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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점 지난 2015 프로야구 FA의 경제학] 삼성·두산 ‘안도’ 한화·SK ‘불안’ LG ‘실망’ 

장원준·윤성환, 거품 논란 누그러뜨려 ... 김경언·박경수, 저비용-고효율 활약 


▎투수 최초로 80억원 이상 계약에 성공한 장원준(아래 / 사진:뉴시스)과 윤성환(사진:중앙포토)은 상반기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630억6000만원. 지난해 프로야구 시즌이 끝나고 FA(자유계약제도)로 맺어진 총 계약의 규모다. 역대 가장 많은 19명의 FA 대상 선수들이 시장에 나왔다. 수준급 선수들도 꽤 있었다. 스토브리그 내내 흥미로운 계약이 이어지며 보는 이를 즐겁게 했다. 이전까지 최고 계약 금액인 총액 80억원을 넘는 계약자도 3명이나 나왔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았던 셈이다.

보는 팬들은 즐거웠지만 선수와 계약을 맺는 구단은 괴로웠다. 선수들의 적정 몸값을 놓고 수없이 계산기를 두드렸다. 리그는 좁고 수준급 선수의 숫자는 제한되어 있으니 출혈도 감수해야 했다. 치솟은 몸값에 슬그머니 발을 빼기에는 팬들의 시선이 두려웠다. ‘투자에 인색한 구단’ ‘프랜차이즈 스타 대접에 소홀한 구단’이란 오명을 쓸 수 있어서다. FA 계약자 19명은 어떻게든 구단과 계약을 했다. 과거처럼 FA 미계약으로 선수가 은퇴를 하는 불상사는 없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리고 첫 시즌의 상반기가 지났다. 팀 별로 81~87경기를 소화했다. 막대한 투자에 대한 중간 손익을 계산해볼 시간이다.

19명의 FA 계약 중 대박(총액 50억원 이상) 계약자는 6명이었다. 20억~40억원의 중박 계약자도 5명 나왔다. 나머지 8명은 다소 아쉬운 계약을 했다. 계약금액별로 구간을 나눠보면 공통점이 있다. 50억원 이상의 대박 계약을 이끈 선수들은 두 가지 조건을 충족했다. 통산성적이 뛰어나고 최근 2~3년간에도 최고의 성적을 낸 선수들이다. 20억~40억원의 중박 계약 선수들은 ‘통산 성적은 좋지만 최근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들’이다. 나머지 8명은 선수 생활 내내 뚜렷한 임팩트가 없고 최근 성적도 눈에 띄지 않는 선수들이었다. 꾸준히 잘 해야 하고, 최근의 흐름도 좋아야 좋은 계약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각 구단은 투자에 합당한 결과물을 얻었을까? 대박 계약 선수 6명 중 절반인 3명은 준수한 성적을, 나머지 3명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받았다. 가장 훌륭한 성적을 올린 선수는 투수 최고 금액 계약자 1~3위인 장원준(롯데→두산)·윤성환(삼성)·안지만(삼성)이었다. ‘선수들의 몸값이 필요 이상으로 폭등했다’는 목소리를 나오게 한 주범들이다. 많은 이들의 우려와 달리 성적은 좋았다. 비교 기준은 최근 5년간의 성적이다. FA 선수들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의 선수들이다. 나이나 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실력이 월등하게 좋아질 확률은 낮다. 냉정하게 말하면 기존에 하던 만큼만 해달라는 게 구단의 바람인 셈이다.

총액 80억 넘는 계약자 3명


장원준과 윤성환은 구단의 이러한 기대에 부합했다. 롯데에서 두산으로 이적한 왼손 투수 장원준은 올해 17경기에 등판해 9승 5패를 기록했다. 방어율은 3.18, 총 102이닝을 소화했다. 방어율은 리그 4위, 승수는 리그 5위에 해당하는 성적. 3점대 초반의 방어율에 두 자릿 수 승수가 가능한 에이스 투수의 기준을 충족했다. 특별히 로테이션을 거르지도 않았고 선발 때 평균 6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안정적인 팀 운영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장원준이 최근 5년보다도 더욱 빼어난 투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반기 장원준의 방어율 3.18은 최근 5년간 평균 방어율(3.98)보다도 낮다.

