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Section

[저자와의 대화] '전략의 신' 펴낸 송병락 자유와창의교육원장 - 전투에서도, 전쟁에서도 이기는 전략 

[손자병법] 토대로 오랜 연구와 경험 담아 … 패러다임·전략·시스템·문화 어우러져야 


▎사진:오상민 기자
“인디언이 얼마나 싸움에 능한지 아시나요? 뛰어난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여러 무기를 능수능란하게 다뤘어요. 지형지물을 이용해 전투에서 이기는 법도 알았죠. 수많은 서양인이 인디언에게 죽임을 당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요. 인디언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숫자가 줄어든 민족 중 하나가 됐어요. 왜 싸워야 하고, 누구의 편에서 싸워야 하는지를 몰라서죠. 전략이 없으니 전투에서 이기고도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었습니다.”

전략의 중요성을 묻는 질문에 대한 송병락 원장의 답이다. 그는 동아시아 경제를 연구한 경제학 박사다. 서울대 경제학 교수로 부총장의 자리까지 올랐고, 지금도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하버드대 초빙교수와 케네디스쿨 연구교수로 재임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다. 학문적 이론과 실물경제에 모두 정통한 몇 안 되는 전문가다. 그가 최근 세상의 모든 승리 전략을 담은 책 [전략의 신]을 썼다. 중국의 [손자병법]을 기본 토대로, 연구와 강의로 익힌 이론과 오랜 기간 여러 직책을 거치며 쌓은 경험, 전 세계 여러 석학의 지혜를 모았다.

그가 ‘전략’ 그리고 ‘손자병법’에 관심을 가진 것은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 국내에서 드물게 미국 유학의 기회를 얻었다. 한인사회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동료 유학생도 거의 없었던 그 시절 그는 지독한 외로움과 싸웠다. 물류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아 한국에서 붙인 짐은 수개월이 지나도록 도착하지 않았다. 초반 몇 개월을 비행기를 탈 때 맸던 가방 안의 짐으로만 버텼다. 그 속에 [손자병법]이 있었다. 그가 가진 유일한 한국어 책이었다. 한국이 그리울 때마다 그걸 닳고 닳도록 읽었다. 물론 당시에는 그것과 자신의 연구가 ‘전략’이라는 접점에서 만날 것이라고 예상하지는 못했다.


[전략의 신]에는 다양한 전략이 친절한 예시와 함께 담겼다. 기본적인 전략적 이론을 설명하며, 우리가 잘아는 국가와 기업, 스포츠와 바둑을 예로 곁들였다. 중학생도 술술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책장이 넘어간다. 그러나 경제학을 전공하고 오랜 경험까지 바탕이 된 사람이 읽어도 무릎을 탁 칠 만큼의 깊이가 있다. 송 원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젊을 땐 복잡한 내용을 어렵게 쓰는 게 최고인 줄 알았어요. 세월을 살다 보니 어려운 내용을 쉽게 쓰는 게 진짜 어려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본인이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해야 다른 사람에게 쉽게 알려 줄 수 있거든요.”


책에서 소개하는 전략은 총 8가지다. ‘상대방이 직구를 노릴 때 변화구를 던지는 전략’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략’ 등이다. 평소에 자주 들어온 전략이다. 이 쉬운 문장, 쉬운 사례 하나도 가볍게 쓰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마이클 포터, 허버트 사이먼, 헨리 키신저 같은 세계적 석학에게 자문을 구했다. 거기에 본인의 경험과 이해까지 바탕이 됐을 때 비로소 한 문장이 완성됐다. 글자 하나 하나를 꾹꾹 눌러서 썼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송 원장은 전략이 빛을 보기 위해서는 4가지 요소가 결합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패전시문’으로 명명한 패러다임·전략·시스템·문화다.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흐름(패러다임)을 읽는 일이다. 지금까지 어떻게 흘러왔고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예측하는 일이다. 이를 제대로 알아야 그에 맞는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흐름에 적응할 것인지, 대응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아니면 아예 흐름 자체를 바꾸는 전략을 짤 수도 있다. 전략이 완성되면 이 효과를 높일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인재를 발굴해 적재적소에 앉히고 팀을 꾸리는 일이다. 마지막이 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돌아가고 조직에 녹아 들려면 문화로 정착해야 한다는 게 송 원장의 생각이다.

송 원장은 “지금 한국 경제에 가장 필요한 것이 전략”이라고 말했다. 외국 기업과 경쟁해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시장에서 이기는 전투에는 자주 승리한다. 그러나 경제 전반은 계속 침체의 길로 접어든다. 제대로 된 패러다임을 읽고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부족해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진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통용되는 경제 정책이나 이론은 100m 달리기만 생각합니다. 각자의 트랙에서 최선을 다해 달리기를 해서 이기는 게임이죠. 내가 빨리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런 게임은 많지 않아요. 축구·야구·격투기를 보세요. 어떻게든 상대방의 행동을 예측해 피하고, 치고 때려야 이겨요. 필요하면 다리도 걸고 반칙도 해야 합니다. 경제도 마찬가지 입니다. 기업은 무조건 더 좋은 제품이 아니라 시장에서 통할 제품, 경쟁상대와 비교우위가 있는 제품, 미래에 주축이 될 제품을 만들어야 해요. 국가는 그에 맞는 큰 그림을 가지고 정책을 펼쳐야 하죠. 이 시점에 ‘전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1292호 (2015.07.06)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