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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사 CEO 경영 스타일은] ‘공격·전략·덕장·소통형’ 4인 4색 

비슷하면서 딴판인 경영 DNA … 해외 진출로 국내 한계 타개 모색 


김정태(63)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년간 마음 편히 쉰 적이 별로 없다. 올해는 여름휴가도 반납했다. 하나금융이 지난해 7월 외환은행과의 조기 통합을 추진하면서다. 지난 2012년 2월 외환은행을 하나금융 계열사로 편입시킬 당시 5년 간 독립 경영을 보장해주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국내외 경기 침체와 저금리로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자 어쩔 수 없이 조기 통합이란 결정을 내려야 했다. 하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났다. 지난 7월 13일 서울 을지로 한 음식점에서 김 회장과 외환은행 노조가 만났다. 터놓고 얘기해보자며 김 회장이 마련한 자리였다. 김 회장은 “조기 통합을 하더라도 절대 구조조정은 하지 않는다”며 “인간 김정태를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김 회장의 뚝심과 진심이 통했던 걸까. 외환은행 노조는 김 회장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그로부터 50여일이 지난 9월 1일 국내 최대 KEB하나은행이 출범했다. 영업통으로도 유명한 김 회장의 이러한 뚝심있는 추진력때문에 금융권에선 그를 공격형 CEO로 부른다. 하나은행 창립 멤버인 김 회장은 하나은행장을 거쳐 2012년 회장직에 올랐다. 공격형 CEO답게 과감한 의사결정과 남다른 아이디어로 조직을 키웠다. 최근에 선보인 하나멤버스도 그의 아이디어다. 세계 최초 서비스인 하나멤버스는 KEB하나은행·하나금융투자 등 6개 계열사의 제휴 포인트를 모두 합산해 현금처럼 사용하는 통합 멤버십 서비스다.

인수합병으로 덩치 키우기 경쟁


김 회장이 공격형 CEO라면 윤종규(60)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전략형 CEO에 가깝다. 11월 21일 취임 1년을 맞는 윤 회장은 올 초 “신한금융을 제치고 국내 1위 리딩뱅크(순이익 기준)로 발돋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07년 순이익이 2조원대에 달했던 국민은행은 이듬해 지주사로 전환된 이후 경영진 내분과 각종 금융사고로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순이익도 반 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 리딩뱅크 자리도 내줘야했다. 윤 회장은 취임 이후 불필요한 부문은 줄이고, 모자란 것은 채우고, 더할 것은 더하며 그룹을 재정비하는 데 주력했다. 국민은행 부행장과 KB금융 부사장을 지내면서 KB금융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직원과의 소통이다. 그는 KB금융지주의 사내 인트라넷에 ‘CEO와의 대화 코너’를 만들었다. 직원들과의 소통을 위해서다. 이뿐만 아니다. 직원의 사기 진작을 위해 KB 간판이 보이면 무조건 차를 세워 지점에 ‘깜짝 방문’했다. 그러면서 KB금융의 고질적인 문제인 인력구조에도 손을 댔다. 국민은행 직원 1인당 생산성은 4대 은행 중 최하위권이다. 통상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노사 간의 진통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노사가 뜻을 모아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지난 5월 1121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내실을 다지면서 외형 확장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지난 7월 LIG손해보험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KDB대우증권 인수전에도 참여했다.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증권 업계 1위로 올라선다.

한동우(67)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무리하진 않지만 소신이 강한 CEO다. 풍부한 경험에 포용의 리더십을 갖춘 ‘덕장(德將)’으로 유명하다. 취임 당시 ‘신한사태’에 따른 임직원의 분열로 조직에 상처가 났지만 1년 만에 조직을 안정시켰다. 그러면서 취임 첫 해에 3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냈다. 30여년 간 신한에 몸 담으며 강점과 약점을 익히 알고 있어서다. 지난 1982년 신한은행 설립 당시부터 몸 담았던 그는 은행 부행장을 거쳐 2002년 신한생명 사장과 부회장을 지냈다. 그는 취임 이후 그룹 미션으로 ‘따뜻한 금융’을 내걸었다. 신한은행은 그동안 리스크 관리를 강조해오면서 수익만 앞세우는 은행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이런 인식을 바꾸기 위해 사람 중심의 금융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은 것이다. 저성장·저금리로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외형 확장에 나선 다른 금융그룹과 상반된 모습이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최근 한 회장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고객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돌려줄 수 있느냐이다”라고 말했다. 경쟁 금융사보다 높은 수익을 내는 것 만큼 따뜻한 금융은 없다는 생각에서다. 실적과 신뢰 회복이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그는 2013년 12월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연임에 성공했다.

취임 200일을 맞는 김용환(63)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소통형 CEO다. 지난 4월 수출입 은행장에서 NH농협금융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취임 후 100일 동안 수익성 확보가 아닌 내부 소통 강화에 주력했다. NH농협 금융은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농촌과 농민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만큼 직원들의 목표의식과 자부심이 남다르다. 이에 김 회장은 공통된 목표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직원들을 만났다. NH농협금융 관계자는 “통상 관료 출신이면 특유의 보수적인 성향이 있게 마련이지만 김 회장은 보수와는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업무보고부터 다른다. 예전에는 임원이나 부장이 주로 보고했지만 지금은 실무자들이 직접 배석해 보고한다. 직원들에게는 유선으로 간단하게 보고하라는 요청도 했다. 취임 100일 지난 8월부터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나섰다. 농협금융은 은행과 증권, 보험을 결합한 국내 1호 복합점포를 연 데 이어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강조한 상품을 출시했다.

해외 시장 영업력 확대 공통 과제

이들은 비슷하면서도 딴판인 경영 DNA를 가지고 조직을 이끌고 있지만 공통된 고민은 있다. 바로 금융과 정보기술(IT)의 융합을 통한 금융서비스인 핀테크(Fin-Tech) 경쟁과 해외 진출이다. 특히 해외 진출은 국내 영업만으로 한계가 있는 이들에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김용환 회장은 취임 당시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NH농협의 성장동력을 해외 시장에서 찾겠다”고 선언했다. 신한금융도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소규모 은행이나 증권사 등을 인수해 나가며 해외 수익 비중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지난 2008년 카자흐스탄 BCC은행의 지분을 인수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낸 뒤 한동안 국내사업에만 집중해왔던 KB금융도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사 중 총자산 1위로 올라선 하나금융은 2025년까지 해외 수익 비중 4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ins.com

1310호 (2015.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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