삼성의 오른손 에이스 투수인 윤성환도 만족스러운 전반기를 보냈다. 17경기에 등판해 9승 5패의 성적을 올렸다. 방어율은 3.64를 기록했는데, 최근 5년간 평균 방어율(3.85)보다 조금 더 좋은 기록이다. 이닝당 주자 허용율(WHIP)은 1.16으로 리그에서 둘째로 낮다. 그만큼 좋은 구위를 선보였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등판 때 소화한 평균 이닝 수다. 총 111과 1/3 이닝을 소화했는데, 경기당 평균 6.6이닝을 소화했다. 그가 선발로 나오면 평균 7회 2아웃까지는 잡았다는 소리다. 선발이 긴 이닝을 버텨주면 중간 투수들의 힘을 아낄 수 있다. 투수 운용에 엄청난 힘이 된다.

삼성과 원소속팀 계약을 맺은 안지만도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전반기 46이닝을 던져 방어율 3.52, 3승 2패 20홀드의 성적을 올렸다. 삼성의 마무리 투수 임창용의 앞에서 등판해 방패 역할을 충실히 했다. 최근 5년간 성적과 비교할 때 방어율이 2.82에서 3점 중반으로 떨어진 것은 아쉽다. 하지만 WHIP가 1.3, 삼진/볼넷비 3.07 등을 비교하면 공의 위력은 여전해 보인다. 또 리그의 중간 계투 투수 중 안지만만큼 오랜 기간을 안정적으로 던진 투수는 드물다. 위기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로 전환이 가능하고, 삼성의 난공불락 마무리 투수인 오승환까지 일본으로 떠난 것을 감안하면 삼성에서는 꼭 잡아야 할 선수였다.

SK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집 토끼’를 잡는 데 최선을 다했다. 9개 구단 중 가장 많은 5명의 FA 계약 대상자가 있었다. 그중 3루수 최정과 외야수 김강민은 꼭 잡아야 할 선수로 분류됐다. 그만큼 많은 출혈이 있었지만 두 선수를 잡는 데는 성공했다. 문제는 부상이었다. 4년 86억원으로 한국 프로야구 FA 계약 최고액 기록을 세운 최정은 부상으로 전반기 51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타율도 2할7푼1리로 낮았다. 규정타석을 채웠다면 리그 37위에 해당하는 타율이다. 최고 몸값 선수에 걸맞지 않는 성적이다. 외야수 김강민 역시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출전하지 못했다. 35경기에 나와 2할8푼6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SK는 최정·김강민 부상에, LG는 박용택 부진에 속앓이


▎전반기를 9위로 마감한 LG는 FA 고액 연봉자 박용택(가운데)의 부진이 아쉬웠다. / 사진:뉴시스
SK로선 다행인 점도 있다. 두 선수가 부상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기량이 하락하지는 않았다. 최정의 최근 5년간 성적과 올해 성적을 비교하면 타율은 소폭 떨어졌지만 장타력과 타점 생산 능력은 여전했다. 최근 5년간 5.26경기당 1개의 홈런을 쳤는데, 올해는 5.1경기당 1개의 홈런을 치고 있다. 경기당 타점도 5년 평균 0.7에서, 올해 0.65로 크게 차이가 없다. 부상에서만 회복하고 경기 감각만 끌어올린다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직 4년 계약의 첫 해도 지나지 않았다.

김강민 역시 마찬가지다. 리그의 외야수 중 공격력과 수비능력을 두루 갖춘 우타자는 드물다. 타격이 좋은 외야수는 대부분 좌타자다. 공·수·주가 되는 우타 외야수라는 사실만으로도 김강민의 가치는 높다. 출전 경기 수는 적지만 타율과 홈런, 타점 페이스는 최근 5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도 여전하다.

