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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족 전성시대의 소비 지형도 변화] 많이 팔려면 ‘MSG’[소형화(Miniaturization)·안전성(Safety)·고도의 간편성(Great convenience)] 첨가하라 

대형 가전보다 소형 가전 인기 … 저렴한 홈 시큐리티 서비스도 각광 

1인 가구 전성시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국내 전체 가구의 15.5%였던 1인 가구는 지난해 26%로 증가했다. 2020년에는 30%로 늘어날 전망이다. 혼인을 미루거나 단념하고 홀로 사는 20~30대가 늘면서 1인 가구의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1인 가구 급증으로 국내 산업 지형도 역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기업들은 1인 가구 맞춤형 이색 상품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내놓고 있다. 창업 시장에서도 1인 가구의 증가가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예전에는 잘나갔지만 1인 가구 시대를 맞아 위기를 맞은 사업·산업 분야도 있다.

▎여성 1인 가구의 증가는 홈 시큐리티 시스템의 다양화와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서울 역삼동의 한 원룸 오피스텔에서 나홀로 사는 직장인 김영아(32)씨는 퇴근하자마자 자석 감지기 등의 홈 시큐리티 시스템을 점검했다.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김씨는 TV부터 켜고 접이식 매트리스에 몸을 눕혔다. 25인치짜리 모니터 겸용 TV에서는 1인 가구 시청자들을 겨냥한 JTBC의 인기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가 방영되고 있었다. “저 레시피 괜찮네. 한번 따라해볼까?”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김씨는 귀찮음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스마트폰을 꺼내든다. 뭘 먹을까 고민하며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화면을 기웃거린다. ‘아, 이번 주말에 동호회 사람들이랑 충주호 캠핑을 가기로 했었지!’ 주말 약속에 생각이 미친 김씨는 서둘러 미니멀 캠핑 장비들을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2020년엔 국내 가구의 30%가 1인 가구


▎1인 가구 증가로 소형 가전이 인기다. / 사진:신세계 제공
김씨의 일상은 2015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급격히 늘고 있어서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만 해도 국내 전체 가구의 9%에 불과했던 1인 가구 비중이 2000년 15.5%, 2010년 23.9%로 뚜렷하게 증가했다. 지난해는 전체 가구의 26%가 1인 가구였다. 이 수치는 올해 27.1%를 찍고 5년 후인 2020년에는 3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1987만 가구 중 587만 가구가 1인 가구로, 국내 전체 가구 10곳 중에 3곳은 1인 가구가 된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2인 이상 가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10년 기준 4인 가구는 390만 가구로 1인 가구(414만 가구)보다 적었다.

통상 이들 1인 가구는 소비성향이 일반 가구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2012년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30대 이하부터 70대 이상까지의 1인 가구 소비성향은 평균 77.8%로 2인 가구(71.8%)의 경우보다 6%포인트 높았다. 특히 국내 소비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10~30대 1인 가구의 소비성향은 81.4%로 2인 가구일 때(65.2%)보다 16.2%포인트나 높았다.

지난해에도 1인 가구의 소비성향은 평균 80.5%로 전체 가구(73.6%)보다 높았다. 여럿이 공유할 수 있는 품목도 1인 가구 소비자는 홀로 소비해야 하므로, 이들의 소비지출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산업연구원(KIET)은 1인 가구의 소비지출 규모가 2030년에는 총 194조원으로 4인 가구 소비지출(17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어떤 상품이 1인 가구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을까? 조어로 표현해보면 1인 가구는 ‘MSG’에 푹 빠졌다. 요리할 때 입맛을 돋우기 위해 화학조미료(MSG)를 첨가하는 것처럼, 1인 가구 소비자의 입맛을 돋우기 위해서는 상품에 MSG를 첨가해야 한다.

각각 소형화(Miniaturization)의 M, 안전성(Safety)의 S, 고도의 간편성(Great convenience)의 G다. 이 MSG가 1인가구 맞춤형 상품에 접목돼 인기리에 팔리면서 국내 산업 지형을 변모시키고 있다. 요리 재료로서의 MSG는 사람 몸에 유해 한지 무해한지 논란거리이지만, 1인 가구 맞춤형 상품의 MSG는 이들을 겨냥한 기업의 필수 키워드다.

소형화(Miniaturization)


▎스타벅스코리아가 올해 출시한 ‘단백질’은 반숙달걀·연두부·스트링 치즈로 구성돼 1인 가구 소비자로부터 한 끼 대용 상품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 사진:스타벅스코리아 제공
작아야 잘 팔린다. 가전(家電)이 대표적인 예다. 혼자 사는 소비자에게 대형 가전은 불필요하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GFK에 따르면 국내 가전 소비 시장은 올 1분기 4조6000억원 규모로 1분기 기준 지난 2011년(4조7700억원 규모)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형 TV나 음향기기 등의 판매량이 예년에 비해 저조했다. 이에 반해 소형 가전만큼은 시장 규모가 오히려 전년 동기 대비 10.4% 증가하는 기현상이 일어났다. 토스터기와 식기세척기, 에어프라이어, 빵제조기 같은 소소한 주방용 소형 가전 수요가 급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 가전 시장 성장률은 갈수록 높아지는 반면, 대형 가전 시장 성장률은 점점 떨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 가전 시장에서는 1인 가구 전성시대를 맞아 치열한 소형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소형 냉장고나 세탁기 등이 각 사가 선보이고 있는 주요 무기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슬림스타일’ 냉장고는 가로 60cm, 용량은 336L로 기존 1000L대 대용량 냉장고에 비해 크기가 대폭 줄었다. 또 일반 냉장고와 달리 냉장실을 위에, 냉동실을 아래에 뒀다. 1인 가구 소비자는 냉동실을 거의 안 쓰는 데서 착안한 배치다. LG전자 ‘꼬망스’와 동부대우전자 ‘더클래식’도 용량이 각각 80~190L대로 1인 가구 맞춤형의 초소형 냉장고다.

