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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에 한국 역사 탐방 제공하는 한국글로벌피스재단] “광개토대왕비? 들어본 적 없어요” 

조선족 대상 1박2일 한국사 탐방 프로그램 시행 … 한·중 교류에 가교 역할 기대 


▎2차 한국사 탐방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경주 문화 유산에 대한 해설을 듣고 있다. / 사진:한국글로벌피스재단 제공
중국 내 조선족 수는 2010년 기준 약 183만명이다. 중국 인구의 0.13%를 차지하는 소수민족으로 중국 30개 자치주에 흩어져 살고 있다. 그러나 조선족 자치권이 있는 중국 연변의 경우 조선족은 20만명이 채 안된다. 자치권마저 박탈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 많던 조선족은 대부분 경제적인 이유로 한국에 넘어왔다. 한중무역협회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조선족 수는 68만명 내외다. 1만5000여명으로 추정되는 장기 불법 체류자는 제외한 수치다. 조선족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지속적으로 유입돼 최근까지 확대일로다.

역사의식 교육으로 한국 경제에 도움


하지만 조선족 대부분은 한국 역사에 대해 배울 기회가 거의 없다. 한국에서 박사 교육까지 받은 한 조선족은 “광개토대왕비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중국에서 배운 한국 역사는 중국 세계사 교과서에 적힌 12줄뿐이라고 한다. 특히 동북공정 탓에 고대사에 대해선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교육받고 자란 조선족 2~3세는 한국인과 역사 인식에서 큰 격차가 있다.

이런 인식 격차는 비즈니스에서 입장 차이로 나타날 수 있다. 한국인에 대한 편견을 겪은 조선족이라면 한국 이익에 반하는 입장에서 서기도 한다. 같은 언어와 역사를 공유한 중국 이익에 부합해 행동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비즈니스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조선족이 국적을 중시하는가, 혈통적 뿌리를 중시하는가에 따라 각각 중국 경제에 도움이 될 수도,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세계 23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는 글로벌 비정부기구(NGO) 한국글로벌피스재단은 이런 역사 인식 격차를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중국 동포 역사 탐방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오는 10월까지 매월 1박2일 과정으로 진행한다. 매 과정에 40여명의 조선족 탐방 지원자가 참가한다. 토요일 새벽 서울에서 출발해 낮시간 동안 경주의 각종 문화유산을 답사한다. 저녁에는 한국사 통사, 건국이념(홍익인간)과 코리안드림, 중국동포 이주사 등과 관련해 3가지 강연을 듣는다. 다음날 아침엔 독립기념관을 찾아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서울로 돌아온다.

1차 교육 참가자 박애련씨는 “조선족으로 한국에서 살면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우리가 한·중 두 나라 교류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소감을 밝혔다. 1998년 결혼이민으로 한국에 귀화한 백은숙씨는 “아이들이 학교 공부를 하는데 역사 지식이 부족한 것 같아 참가했다”며 “강의를 듣고 나니 내가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야 했고 앞으로 어떻게 힘을 내서 살아야 할지 알게 됐다”고 했다. 한국글로벌피스재단 관계자는 “조선족이 한 명이라도 더 한국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역사탐방 기회를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289호 (2015.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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