고액 FA 투자에서 씁쓸한 구단은 LG다. 좌타 외야수 박용택과 4년 50억원의 계약을 했다. 전반기 75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8리, 11개의 홈런 42개의 타점을 올렸다. 전반적인 성적은 나쁘지 않지만 세부지표를 보면 걱정스러운 부분이 많다. 박용택의 가장 큰 장점은 정교한 타격이다. 외야수로서는 어깨가 약하다는 약점이 있지만 이를 상쇄할 정도로 타율이 높았다. 2009년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했다. 2009년 3할7푼2리로 최고 타율을 기록한 후 타율이 조금씩 떨어졌지만 2013년부터 다시 타율이 올랐다. 그런데 올 상반기 타율은 2할8푼8리로 다소 실망스럽다. 오히려 홈런 페이스는 좋다. 최근 5년 동안 9.76경기당 1홈런을 쳤는데, 올해는 6.82 경기당 1개의 홈런을 치고 있다.

그런데 늘어난 홈런 숫자가 문제다. ‘장타를 의식해 스윙이 커지면서 자신의 장점인 정교한 타격이 어려워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난해 박용택은 75개의 볼넷을 얻는 동안 삼진은 65개를 당했다. 볼넷이 삼진보다 많은 몇 안 되는 타자 중 하나였다. 올해는 24개의 볼넷을 얻는 동안 49개의 삼진을 당했다. 볼넷에 비해 삼진이 2배 수준으로 많다. 타석에서 선구안이 떨어지고 서두르고 있다는 얘기다. 박용택은 이번 FA 계약자 19명 중 나이가 가장 많다. 올해의 부진이 일시적인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 걱정스럽다.

적은 투자금액으로 쏠쏠한 결과물을 만든 선수들도 있다. 저비용-고효율 선수들이다. 대표적 선수가 외야수 김경언(한화)과 내야수 박경수(LG→KT)다. 김경언은 다소 억울한 FA 계약을 했다. 지난해 타율 3할1푼3리, 8개 홈런, 52타점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지난해 성적만 놓고 보면 총액 20억원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닌 선수였다. 하지만 통산 성적과의 차이가 컸다. 최근 5년간의 타율은 2할7푼에 불과했고 지난해 8개가 가장 많은 홈런일 정도로 장타력이 부족했다. 외야수로서 수비 또한 견고하지 않아 마이너스 요인이 됐다. 지난해 3할을 넘기긴 했지만 투자하는 구단 입장에서는 한 해만 반짝한 것인지 선수의 실력 자체가 업그레이드 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결국 3년 8억5000만원이라는 초라한(?) 금액에 원 소속 구단인 한화와 계약했다.

올해는 작정한 듯 성적을 내고 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던 지난해보다 1~2단계 업그레이드 된 성적이다. 51경기 3할3푼9리의 타율과 8홈런 35타점을 기록했다. 자신의 최고 타율을 경신했고, 한 시즌 최고 홈런 숫자와도 타이를 이뤘다. 경기 중 투수의 공에 종아리를 맞아 많은 경기를 출전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최근 부상에서 회복해 타격감을 끌어 올리고 있는 상태로 최고의 FA 모범생이 될 확률이 높다.

LG의 만년 유망주 박경수도 저비용-고효율 선수의 길을 걷고 있다. 2003년 LG에 입단할 때만 해도 미래가 기대되는 내야수였다. 하지만 프로 무대에서 좀처럼 빛을 보지 못했다. 타율은 2할4푼, 연간 5~6개의 홈런을 치는 그저 그런 선수였다. 지난해에는 87경기만 출전하며 주전보다는 백업에 가까웠다. 올해는 KT에서 자신의 재능을 폭발시키고 있다. 전반기 2할7푼1리에 12개 홈런, 37타점을 기록했다. 팀의 거의 모든 경기(85경기)에 출전하며 내야 한 축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개인 최초로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장타력까지 갖춘 선수가 됐다. 최초 계약 당시만해도 4년 18억2000만원의 계약이 무모한 투자라는 평가가 많았으나 실력으로 이를 극복해내고 있는 셈이다.

