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 겸 러시앤캐시 배정장학회 이사장 - “기회를 주는 사람이 돼서 행복하다” 

‘많은 사람의 은혜 받아 성공’ 회고 ... 자기자본 1조원, 자산 2조원대 종합소비자금융그룹으로 도약 


▎사진:중앙포토
대규모기업집단이 운영하는 장학재단의 경우 수십 억원대 거액을 장학금으로 기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최윤 아프로서비스그룹 회장 겸 OK저축은행 대표의 경우엔 조금 다르다. 본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배정장학회를 통해 사재나 다름없는 80억원가량을 내놓았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사재는 아니다. 배정장학회는 2002년부터 올해 2월까지 총 78억5000만원을 국내외 학생들에게 지급했다. 재원이 전액 OK저축은행과 러시앤캐시 기부금이다. 하지만 ‘사재나 다름없는’ 돈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장학금의 90%가량을 기부한 러시앤캐시는 J&K캐피탈이 100% 출자했고, J&K캐피탈 주식 100%를 최윤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를 기부한 OK저축은행 역시 아프로서비스그룹 대부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이 98%의 지분을 보유 중인데, 이 SPC의 오너가 최윤 회장(지분율 100%)이다. 결국 기부금의 출처를 따져보면 사실상 최윤 회장인 셈이다.

최윤 회장은 왜 거액의 돈을 학생들에게 기부하는 걸까. 경기도 안산에서 경기도 용인 대웅경영개발원까지 최윤 회장의 동선을 따라 1박 2일 동안 그의 행적을 밟았다. 최 회장의 언급 중 가장 인상적인 단어는 ‘기적’이었다. “본인이 여기까지 온 건 기적이었다”고 그는 강조했다. 무엇이 기적이었다는 말일까. 언제나 이방인이었던 최윤 회장이 소비자금융업으로 한국에서 자산 규모 기준 업계 1위 기업을 일군 사실이 기적이란 말이다. 실제로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은 총 대부액 2조1700억원으로 압도적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사업도, 배구단도 “기적을 일으키자”


▎‘기적을 일으키자’라고 쓰인 러시앤캐시 배구단 유니폼. / 사진:중앙포토
최 회장은 나고 자란 일본에서도 이방인이었다. 1920년 도일(渡日)한 최윤 회장의 아버지와 최 회장이 모두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났지만 본적은 경상남도 고성이다. 제도권 교육을 제대로 받았던 것도 아니다. 최 회장은 “어릴 땐 공부 해봐야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그가 젊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20대에 한국 식당인 ‘신라관’을 개업해 야키니쿠(한국식 불고기) 메뉴를 선보였다. “저는 여러분(장학생) 나이 때 이미 여러분이 꾸고 있는 꿈을 포기하고 일찍 사업을 시작했어요.”

사업은 의외로 큰 성공을 거둔다. 당시만 해도 일본인들은 은근히 한국인들을 얕봤다. 한국 메뉴가 고급 메뉴로 취급받는다는 건 생각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하지만 최 회장은 고급 한국식 불고기를 세련된 매장에서 판매한다. 결과적으로 신라관은 일본 전역에 60여개 지점을 내는 등 나고야 최대 식당으로 성장한다. 이게 그에게 첫 번째 기적이었다면, 두 번째 기적은 한국에서 일어났다. 일본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던 그는 항상 자신의 뿌리인 한국에서 사업을 하고팠다. 하지만 사업은 생각처럼 만만치 않았다. 일본에서처럼 한국 금융권에서도 그는 이방인이었다. 벤처캐피털에 투자했다가 실패한 경험도 있다.

하지만 ‘신라관’처럼 한국에서 기존에 없던 ‘메뉴’를 발견한다. 한국에 성공적인 소비자금융사가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2002년 일본 사례를 접목해 한국에 원캐싱을 설립했다. 이후 러시앤캐시·미즈사랑 등이 성공하며 국내 최대 소비자금융사로 규모를 키웠다. 나아가 OK저축은행·예스신용정보·예스캐피탈 등 계열사를 거느린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을 일궜다. 우리나라에서 대부업·여신전문업체·신용정보업체·저축은행 등 서민금융사를 모두 갖춘 금융그룹은 아프로파이낸셜그룹뿐이다.

거대 소비자금융그룹을 일군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다른 대부업 관계자와 비교해도 최 회장은 유독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대부업계 1위라는 상징성 때문에 매번 사정 당국의 집중 표적이었다. 2004년과 2007년 국세청은 러시앤캐시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조세·외화반출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였다. 국세청은 두 차례 모두 세금을 추징했지만 러시앤캐시는 조세불복 소송을 제기해 부당하게 납부한 세금을 환급받는 데 성공한다.

