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파랑새는 가까운 곳에 있다 

 

김경원 디큐브시티 대표

파랑새는 가까운 곳에 있다. 20세기 초 극동지역의 주도권을 놓고 싸우던 러시아와 일본은 드디어 중국에서 결전을 벌였다. ‘여순 요새’를 놓고 수개월 간 지루한 공방전을 벌이던 두 나라의 승부는 결국 1905년 정초에 러시아 수비군 사령관 스퇴셀이 일본군 사령관 노기에게 항복하는 바람에 끝이 났다. 이 전투는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승리하는 전기가 됐지만 불행하게도 우리에게는 이후 일본이 조선에 대한 지배 야욕을 채우는 경술국치로 이어진 계기도 됐다.

이 전투에서 일본이 승리한 것은 언뜻 이해되지 않는 것이 많다. 우선 승자인 일본군의 피해가 패자인 러시아군보다 훨씬 컸다. 사상자 수만 해도 일본군은 6만~7만명에 달했다. 러시아군 사상자 수보다 2~3배 많다. 러시아군의 항복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재미있는 게 하나 있다. 바로 괴혈병이다. 러시아 병사들의 대부분이 야채를 먹지 못해 괴혈병에 결려 전투력을 상실해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러시아군의 항복 후 요새에 진입한 일본군들은 러시아군의 식량 재고는 충분했지만 야채가 없는 것을 발견했다. 그런데 콩은 여기저기 잔뜩 쌓여 있었다. 러시아군이 콩을 이용해 콩나물을 길러 먹었으면 괴혈병 문제는 해결했을 터인데, 아무도 콩나물 재배법을 몰라 그런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즘 대다수의 기업들은 오랜 불황으로 성장이 정체되고 수익성은 날로 악화되고 있어 돌파구 모색에 고심하고 있다. 너도 나도 신수종 사업을 찾거나 외부에서 능력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선도 기업에서는 이런 노력을 통해 결실을 보고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아직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듯하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노력의 결실을 맺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게 너무 길어지면 돈만 낭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필자의 눈에는 후자의 사례가 상당 부분 ‘파랑새 증후군’ 때문으로 보인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벨기에 작가 마테를링크가 쓴 작품 중에 연극 ‘파랑새’가 있다. 파랑새(행복)를 찾아 멀리 여행을 갔으나 찾지 못하고 돌아왔는데, 파랑새는 우리 집 새장 안에 있었다라는 내용이다.

많은 기업은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에서도 상당한 신수종 사업의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잘 모르는 사업에 진출해 수업료만 톡톡히 치르고 있는 건 아닐까. 인재 문제도 마찬가지다. 회사 내부에 의외로 큰 잠재력을 가진 인재들이 있다. 이들을 귀하게 쓰면 신수종 사업 기회도 자연히 생길지 모른다. 하지만 이를 외면하고 외부의 우수 인재 확보에만 공을 들이면 이들이 들어와서 능력을 발휘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회사도 사업 기회를 적시에 잡을 수 없는 위험을 지게 된다. 필자의 경험에 비춰 봐도 ‘파랑새’는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는 것 같다.

결국 CEO가 직접 나서서 많은 직원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수밖에 없다. 권위의식은 집어 던지고 다가가는 ‘격의 없는 소통’이 유일한 답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기업의 특징인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에서 성장해온 대다수의 CEO들에게 이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CEO라는 직책을 맡는다는 게 점점 힘들어지는 현실이다.

1279호 (201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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