정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 세금으로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음이 분명해진 이상 이를 바로잡는 것은 당연하지만 결국 불특정 다수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민간은 변화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반면 공무원은 현재 세대뿐 아니라 나아가 아들과 손자세대의 미래까지 담보해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점에 다름 아니다. 특히 이런 왜곡을 바로 잡기위해 존재해야 하는 이른바 국민의 대표기관 국회가 타협과 소통을 내세우는 일부 정치 모리배들의 담합공연장으로 전락했음을 확인하게 된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갈파했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것만큼 어렵고 힘든 일은 없다. 구질서로부터 이익을 누리던 사람들은 개혁자에게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반면, 새로운 질서로부터 혜택은 모호하기에 지지는 미온적이기 때문이다.’

정치 모리배들에게는 당장 눈 앞에 공무원들의 표만 보일지 모르나, 진정한 정치가라면 침묵 속에 분노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1285호 (2015.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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