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승리의 기본기 일치단결·속도조절 

 

남상건 LG스포츠 사장

손자병법에서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란 말이 있다. 상하가 일치 단결해야 승리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단결이 승리의 요체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도 승부의 세계인 것 같다.

지난 3월 20일 LG세이커스 농구단은 팀의 주축 용병인 데이본 제퍼슨의 퇴출을 전격 발표했다. 제퍼슨은 지난 시즌 프로 농구 용병 최고 성적인 경기당 평균 22점을 기록할 정도로 경기력이 뛰어난 선수였다. 우리는 팀을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하려 했고, 그 파장도 예상보다 컸다. 제퍼슨의 퇴출 결정은 경기 전 애국가가 나오는 동안 몸을 푸는 용납받지 못할 행동을 한 것이 1차 원인이 됐다. 그러나 그가 시즌 중에 보여준 개인적인 플레이와 경기 매너가 도화선이 됐다. 특히 그가 보여준 돌출행동은 LG세이커스가 추구하는 ‘팬 사랑’이라는 가치와 부합하지 않았다.

LG 구단은 포스트시즌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팀의 가장 뛰어난 공격수를 포기하는 뼈아픈 결단을 내리고 팀 분위기를 추슬렀다. 이전까지는 제퍼슨이 주도하던 공격 패턴이었지만, 국내 선수들로 다양화 시키면서 팀워크가 살아났다. 이에 힘입어 LG세이커스는 우승팀 모비스를 상대로 다섯 경기를 끝까지 치르는 끈질긴 승부를 펼치며 팬들에게 감동적인 경기를 선보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팀이 모비스에 석패해 챔피언 결정전에 오르진 못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선수단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되어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이처럼 승부의 세계에서 팀의 결속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야구로 시선을 돌려보자. 겨우내 올 시즌을 준비한 각 구단들은 시즌 초부터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매 경기를 한국 시리즈 치르듯 전력투구하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따뜻해진 봄 날씨에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뜨거운 함성으로 화답하고 있다.

2015타이어뱅크 KBO리그는 지난 두 시즌보다 16경기가 늘어난 144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어느 때보다 긴 시즌과 경기수를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야구 전문가들은 초반 과속이 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손자병법에서는 ‘전쟁에 나서면서 힘을 남겨 놓지 않으면 망한다’고 강조했다. 유리함을 선점하기 위해 갑옷을 벗어 던진 채 쉬지 않고 2배 이상의 속도로 행군해 100리 거리를 달려가 승리를 다투면 모든 장군이 포로로 잡힌다. 체력이 강한 병사는 도착하겠지만 피로한 병사는 뒤처져 10분의 1의 병사만이 목적한 곳에 다다르기 때문이다.

야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초반 기세 선점이 중요하지만 매 경기에 집착하다 보면 전체를 그르칠 수 있다. 특히 선수들에게 휴식은 매우 중요하다. 체력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과도하게 혹사할 경우 몸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또한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은 베테랑 선수들도 전체 리그를 생각해서 체력 안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회사 경영도 다를 게 없다. 초반 과속은 아무리 경계해도 모자람이 없다. 창업 초창기에 활황세를 탔다면 한번쯤 내부적으로 균열은 없는지 단속하고 뒤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경영이란게 반짝 성과를 냈다고 성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1283호 (2015.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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