돌풍의 한화는 김경언에 웃고 배영수·송은범에 울어


▎한화의 김경언은 대표적인 저비용- 고효율 FA다. / 사진:중앙포토
사실상 실패로 분류할 수 있는 FA 계약도 있다. 조동찬(삼성)과 차일목(기아)이다. 조동찬은 4년 28억원에 원 소속 구단인 삼성과 계약을 했다. 하지만 부상을 당했고 상반기 1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기아와 2년 4억5000만원에 계약한 포수 차일목 역시 전반기 11경기 출전에 그쳤다. 부상과 부진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 머물렀다. 차일목의 나이(1981년생)까지 감안하면 2년간의 계약기간 동안 투자에 대한 결과물을 만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구단별로는 한화와 KT의 FA 계약자 성적표가 궁금해진다. 한 해 외부 영입으로 계약이 가능한 선수의 최대치인 3명의 계약을 맺은 구단이다. 공통점은 불확실한 미래에 과감한 투자를 했다는 점이다. 결과는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를 맛봤다. 한화는 삼성에서 오른손 투수 배영수와 왼손 투수 권혁을, 기아에서 오른손 투수 송은범을 영입했다. 과거 리그를 지배할 정도의 구위와 성적을 냈던 선수들이다. 다만, 최근에는 성적이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었다. 떨어지는 성적의 원인이 일시적 부진인지 기량 저하인지를 판단하기 힘들었다. 한화는 전자로 결론을 내리고 과감하게 지갑을 열었다. 결과는 다소 아쉽다. 권혁만 제 몫을 해줬고 배영수와 송은범은 부진했다. 권혁은 전반기 51경기를 나와 78이닝을 소화했다. 웬만한 선발 투수보다 많은 이닝을 던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한 해가 2009년 80과 2/3이닝이다. 상반기 소화 이닝과 비슷하다. 비록 방어율은 4.04로 5년간 평균(2.83)보다 많이 낮아졌지만 전천후 불펜으로 팀 전력의 플러스 요인이 된 것은 분명하다.

한때 삼성의 에이스였던 배영수는 좀처럼 과거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16경기에 나와 58과 2/3이닝을 던졌고, 방어율도 6.60으로 높다. 그나마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주고는 있지만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송은범은 재앙에 가깝다. 2007~2011년까지는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2점대 평균 자책점에 불펜과 선발이 가능한 전천후 요원이었다. 이후 성적이 급격히 떨어졌는데, 올해는 오히려 그 폭이 더 커졌다. 방어율은 7.55를 기록했고 부진으로 2군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KT의 FA 계약자들도 아쉽다. 올해 처음으로 프로야구 1군에 진입한 KT는 신생팀으로 전력 보강이 급한 팀이었다. 과감한 투자가 기대됐다.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서둘러 계약을 진행했다. 박경수(LG, 4년 18억2000만원)·김사율(롯데, 4년 14억5000만원)·박기혁(롯데, 4년 11억4000만원)을 영입했다. 김사율과 박경수는 최근 성적이 하락하는 추세였고 나이도 많았다. 박기혁은 2010년 국가대표에도 발탁될 정도로 실력을 가진 유격수다. 하지만 2011년 군입대로 2년간의 공백이 있었고, 제대 후 2013~2014년엔 주전 경쟁에서 밀려 2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팀 전력이 약한 롯데에서도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될 정도였다. 세 선수의 영입은 도박에 가까웠다. 그러나 박경수와 박기혁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며 절반의 성공은 거뒀다. 이와 달리 김사율은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한 ‘롯데’가 최고 루저?

