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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의 시발점 중국 시안(西安)을 가다] 중국 제4의 거점 도시로 급부상 

미래 성장 이끌 서부 지역의 허브 …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으로도 친숙 

시안(중국) = 한우덕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당나라 시절 시안의 동쪽 시장에선 주로 대륙의 물건을, 서쪽 시장에선 서역에서 들어온 물건을 팔았다.
“중국 개혁개방 약 36년. 그동안 발전이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동부 연안 도시 위주로 이뤄졌다면, 향후 중국 경제의 성장동력은 서부 지역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이제 봉황은 서북에서 날아오를 것이다(鳳凰西北飛).” 요즘 중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방 지도자 중 한 명인 러우친젠(婁勤儉·59) 산시(陝西)성 성장의 얘기다. 중국 국가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추진과 함께 서부 지역이 앞으로 중국 성장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얘기다. 서부 여러 도시 중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도시가 바로 산시성의 성도인 시안(西安)이다. 우리에게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공장을 세워 더 가깝게 다가온 곳이기도 하다.


시안 현지인들은 시안을 ‘일대일로의 시발점’이라고 말한다. 고대 실크로드의 기점이라는 지정학적 특징이 현대에도 고스란히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시안 시내를 돌아보면 실크로드 기점의 흔적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중국인들은 ‘물건’이라는 말을 ‘둥시(東西)’라고 한다. ‘물건을 사다’는 뜻의 중국어는 ‘마이둥시(買東西)’다. 동쪽(東)과 서쪽(西)을 산다고? 중국어를 처음 접하는 사람은 의아해 할 수밖에 없다. 이 말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알 수 있는 곳이 바로 시안이다. 당(唐)나라 시절 창안(長安, 지금의 시안)에는 두 개의 시장이 있었다. 시내 동쪽에 있는 시장(東市)에서는 주로 대륙의 물건을 팔았고, 서쪽 시장(西市)에서는 실크로드를 통해 서역에서 들어온 물건을 주로 팔았다. 동·서 시장에 간다는 것은 곧 물건을 사기 위함이었고, 그래서 ‘둥시(東西)’라는 말은 물건을 뜻하게 됐다고 중국 언어 학자들은 설명한다.

시안 시내의 ‘대당서시(大唐西市)’는 그 역사의 흔적을 보여주는 곳이다. 창안 서시(西市)가 있던 바로 그 곳에 들어선 국제 시장이다. 7월 10일 방문한 대당서시에서는 옛 서역 교역시장의 명성을 말해주듯 중앙아시아·동남아·한국·일본 등 여러 나라의 물품이 팔리고 있었다. 화려했던 고대 국제 도시 시안의 위용이 잘 드러나 있다.

황재원 KOTRA 시안 관장은 시안의 부활을 ‘천시(天時)·지리(地利)·인화(人和)’라는 측면에서 설명한다. “중국 정부의 일대 일로 정책으로 시안 경제가 도약을 위한 최고의 시기(天時)를 맞고 있다. 시안의 우수한 인재, 첨단산업 등이 일대일로와 만나 꽃을 피우려 한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시안은 실크로드의 시발점이라는 지리적 이점(地利)을 갖고 있다. 여기에 시안이 갖고 있는 중원 문화가 겹쳐지면서 시안은 일대일로 사업의 인문 교류에서도 앞서 달리고 있다.” 황 관장은 “시진핑 주석 등장 이후 시안이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에 이은 제4의 거점 도시로 부각되고 있다”며 “시안 시정부는 중국 서북 지역의 중심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치밀한 정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홍콩에 본부를 두고 있는 민간 연구기관인 중국도시경쟁력연구회가 조사한 ‘일대일로 정책의 최대 수혜 도시’ 조사에서도 시안은 우루무치·란저우·정저우 등을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중앙 정부의 일대일로 정책에 대한 산시성 성정부의 대응은 민첩하다. 산시성은 최근 발표한 ‘일대일로 행동 계획’을 통해 5개 중심 전략을 제시했다. 교통·물류 중심, 과학혁신 중심, 산업협력 중심, 문화여행 중심, 금융협력 중심 등이 그것이다. 서북 지역 경제의 허브가 되겠다는 뜻이다. 글로벌 기업은 지금 ‘과학혁신 중심’이라는 차원에서 시안을 주시하고 있다. 교육 도시 시안의 고급 인재를 활용하자는 차원이다. 시안에는 약 40여개의 대학에서 60만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특히 이공계 학과가 강하다. 이런 여건을 바탕으로 시안에는 반도체·LED 등 IT 및 소프트웨어 산업이 폭넓게 발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70억 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는 이유다. 시안은 항공산업의 메카이기도 하다. 대형 수송기, 엔진 등이 생산되고 있다. 자동차는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분야다. BYD자동차가 이 지역에서 연간 생산량 70만대 규모의 시설을 갖추고 있고, 지리(吉利)자동차도 30만대 규모의 공장을 갖고 있다. 삼성반도체가 시안에 둥지를 튼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인재였다. 에너지도 풍부하다. 중국전력건설그룹 계획발전연구원의 왕셔량(王社亮) 부총경리는 “일대일로 계획에 따르면 서북지역에 수력·풍력·태양광 등 청정 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에너지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게 된다”며 “에너지 기초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시성의 발전은 우리에게도 기회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 투자를 계기로 시안은 중국 내 어느 다른 지역보다도 한국경제와의 긴밀도가 높은 도시로 다가오고 있다. 이강국 주(駐) 시안 총영사는 “한국과 산시성과의 교역량이 2013년 161.9%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72.5%나 늘었다”며 “중국 정부의 일대일로 정책, 시안의 과학기술 산업 능력 등을 감안하면 산시성과의 경제협력 공간은 더 넓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총영사관이 시안에 한국 국제학교를 설립하려는 이유다.

- 시안(중국) = 한우덕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박스기사] 시안은 어떤 곳 - 중원을 굽어보는 형세의 요충지

시안은 진(秦)제국의 요람이자 진시황이 통일 제국의 기틀을 마련했던 곳이다. 풍수학에서는 중원의 용맥(龍脈)이 관중에서 시작하며 용의 머리에 자리잡은 장안이 중원을 굽어보는 형세라고 풀이했다. 용머리 시안이다. 제왕의 고향이었다. 서주(西周)·진(秦)·서한(西漢)·신(新)·동한(東漢)·서진(西晉)·전조(前趙)·전진(前秦)·후진(後秦)·서위(西魏)·북주(北周)·수(隋)·당(唐) 13개 왕조가 시안을 수도로 삼았다. 장장 1200여년이다.

산시성 시안은 21세기 들어 서부대개발의 핵심지로 탈바꿈했다. 관중-톈수이(關中-天水) 경제구가 중심이다. ‘관중-톈수이경제구발전 계획’은 2009년 국무원이 발표했다. 셴양(咸陽)을 포함한 대시안(大西安)을 중심으로 서쪽으로 바오지(寶鷄)와 간쑤(甘肅)성 톈수이시까지 동서로 잇는 경제 벨트다. 시안은 내년부터 시작되는 13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 준비에 한창이다.

산시성발전개혁위원회는 대시안(大西安) 건설, 관중산업 구조 개선, 대형 인프라설비 건설, 구역간 협조 발전 등을 놓고 중앙과의 조율에 힘쓰고 있다.

1298호 (201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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