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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미래 신산업③ 자율주행차] 2020년 차가 알아서 달린다 

글로벌 완성차·IT 업체 개발 각축전 … 현대차그룹은 2030년께 상용화 목표 

김준술·임지수 기자 jsool@joongang.co.kr

▎사진:중앙벤츠의 미래형 자율주행차 벤츠 F 015 럭셔리 인 모션의 내부. / 포토
지난 12월 24일 서울 서초구의 무인 수송 수단 전문기업인 ‘언맨드 솔루션’. 건물 2층의 기아차 스포티지 내부는 ‘자율주행’ 부품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 회사 문희창(39) 대표는 “기업·연구소 등에 ‘시험용’으로 판매하는 차”라고 설명했다. 이 차는 지붕 위의 레이더로 빛을 쏴 물체를 감지해가며 주행한다. 위험시 긴급 제동과 선행차와의 간격 조절 같은 기능은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문 대표는 국민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다 지난 2008년 ‘실험실 벤처’로 독립해 시험용 자율주행차까지 만드는 수준에 도달했다. 올 봄엔 제주도의 국제공항~중문까지 40km 안팎을 자율주행하는 행사를 통해 기술력을 선보인다.

인공지능·빅데이터·센서 기술 축적해야


그로부터 일주일 뒤, 경기도 화성시의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투싼을 토대로 개발해 성능시험 중인 자율주행차에 취재진이 직접 올라탔다. 운전대에 손을 올리지 않아도 시속 40km로 가뿐하게 달렸다. 굽은 도로에선 시속 20km 정도로 알아서 속도를 줄였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아직까진 2.5km 가량의 연구소 도로에서만 주행이 가능하다. 이 구간만 ‘정밀 특수 지도’로 만들어 차에 입력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학습된 주행’인 셈이다. 연구소 측은 “내비게이션·위치기반서비스 전문 계열사인 현대엠엔소프트가 보다 광범위한 지도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HS는 본격적인 자율주행차가 2020년께 등장해 2035년엔 1180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했다. 새로 팔리는 차량 10대 중 1대다. 변화의 선구자들은 완성차 쪽이 아닌 정보기술(IT)에 포진해 있다. 구글은 이미 지난 5년 간 다양한 도로에서 180만km 가량의 시험 주행을 마쳤다. 이를 통해 축적한 정보는 자율차 경쟁력을 좌우하는 ‘빅 데이터’가 됐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의 학습 능력을 키울 수 있고, 돌발변수에 그만큼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중국 검색 업체 바이두(百度)도 지난해 12월 BMW를 개조한 자율주행차로 베이징 시내를 30km 달려 파란을 일으켰다. 속도 조절, 추월, 유턴 등을 고루 선보여 화제였다.

구글·도요타 등은 완성차 출시 시계를 ‘2020년’에 맞췄다. 이와 달리 현대차그룹은 2조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완전 자율 주행차’를 상용화할 전략이다. 그나마도 걸림돌이 한둘이 아니다. 임태원 현대차 중앙연구소장은 “인공지능·빅데이터·센서 같은 기반 기술의 국산화를 위해 연구·개발(R&D) 전문 인력을 키우고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정단 전자 통신연구원(ETRI) 자동차인프라협력 연구실장은 “자율주행 차용 인공지능이 중요한데 IT와 자동차 산업을 잇는 인력이 부족하다”며 융합형 인력 양성을 주문했다.

유럽 완성차 업체들도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현재 벤츠는 ‘Car-to-X’ 커뮤니케이션이란 기술을 통해 차량 부근에 없는 사물까지 포착하는 차를 개발 중이다. BMW는 유럽의 복잡한 국경·톨게이트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자율주행차를 조속히 내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안전기술에서 선두를 달려온 볼보는 내년까지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차 100대’를 달리게 하는 프로젝트에 나섰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상식을 깨는 합종연횡까지 일어난다. 경쟁 관계인 벤츠·BMW·아우디가 지난해 12월 초 노키아 계열사인 지도 서비스 회사 ‘히어(Here)’를 공동으로 인수했다. 3조3000억원이란 거금을 투입했다. 막강한 ‘구글맵’을 겨냥한 대항마였다. 정밀 지도와 이를 통한 주행 시험 자료(빅데이터)를 얻기 위해 ‘적과의 동침’도 불사한 것이다. 하랄드 크루거 BMW 회장은 “히어를 개방형 플랫폼으로 만들어 더 많은 파트너가 참여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분류에 따르면 국내 기술 수준은 자율주행의 ‘2~3단계’ 정도에 왔다[그래픽 참조]. 차량이 제한적 자율운행을 할 수 있지만 비상시엔 운전자가 끼어 들어야 한다. 숱한 돌발 변수가 일어날 수 있는 실제 도로에서 운전자 개입 없이 달리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내놓는 ‘4단계’에 선착하는 게 관건이다. 물론 구글·바이두·벤츠 등도 여기까지 도달하진 못했다. 하지만 정부 허가를 등에 업은 풍부한 시험주행 자료와 자금력·인력을 앞세워 갈수록 차이를 벌리고 있다.

한국이 주도권을 쥐려면 무엇보다 정부가 과감하게 ‘주행시험’ 규제를 더 완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누가 더 많은 주행 데이터를 빨리 확보하느냐에 따라 자율주행차의 안전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 요구가 빗발치면서 일단 국토교통부는 경부고속도로 수도권 일부 구간(41km)과 수원·화성·용인 등 5개 국도(320km)에서 자율주행 시험을 허용키로 했다. 하지만 서승우 서울대 교수는 “구글처럼 시내에서 주행할 방법이 없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복잡한 도심에서도 시험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에 대한 주문은 더 있다. 김범준 LG경제연구원 전자통신 책임연구원은 “자율주행차가 성공하려면 궁극적으로 차량 간 통신, 차와 도로 인프라간 통신 기술을 함께 개발해야 한다”며 “이 부분은 자동차 회사가 구축하기 힘든 만큼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자율주행차는 애초 국방과학기술 연구로 출발했다”며 “시장이 생기기 전에 수익성 여부를 고려 않고 정부가 먼저 과감하게 투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과감하게 투자 나설 필요

물과 기름 같은 ‘기계+소프트웨어’의 융합 촉진과 인력 양성도 필수다. 최정단 전자통신연구원(ETRI) 자동차인프라협력 연구실장은 “BMW와 바이두가 손 잡은 것처럼 현대·기아차와 대학연구소·벤처·통신업체 등이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은 카네기멜론대·스탠포드대 인력들이 합류하면서 자율주행차 개발의 시동을 걸었다. 닛산도 MIT·옥스포드·도쿄대 등의 연구진과 손 잡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현대차·LG전자·네이버·KT 등 6개 기업을 모아 놓고 ‘자율주행차 기술 융합’을 위한 연합체를 발족했다. 그러나 벤처·학계 등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게 숙제다. 문희창 언맨드솔루션 대표는 “강소기업들이 좋은 기술을 보유해도 독자적인 ‘자율주행 상용차’ 제작은 쉽지 않다”며 “입장 차이가 커 외국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기술 협력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 김준술·임지수 기자 jsool@joongang.co.kr

1322호 (201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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