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경영은 타이밍이다 

 

성세환 BNK금융그룹회장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일상의 사소한 결정에서부터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결정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은 크고 작은 선택의 순간으로 가득하다. 늘 그렇듯 선택은 힘든 일이다. 좋은 결정인지 아닌지 혹시 나중에 후회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때를 놓치면 될 일도 안 된다. 옛말에 ‘망건 쓰자 파장한다’고 했다. 장에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나갈 채비를 하면 이미 장은 파한 뒤라는 뜻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전략이라도 타이밍을 놓치면 의미가 없다. 경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빠른 의사 결정과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평소 치밀한 분석과 준비를 통해 손을 써야할 시기를 파악하고, 일단 결단을 하면 과감하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시난득이이실(時難得而易失, 기회란 잡기는 어려우나 놓치기는 쉽다)’고 말하며 ‘단이감행귀신피지(斷而敢行鬼神避之, 결단을 내리고 뜻한 바를 용맹스럽게 행하면 귀신도 방해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많은 기업이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의 고비고비마다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선택의 순간에 직면한다. 때로는 조직의 미래를 위해 힘들고 어렵지만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을 맞기도 한다. 지금은 강한 자가 승리하는 시대가 아니라 빠른 자가 승리하는 시대다. 무엇을 하느냐보다 언제 하느냐가 중요하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인 짐 콜린스도 “유능한 경영인은 결정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결코 미루지 않는다. 실패한 결정 10개 중 8개는 판단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제때’ 결정을 못 내렸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BNK금융그룹은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성장을 지속하면서 자본 확충의 필요성이 제기된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할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실 CEO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부담스러운 결정이었지만 금융은 늘 바른 길로 가야한다는 신념을 따른 결단이었기에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금융당국의 자본비율 규제를 충족하는 동시에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등 계열회사 출자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어느덧 2015년 을미년이 저물고 있다. 늘 그렇지만 연말이 되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더구나 국내외 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큰 것 같다. 올해도 어려웠지만 내년 한해도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어느 때보다 신중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너무 두려워하거나 마냥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있어서는 곤란하다. 누구보다 빨리 성장의 기회를 찾아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 경영은 타이밍이다. 결정해야 할 때 결단하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리스크일 수 있다. 한번 지나간 때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생각이 많으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내년에는 모두가 현명한 판단력과 과감한 결단력을 발휘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원한다.

- 성세환 BNK금융그룹회장

1315호 (201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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