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과거를 돌아봐야 하는 이유 

 

이강호 한국그런포스펌프 회장

얼마 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SF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은 블랙홀을 여행했다. ‘항성 간 여행’이라는 제목의 의미처럼 50년 또는 100년 후, 우리도 영화처럼 블랙홀을 포함한 우주 여행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흥미 있게 보관하고 있는 자료 중에 1950년대 미국인들이 50년 후 인류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 것인가를 상상한 내용을 표현한 그림이 있다. 50년 전 그들이 상상했던 영상 통화, 벽걸이형 3D TV, 개인 헬기 출근 등은 현실이 됐다. 당시 그들은 상상을 하면서도 과연 그러한 상상이 현실이 될 것인가에 대해 반신반의했을 것이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꿈꾸었던 일들은 놀랍도록 현실 속에서 이뤄졌다.

그들처럼 미래를 상상하며 공상 여행을 하는 동시에 우리의 과거로도 떠나봤다. 어린 시절에는 밤 10시가 되면 전기가 끊겼다. 큰 정종병을 들고 석유를 사와 방마다 있던 호롱불에 넣어 사용하곤 했다. 스위치만 켜면 들어오는 전깃불이 아닌 호롱불을 사용하던 시절이 불과 몇 십 년 전 일이다. 유엔표 팔각 성냥, 사각 성냥통에 들어 있는 성냥을 사용해 심지에 불을 붙이고 공부를 하다가 방바닥에 엎드려 자곤 했다. 전기 다리미가 없어 숯불을 피워 다림질을 하고, 어머니가 다다미돌을 두드리는 ‘다그닥다그닥’ 소리가 온 집안에 정겹도록 울렸다. 세탁기·드라이기는 당연히 상상 밖에 있었다. 수돗물이 없었기에 물지게를 지고 물동이에 물을 채워 썼고, 여름이 되면 흔히 후진국 병이라 불리는 장티푸스·콜레라 등에 걸려 많은 이들이 죽어 나갔다.

그렇게 50년이 쏜 살 같이 지났다. 이른바 ‘못살던 나라’를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 경제 발전을 위해 애쓰고, 민주화 과정을 통해 선진 정치를 발전시켰으며, 최근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도 빛내고 있다. 국민의 존경을 받았던 경제·정치·사회 지도자도 있었다. 그들은 나라가 위기를 맞았을 때 국가와 사회의 어른으로서의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땐 그랬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싶은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난다. 교묘히 법을 피하고, 큰 목표나 방향보단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을 가지는 이가 많다. 일은 적게 하고 받아야 할 것은 더 챙기려 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여러 경제지표는 한국이 과거와 다른 새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입증한다. 우리에게는 다수의 세계 1등 제품이 있으며 경제·스포츠·정치 여러 분야에서 한국인의 우수함을 알리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그리 많지 않다. 드론이 자장면을 배달하고 줄기세포로 수명이 연장되며, 우주로의 여행을 앞둔 지금, 과거로 돌아가자는 의미가 아니다. 하지만 어렵고 힘들었던 과거로의 여행을 통해 다시 한번 미래를 꿈꾸고 완성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우리에게는 그에 걸맞은 품격이 필요하다. 세계를 내다보는 글로벌한 시야가 필요하고, 변화무쌍한 현실에 대비하는 준비도 중요하지만 수준 이상의 준법정신과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의식이 꼭 필요하다. 권리와 의무가 함께 병행되는 선진적 사고와 수준 높은 철학을 지닌 품격 있는 국민이 만들어가는 나라를 꿈꿔야 한다.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점이다.

1280호 (2015.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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