결과를 떠나 KT의 투자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KT는 서둘러 3명과 계약을 하며 이렇게 발표했다. ‘FA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임에 따라 선수들의 몸값이 더 높아지기 전에 적당한 가격에 좋은 선수들을 영입했다.’ 이 판단은 틀렸다. FA 시장이 막바지로 갈 때까지 팀을 찾지 못한 선수들은 3명이나 있었다. 이성열(한화, 원 소속팀 넥센과 계약 후 한화로 트레이드)·나주환(SK)·이재영(SK)이다. KT가 계약한 박경수·박기혁·김사율도 KT가 아니었다면 팀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FA를 계약하면 원 소속구단에 선수의 전년도 연봉의 3배 혹은 전년도 연봉의 2배와 선수 1명을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KT가 계약을 서두르지 않았다면 더 많은 선수들과 비교하며 계산기를 두드릴 수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을 가졌다면 동일한 선수를 훨씬 더 낮은 비용으로 계약할 수도 있었다.

한화와 KT는 투자라도 했으니 성공과 실패라도 따져볼 수 있다. 롯데와 NC는 FA 시장에서 단 1명의 선수와도 계약하지 않았다. 두 팀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NC는 하지 않았고 롯데는 못했다. NC는 팀 전력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 보고 많은 비용이 드는 FA보다 내부 육성으로 가닥을 잡았다. 결과도 좋았다. 전반기 10개팀 중 2번째로 좋은 성적을 올렸다. 롯데는 소속 투수인 장원준을 잡으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지난해 선수들을 CCTV로 사찰한 정황이 밝혀지며 구단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구단 사장과 단장, 감독이 모두 교체되는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FA에 전력을 기울이기 힘든 상황이었다. 팀의 좌완 에이스(장원준)를 다른 팀에 내줬고, 별다른 전력 보강도 하지 못했다. 롯데는 전반기를 8위로 마감했다.

- 박성민 기자 park.sungmin1@joins.com

[박스기사] 2016 예비 FA는? - 김현수·정우람·김태균·손승락·박석민 대박 예감


▎한국 야구의 전설인 이승엽도 올해가 끝나면 FA가 된다. / 사진:중앙포토
지난해 FA 시장이 푸짐한 밥상이었다면, 올해 열릴 FA 시장은 잔칫상이 될 전망이다. 그만큼 좋은, 또 많은 선수가 FA 시장에 나온다. 올 시즌의 3분의 2 이상을 소화하면 FA가 되는 선수가 28명이나 된다. 하지만 일부는 부상과 부진으로 2군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FA자격을 획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 23~25명이 FA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포지션도 다양하다. 선발 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의 선수들이 시장에 나와있다. 리그 톱10 안에 드는 수준급 선수도 많다. 팀별로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팀의 전력을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경쟁은 높은 가격을 의미한다. 지난해 계약 총액인 630억원은 가볍게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계약 대상자가 많은데다,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 팀의 흥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스타성을 갖춘 선수도 있다. 역대 FA 최고 계약금액인 최정의 4년 86억원을 뛰어넘는 선수가 나올 수도 있다.

총액 50억원 이상의 대박 계약이 확실해 보이는 선수는 5명이다. 김현수(두산 외야수)·정우람(SK 투수)·김태균(한화 내야수)·손승락(넥센 투수)·박석민(삼성 내야수)이다. 각 포지션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다. 5~7년 이상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데다, 올해 성적까지 좋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김현수다. 연습생 신분으로 두산에 입단해 리그 최고의 외야수가 됐다. 2008년 3할5푼7리를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이후 2012년(2할9푼1리)을 제외한 모든 시즌에 타율 3할을 넘겼다. 통산타율 3할1푼8리에, 홈런 한방도 갖추고 있다.

이 선수의 가치를 높이는 요인은 2가지다. 20대(1988년생) 후반의 젊은 나이와 올해 성적이다. 나이를 감안하면 FA 계약기간인 4년 동안은 최고의 전성기를 보낼 확률이 높다. 올해는 3할3푼1리의 타율과 12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최근 5년 사이 가장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불펜 보강이 시급한 팀은 왼손 투수 정우람과 오른손 투수 손승락에 군침을 흘릴 수 있다. 수년간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고 올해 성적도 좋은 선수들이다. 정우람은 왼손 투수인데다 나이도 30세로 젊어서 가치가 더욱 뛸 것으로 보인다. 통산성적(통산방어율 2.70)도 좋지만 최근 3년간 최고의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삼성의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일본으로 가면서 우완 정통 마무리의 계보를 있는 손승락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방어율이 4.33으로 올라 불안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올해 다시 좋은 모습을 찾았다.

