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Section

[저자와의 대화] 한루이샹 공상은행 서울지점장 - 규제라는 수갑 차고 아름다운 춤 춰라 

중국 공상은행의 글로벌 성공 전략 ... 해외 업무 30년, 현지화 작업의 노하우 


중국 인민은행에서 분리돼 1984년 유한회사로 설립된 공상은행. 설립한 지는 불과 30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 이미 5년째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먼삭스와 JP모건을 제친 지는 오래됐고, 200년 이상 역사의 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그룹·웰스파고·HSBC도 이미 4~5년 전에 모두 꺾었다. 사람으로 치면 이립(而立)에 불과한 나이에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과 영국의 금융회사보다도 커졌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은다. 특히 서구 은행들이 수많은 식민 국가를 발판으로 성장했다는 점과 비교했을 때, 신흥국인 중국계 은행이 이처럼 급성장한 배경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세계화’. 대다수 전문가들은 공상은행의 성공 배경으로 전 세계적인 사업 확장을 꼽는다. 중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 맞물려 활동 영역을 세계로 넓히다 보니 자연스레 1등 은행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은행들도 오랜 기간 세계화 작업을 벌였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국내 은행들은 ‘생존’을 위한 세계화였던 데 비해, 공상은행은 ‘정복’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공상은행의 세계화 전략을 담당하고 최전선에서 활동한 한루이샹 공상은행 서울지점장이 [이기는 전략]이라는 책을 내놨다. 공상은행의 세계화 전략과 철학, 성장 비결을 펼쳐 보이겠다는 뜻에서다.

“해외에서 은행업을 한다는 것은 수갑을 차고 아름다운 춤을 추는 일과 같습니다. 여기서 수갑은 규제를, 춤은 영업을 뜻하죠.” 한루이샹 지점장은 은행의 해외 진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영업력이나 자금 조달, 인지도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라고 강조한다. 은행업은 관치산업이기 때문에 예대율이나 자기자본비율과 같은 강력한 영업·법적 규제가 있으며, 또 나라마다 이 규제가 모두 달라 ‘게임의 룰’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나라마다 규제와 환경이 달라 새로운 시장에 뛰어드는 건 굉장히 큰 도전입니다.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현지에서 은행의 백년대계를 닦는 일, 그를 위해 영업 환경을 다듬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그는 “중국에는 끝까지 가봐야 전체를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중국에서는 은행 관련 관리 규정이 끊임없이 변하지만, 서구 시장은 이미 제도적으로 안정된 단계입니다. 공상은행은 해외에서는 현지 기준에 모든 것을 맞추고 여러 규제를 지키기 위해 글로벌 은행들과 똑같이 행동했습니다. 단기간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쫓아갈 수 있었던 비결이죠.”


통상 은행업은 초기 단계에서는 리스크보다는 영업에 열을 올리기 쉽다. 일단 파이를 먼저 키워놓고 문제가 되는 부분은 미세조정을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빠르게 시장을 키울 수 있어서다. 국내 은행들이 중국·베트남 등지에서 많이 취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한루이샹 지점장은 이 같은 방식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영업에 먼저 치중하는 일은 앞에서 돈을 벌진 모르지만, 뒤에서 손실이 발생하기 쉽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먼저 수익을 추구하고, 리스크 관리는 뒤로 미룹니다. 그러나 결국 그렇게 발생한 이익은 결국 손실로 남게 마련입니다. 공상은행도 그 같은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리스크 역시 비용이기 때문에 부담스럽겠지만, 모든 리스크를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궁극적인 발전을 모색해야 합니다. 리스크 관리의 피드백으로 발생하는 것이 바로 수익이라는 마인드로 접근해야 합니다.”

한루이샹 지점장은 해외 진출은 물론 금융 모델의 변화 등 한국 은행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고 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의 많은 은행이 금융 모델을 전환하지 못해 쇠락했습니다. 한국은 소매금융의 경쟁이 매우 치열한데도, 포지셔닝의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해외로 진출해 현지의 게임의 규칙을 이해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상은행의 경우 고객과 함께 커나가고, 세계로 함께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아울러 해외의 문화를 은행의 문화와 잘 융합시키는 일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해외 지점에 결코 중국이나 공상은행의 문화를 강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지의 우수한 문화와 중국의 우수한 문화를 결합해 더 좋은 문화를 만들고, 서로의 좋지 않은 부분은 과감히 버려야 합니다. 다문화 직원들이 모두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가치관을 찾아낸다면 이 가치관을 통해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291호 (2015.06.29)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