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기업 로고의 재탄생 

 

성세환 BNK금융지주 회장

“역사상 유명한 사과가 셋 있는데, 첫째는 이브의 사과요, 둘째는 뉴턴의 사과요, 셋째는 세잔의 사과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상징주의 화가인 모리스 드니가 근대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폴 세잔의 작품을 극찬하면서 남긴 명언이다. 하지만 지금 그가 살아있다면 아마도 네 번째 사과로 애플의 로고를 추가하지 않았을까 싶다. 애플은 초창기에 사과나무 아래 앉아서 책을 읽는 뉴턴의 모습을 표현한 로고를 만들었다가 맥킨토시 컴퓨터를 출시하면서 한 입 베어 먹은 자국이 있는 무지개 색깔의 사과를 내놨다. 애플의 로고가 지금과 같이 세련된 은색의 스타일로 바뀐 것은 당시 회사에서 쫓겨났던 스티브 잡스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경영에 복귀한 이후 아이팟·아이폰 등으로 혁신적인 성공을 이룬 시기였다.

기업 로고의 변천사는 곧 성장의 역사다. 애플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삼성·현대차·LG 등의 로고도 기업의 성장과 함께 변화를 거듭해왔다. 삼성은 별표국수를 시작으로 3개의 별이 들어간 로고를 사용하다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신 경영을 선포하면서 지금의 파란 타원형 바탕에 흰색 글씨가 새겨진 로고를 발표했다. 현대차 로고는 한자에서 영문으로 다시 영문 이니셜을 H로 줄인 심벌마크로 발전했고, LG는 럭키와 금성의 로고를 조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른바 미래의 얼굴이라는 새로운 로고를 만들어 냈다.

로고는 어느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기업 고유의 상징이다. 특정 회사의 정체성을 뜻하는 기업 이미지(CI)를 대표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로고의 압축된 디자인을 통해 기업의 신념과 추구하는 비전을 표출하는 것이다. 최근 BNK금융그룹도 신규 사명을 발표하고 워드마크형 로고를 확정했다. 부산과 경남의 만남이라는 뜻에 그치지 않고 다이나믹(Dynamic)·글로컬(Glocal)·파트너십(Partnership) 등의 핵심 가치를 실현하며 글로벌 초우량 금융그룹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로고가 고객의 마음속에 뚜렷하게 각인돼 강력한 인상을 남기게 되면 기업에 대한 호감과 신뢰로 이어진다. 좋은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인지시키고 브랜드의 명성을 구축하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다. 지금은 제품의 기능·품질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시대다. 기업 이미지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대중매체 공공시설 광고를 비롯해 사람들이 열광하는 각종 스포츠 이벤트 등에서 기업의 로고 노출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다.

앞으로도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지속될 것이다. 경영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로고를 선보이는 기업도 계속 나타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로고를 바꾸는 것은 단지 외형적인 디자인만 교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대외적으로는 기업의 또 다른 도약과 성장의 기틀이 되고, 대내적으로는 임직원의 자긍심과 공동체 의식을 불러일으켜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인 구루피터 드러커는 “우리는 근본적인 변화가 계속되는 시대에 들어섰다”며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그 선두에 서는 것뿐이다”라고 강조했다. 성장의 기반은 변화다. 다가오는 미래에 다섯 번째 사과를 누가 먼저 탄생시킬 것인지 기대된다.

1282호 (2015.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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