2006년에는 야쿠자 결탁설이 퍼지며 경찰 광역수사대가 최윤 회장을 수사했지만 무혐의였다. 1년 후엔 국가정보원까지 나선다. 북한에 러시앤캐시가 자금을 송금한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서다. 역시 결론은 무혐의였다. 이게 다가 아니다. 2010년 4월 검찰이 최윤 회장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전격적으로 러시앤캐시를 압수 수색했다. 미즈사랑·한국IB금융 등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600억원을 횡령하고, 경영진이 60억원을 대출받아 갚지 않았다는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번에도 결론은 무혐의였다. 2012년엔 강남구청이 러시앤캐시 등 4개사를 최고이자율 위반 명목으로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다. 다른 일부 대부업체는 패소했지만, 러시앤캐시는 강남구청을 상대로 한 영업정지처분취소 청구 소송에서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영업정지와 신규대출 제한 등으로 한때 규모가 축소됐지만 최근 다시 자산 규모 2조원을 넘어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9월 30일 현재 아프로서비스그룹의 자산 규모는 약 2조8700억, 영업이익은 약 1350억원에 달한다. 현재 서민금융 대출상품을 취급하는 제2금융권(저축은행·캐피털·대부업)에서 자기자본이 1조원 이상인 기업은 현대캐피탈과 러시앤캐시 단 두 곳뿐이다.

국세청·경찰·검찰·국정원 수사 모두 무혐의


▎사진:중앙포토
이 과정을 그는 ‘두 번째 기적’이라고 표현한다. 막상 한국에 와보니 교포였던 자신이 사업을 벌일 때마다 ‘일본계’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OK저축은행을 인수하며 제도권에 입성한 게 바로 ‘기적’이란 의미다. 기적의 비결로 그는 “수많은 사람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회고한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사람이 제게 도움을 줬고,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기적은 결코 없었을 겁니다.”

도움을 받으면서 그는 “은혜를 갚겠다”며 큰소리 쳤지만, 시간이 갈수록 ‘은혜는 갚을 수 없는 것’이라는 걸 깨닫고 있다고 말한다. “시대가 갈수록 상황도 변하고 사람도 달라지기 때문에 결국 은혜를 온전히 되갚기란 불가능했다”는 회상이다. 그래서 다른 방식으로 은혜를 갚는 방법을 떠올린 게 바로 ‘배정장학회’란 장학재단이다. 은혜를 되갚는 최윤 회장의 방식이다.

배정장학회에 선발된 학생들에게 최윤 회장은 “은혜는 갚을 수 없는 것”이라며 “제게 은혜를 갚겠다는 말은 하지 말라”며 “대신 이걸 은혜라고 생각한다면, 언젠가 또 다른 사람에게 그 은혜를 전해줘라”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78억원을 들여 만든 배정장학회 설립 배경이다.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프로배구단 구단주이기도 한 최윤 회장이 ‘기적을 일으키자(make a miracle)’를 배구단 슬로건으로 사용하는 이유도 그가 경험한 두 가지 ‘기적’에서 비롯됐다. 현재 OK저축은행 프로배구단 선수들은 ‘기적을 일으키자’라는 단어를 상의 하단에 표기한 유니폼을 착용한다.

“2005년 시작된 프로배구에서 쟁쟁한 대기업 후원을 받는 배구단이 여섯 개나 있는데, 막내 구단인 OK저축은행 배구단이 우승에 도전한다는 것은 어쩌면 어불성설일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젊고 가능성이 무한합니다. 기적을 일으키는 주인공이 되고 싶습니다.” OK저축은행 배구단은 진짜로 기적을 일으킬 태세다. 올 시즌 프로배구 하위팀 반란의 주역인 OK저축은행은 파죽지세로 2014-2015 NH농협 V-리그 전체 2위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장학재단으로 자신이 받은 은혜를 되갚아

1박 2일 동안 열린 행복나눔등록금캠페인 행사에서 최 회장은 정기장학생 30명, 북한동포장학생 6명, 재일동포장학생 8명, 기존 장학생 40명 등 84명을 초청했다. 그가 다양한 국가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초청한 이유가 있다. 최 회장이 어릴 때와 비교하면 지금 대한민국은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고, 글로벌화도 많이 진행됐다고 본다. 다양한 국가에 거주하는 대한민국의 뛰어난 학생들이 연계하면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는 큰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고 본다. 행사의 전 과정을 지켜본 최윤 회장은 이날 자정까지 장학생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했다. “저는 (장학금을 지급해) 여러분을 우대하려는 게 결코 아닙니다. 단지 기회를 주고 싶어요. 열심히 하고 싶은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좌절한다면, 언제든지 제게 말씀해주세요. 여러분들에게 기회를 주는 사람이 된다면 외려 제가 더 행복할겁니다.”




1278호 (2015.03.30)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