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세상 바꿔야 진정한 공익 

 

권혁일 해피빈재단 이사장

누구나 한번쯤은 공익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은퇴 후 사회봉사를 하거나, 일과 병행하거나, 아니면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헌신할 수도 있다.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바람은 잠재된 의식이 아닐까 싶다. 그 때문일까. “좋은 일 해서 좋겠다”거나 더 나아가 “돈 쓰면서 도와주는 일을 하니 얼마나 편하고 좋겠냐”란 말도 듣곤 한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데는 공익이 단순하게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와준 사람은 뿌듯하고, 도움을 받은 사람은 고마워하고, 도움의 행동 자체는 사회의 귀감이 되어 칭찬을 받는다.

그러나 공익에서는 이를 ‘자선(慈善)’으로 본다. 점차 기존의 자선적인 공익은 지양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커져가고 있다. 자선이 사회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선의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곳엔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립할 수 있는 곳에 지원이 이어지면 자립 의지를 악화시켜 더 나쁜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동양육시설 지원이다. 매년 18세가 된 800여명의 청소년이 자립정착금 200만~400만원을 손에 쥐고 시설을 떠나 사회로 나온다. 홀로 설 준비가 안 된 상당수는 빈곤에 허덕이거나 최악엔 사회 문제아로 전락한다. 이들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갖고, 자선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언론과 함께 모금운동을 통해 경제적인 지원을 해주면 된다. 그러나 이런 보편적인 자선에 기반한 지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진정한 공익적 접근은 먼저 이를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동양육시설을 퇴소한 청소년이 스스로 생계를 유지하고, 꿈을 갖고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줘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그들의 내적 성장과 이를 이끌어주는 안전망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공익적 요소다.

지난 5년간 필자가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이하 하자센터)와 함께 진행한 ‘연금술사 프로젝트’에서 수많은 시도와 실패를 겪으며 찾아낸 해결책이다. 연금술사 프로젝트는 취약 계층 청소년이 ‘일’을 통해 사회 안에서 자기 존재의 의미를 찾고,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 사업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대다수는 처음엔 하루하루 먹고 사는 거 외엔 미래를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창업을 하면서 동료와 함께 일하는 재미를 알아가며 삶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중엔 지금 월 매출 2000만~3000만원의 웰빙 도시락 사장이 된 이들도 있다.

공익이 점차 자선을 넘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컨대 소년소녀 가장에게 물질적인 지원을 해주기 보다 그들의 부모가 될 수 있는 사람을 연결해주고, 장기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공익에 기반한 경쟁력 있는 사회적기업이 늘어나는 것도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진정한 공익을 한다는 것은 사회, 법, 정책에 대한 이해, 비즈니스 경험, 인적 네트워크 등 총체적인 역량을 모아 세상을 긍정적이고,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이다. 공익은 일반 분야보다 더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각계각층의 전문가가 함께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 권혁일 해피빈재단 이사장

1311호 (201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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