온라인 쇼핑몰인 11번가에 따르면 올 1~7월 용량 200L 미만의 초소형 냉장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가량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용량 14㎏ 이하 소형 세탁기 매출도 35% 증가했다. 소형 밥솥도, 소형 TV도 인기다. 쿠쿠전자의 3인용 밥솥은 올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고, LG전자 ‘미니빔 TV’도 지난해 말 출시 이후 거듭 판매량이 늘고 있다. 이에 일렉트로룩스(스웨덴)와 테팔(프랑스) 등 해외 유명 브랜드도 소형 생활가전을 국내에서 잇따라 선보이면서 국내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이밖에 동산뿐 아니라 부동산도 팔고 사는 물품의 하나로 해석한다면, 현시점에서 소형 오피스텔이 대형 아파트보다 인기 있는 상품임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안전성(Safety)


한 집에 두 명 이상이 살면 집을 비워도 상대적으로 덜 불안하지만 혼자 살 땐 불안감이 크다. 특히 만혼(晩婚) 추세로 여성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안전성 문제에 민감한 혼자 사는 여성들을 위한 상품이 각광받고 있다. 홈 시큐리티 시스템(Home Security System)을 예로 들 수 있다. ‘세콤’으로 유명한 에스원 외에도 KT텔레캅과 ADT캡스 등의 국내 주요 보안 업체들은 원격 감시가 가능한 홈 시큐리티 서비스를 제공해 1인 가구 소비자의 호응을 얻고 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영상 감시 장비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앱으로 집안 상황을 점검할 수 있게 한다. 소비자는 무선 감지 센서를 통해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실시간 탐지할 수 있다.

1인 가구 소비자가 비용 면에서 덜 부담스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이 책정된 것이 특징이다. 각 기업들은 주로 정부나 지자체와 연계해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스원이 경찰청과 함께 전개하는 ‘여성 가구 홈 안심 서비스’는 서울 등 주요 도시에서 가입자 임차 보증금이 1억2000만원 이하 취약계층인 경우 월 9900원의 요금으로 소비자를 보호해준다. ADT캡스가 서울·부산시 등과 공동으로 제공하는 ‘여성 홈 방범 서비스’도 혼자 사는 여성 등을 대상으로 전세 보증금 1억 2000만원 이하인 경우 월 9900원의 요금만 부과한다. 이 서비스의 원래 가격은 월 6만4000원이다.

고도의 간편성(Great convenience)

그냥저냥 간편한 상품이어서는 매력이 떨어진다. 이제는 고도로 간편한 상품이어야 팔린다. 젊은 세대는 물론이고 고령화 사회에 독거노인이 홀로 사는 1인 가구도 증가세라 가정간편식(Home Meal Replacement) 같은 상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1인 가구의 나라’인 일본에서 편의점 등을 중심으로 갖가지 HMR이 팔려나가던 수순을 한국도 그대로 밟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올 4월 출시한 ‘햇반 컵밥’은 1인 가구 맞춤형 상품이다. 기존 스테디셀러인 햇반이 간편성을 갖춘 상품이라면, 이 상품은 고도의 간편성을 갖췄다고 할 만하다. 햇반에 사골곰탕 등 다양한 국 종류를 접목, 몇 분 만에 조리해서 밥과 국을 동시에 즐길 수 있게 했다. 액상 소스로 기존 국밥 상품과 차별화했다.

바나나를 낱개로 팔았던 스타벅스커피코리아도 올 들어 옥수수·고구마·감자 한 조각씩을 한 팩에 담은 ‘옥고감’과 반숙 달걀·연두부·스트링 치즈로 구성한 ‘단백질’ 등의 상품을 새로 출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귀찮아서 끼니를 거르기 쉬운 1인 가구 소비자를 겨냥한 한 끼 대용 상품이다. 마찬가지로 간편하기 이를 데 없는, 진화한 HMR이다.

각 편의점은 숫제 소비자가 혼자서도 간단히 마실 수 있는 소용량 주류까지 팔고 있다. 세븐일레븐의 소용량 주류 판매량은 올 8월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배가 넘게 증가했다. 이와 함께 백패킹 동호회 등에 가입해 혼자 캠핑을 즐기는 소비자가 늘면서 미니멀 캠핑 장비도 인기다. 최근에는 초경량 텐트 등이 인기 상품으로, 혼자서도 잘 가져갈 수 있을 만큼 ‘새털처럼’ 가벼워야 팔린다.

- 이창균 기자 lee.changkyun@joins.com

1302호 (2015.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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