2012년부터 해마다 30세이브 이상을 달성하고 있다. 좋은 구위를 유지하고 있고 경험도 풍부해 좋은 계약을 이끌 수 있을 전망이다.

내야수 김태균과 박석민도 주목해야 할 선수다. 정확도와 파워를 겸비한 오른손 타자들이다. 어느 팀에서도 중심 타선을 맡을 수 있다. 김태균은 15억원으로 이미 리그에서 연봉이 가장 높은 선수다. 워낙 연봉이 높아 좋은 활약을 하고도 ‘돈 값 못하는 선수’라는 억울한 대접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김태균만큼 꾸준히 자기역할을 해주는 선수는 드물다.

올해도 3할4푼6리의 고타율을 유지하고 있고 17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잠시 주춤했던 장타력도 회복한 상태다. 박석민은 해마다 3할 언저리의 타율에 20개 홈런을 기록할 수 있는 선수다. 최근 3년에 비해 올해 성적(2할9푼6리, 12홈런)이 다소 아쉽지만 여전히 선수의 가치는 높다. 나이도 30세로 젊은 편이어서 대박 계약을 할 수 있는 요건이 충분하다.

깜짝 대박을 꿈꿀 수 있는 선수들도 있다. 유한준(넥센 외야수)·오재원(두산 내야수)·정상호(SK 포수)가 주인공이다. 우타 외야수 유한준은 꾸준히 자기 몫은 했지만 임팩트는 부족한 선수였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타율 3할을 넘기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올해는 타율 3할6푼5리로 리그 수위타자 자리에 올라있다. 18개 홈런으로 장타력까지 갖췄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나이가 걸림돌이다. 오재원은 리그에서 드문 좌타 내야수다. 타율과 장타율이 떨어지지만 장점이 많은 선수다. 빠른 주루와 건실한 수비, 경기에서 발휘하는 투지가 뛰어난 선수다. 어느 구단에서든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각 팀마다 가장 고민이 큰 포지션이 포수다. 팀 전력에 핵심이 되는 포지션이다. 수비력과 타격, 경험이 바탕으로 필요한 자리다. 정상호는 리그 정상급으로 분류되는 포수다. 올해 타격이 다소 부진하지만 매력적인 자원임엔 분명하다.

그 밖에 홈런왕 출신 우타자 김상현(KT), 좌타 1루수 박정권(SK), 선발과 불펜 모두 가능한 투수 채병용(SK)과 심수창(롯데)도 주목할만한 선수들이다.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뚜렷한 선수들이다. 이들과 계약을 원하는 구단이 장점을 더 높이 평가한다면 충분히 좋은 계약을 이끌 가능성이 있다. 이들 5명은 모두 아쉬운 전반기를 보냈다. 자신의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는 하반기의 활약이 절실해 보인다.

예비 FA 중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선수는 이승엽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타자다. 한 시즌 최다 홈런기록(56개)을 보유하고 있고, 현재 KBO에서 통산 홈런이 가장 많은 선수다. 지금까지도 좋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상반기 성적은 타율 3할2푼7리에 15홈런이다. 스타성을 갖춰 관중 동원력도 훌륭하다. 문제는 40살로 접어드는 나이다. 언제 기량이 떨어져도 이상할 게 없다. 무턱대고 높은 금액을 제시하기에 부담스럽다. 한국 최고라는 자존심까지 챙겨야 하는 상황이어서 FA 계약 규모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선수다.

올 시즌은 10월이면 끝난다. 하지만 FA 계약을 놓고 벌이는 구단과 선수들의 줄다리기는 겨울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물론 이 또한 팬들에게는 볼거리다.

1296호 (2015.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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