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나무에서 배운 경영의 지혜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

길거리에는 노란 은행잎이, 공원과 뒷산에는 붉은 단풍잎이 세상을 물들였다가 낙엽이 되어 뒹굴고 있다. 떨어지는 잎 사이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시선이 나무로 올라간다. 가을은, 1년 중 나무를 가장 많이 보게 되는 계절이다.

나무를 농밀하게 살펴보면 삶과 경영을 배울 수 있다. 수억년간 살아남기 위해 나무는 다양한 생존 방법을 갖추게 됐다. 겉보기에 단풍은 가을의 산물처럼 보이지만 나무들은 여름부터 단풍을 준비한다. 일교차가 커지는 늦여름부터 나무들은 천천히 잎 속에 있는 물 통로를 막는다. 통로를 막아 물 공급이 어려워지면 자연스레 광합성을 멈추게 된다. 단풍은 광합성의 산물인 초록빛이 빠지면서 잎사귀들이 숨겨왔던 색을 천천히 드러내는 과정이다.

늦가을, 낙하하는 단풍의 효율도 굉장히 높다. 단풍의 떨어짐은 단순한 수직 운동이 아니다. 겨울을 준비하는 움직임이다. 붉은 단풍잎에는 안토시아닌이 있다. 흙 속으로 들어간 안토시아닌은 추운 겨울 해충으로부터 나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잎에는 칼슘과 마그네슘 등의 성분이 들어있다. 이런 성분들은 질소와는 달리 나무줄기와 껍질로 회수가 어렵기 때문에 뿌리 부근에 떨어뜨려 영양분을 다시 회수하는 과정을 밟게 된다. 이런 사소한 움직임 하나에도 급변하는 외부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효율성이 담겨있는 셈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성장하고 굳건하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 발 앞서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글로벌 금융 상황에서 비롯된 환율 변동성, G2의 움직임부터 사람들의 달라지는 취향까지. 외부환경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현재 시장 상황은 좋지만 미래를 위해 정리해야 할 사업부도 존재하게 마련이다. 필자가 몸 담은 기업에서도 올해 초 사업부 하나를 정리했다. 현재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하는 사업부였지만 미래를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대내외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컸지만 사업부 매각 후, 사물인터넷 사업부에 집중할 수 있는 재원을 확보했고, 다양한 연구 환경도 갖출 수 있었다. 여름에는 가을을, 가을에는 겨울을 준비하는 나무의 삶을 보며 지혜를 얻은 덕분에 내릴 수 있는 결단이었다. 계절이 변할 때마다 나무가 영양분을 이동시키듯 자금을 적재적소에 운영해야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마지막 한 가지, 침착하고 촘촘하게 삶을 엮어가는 나무는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만들어가는 역할도 착실히 수행하고 있다. 낙하한 낙엽으로 땅과 나뭇잎 사이의 얕은 길을 만드는 것이다. 작은 동물들은 겨우내 땅과 나뭇잎 사이에 난 길을 따라 이동하게 된다. 잎이 이불 역할을 단단히 하는 것이다. 등산을 할 때, 등산로를 이용하라는 이유는 조난의 위험성과 함께 작은 동물들의 통로를 지켜주려는 의도도 있다. 기업 역시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간다는 마음을 갖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나무는 한 계절 앞서 변화를 예측하며 자연의 이치를 체화했다. 나무의 움직임 하나하나에서 의미를 발견하고 배워 나가면서 생각의 지평을 넓히고 지혜를 얻게 됐다. 나무에게 큰 빚을 지게 된 것이다. 이런 빚은 다른 분들도 지었으면 좋겠다.

- 김태섭 바른전자 회장

1312호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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