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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 엇갈린 국내 자동차 업계] 신차 효과 누리는 현대·기아차 질주 

제네시스·K7·모하비 인기몰이 ... 수입차 업계는 판매량 감소로 울상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제네시스EQ900.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화제다. 한국은 물론 중국과 동남아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대박 드라마를 바라보는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드라마에 협찬한 투싼·싼타페·아슬란·제네시스 주목도가 높아져서다. 드라마의 주요 촬영 지역은 사막과 산악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투싼과 싼타페의 노출 빈도가 유난히 많다. 자연스레 광고효과도 높아졌다. [태양의 후예]가 불러 일으킨 한류 바람은 현대차에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에서 누적 조회수가 10억 건을 넘어서는 등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 판매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6년 현대자동차에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있다. 마케팅에서 뜻밖의 대박이 터졌고, 신차의 시장 반응도 좋다. 회사가 전력을 기울인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도 순항 중이다. 고심 끝에 내놓은 승부수가 제대로 맞아 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현대차가 내놓은 EQ900은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계약건수 2만 대를 돌파했다. 현대차의 기존 대형 세단 에쿠스가 지난해 연간 5158대 팔린 것과 4배에 이르는 판매 수치를 달성했다. 예약 대기자 수도 1만 명에 달한다. 현대차는 여기에 ‘EQ900 리무진 모델’을 출시하며 고급차 시장에서의 인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기아차 ‘K7도’ 순항 중이다. 구형과 신형, 구형 하이브리드 등을 합쳐 2월에만 6046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 1월 판매한 1373대에 비해 무려 4배 이상으로 증가한 수치다. K7은 2월 기아차 전체 모델 중 판매 1위(내수 기준)에 올랐다. K7이 월간 판매 실적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 저유가와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방침으로 차량 유지비와 구입비가 저렴해진 덕에 대형차의 판매 비중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다시 돌아온 모하비도 화제다. 지난해 9월 기아차는 모하비 생산을 중단했다. 차세대 모하비는 6개월 만인 3월 22일 다시 시장에 돌아왔다. 유로 6 디젤 엔진과 최첨단 장비를 적용했다. 시장의 기대도 높다. 신차 출시 전 누적 계약대수가 5700대에 달했다. 예약자의 83%가 남자일 정도로 남성 운전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친환경차 시장 공략도 강화


▎기아차, 더 뉴 모하비.
프리미엄 자동차 모델이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는 가운데 현대차는 친환경차 시장 공략도 예고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 3개 차종(하이브리드,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출시를 선언한 데 이어 기아차는 친환경차 라인업을 강화했다. K5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뉴 K5·K7 하이브리드 등을 대표주자로 국내의 경우 총 5개 중 3개, 미국에서는 스포티지와 K7을 제외한 3개 모델이 친환경차다. 중국 시장 역시 총 4개 모델 중 2개 모델을 친환경차로 배치했다.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유럽에서는 계획된 3개 모델을 모두 친환경차로 맞췄다. K5 하이브리드, K5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외 현재 준비 중인 새 하이브리드 차종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사보다 시장 진입이 늦었지만 지속적인 모델 확대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업계는 판매량 감소에 공격적인 할인행사에 나서고 있다. 수입차 시장은 2년 연속 20%대 성장했지만 올해 들어 2월까지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9% 줄어들었다. 특히 아우디는 수입차 중에서도 메이저 업체에 속하는데도 판매량이 51.9%나 줄었다. 시장이 성숙 단계에 들어선 탓도 있지만 개별소비세 인하분 환급 거부 논란과 법인차 인정 비용 제한, 연이어 터진 사건사고도 판매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아우디코리아 신규 등록대수는 984대였다. 국내 시장에서 아우디 월간 판매량이 1000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1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무이자 할부’ 정책을 고수했지만 지난 2월 전년 대비 약 25% 줄어든 2196대를 팔았다. 지난해 월평균 3989대를 팔아 국내 수입차 1위를 차지한 BMW는 올 1~2월 평균 2663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합리적인 가격과 탁월한 성능을 앞세웠던 독일 국민차 폴크스바겐은 배기가스 조작 스캔들로 이미지를 구겼다. 검찰이 폭스바겐코리아를 압수수색했고,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에서 징계를 내렸다. 지난 1월 리콜 계획서를 제출하며 한국 시장 관리에 나섰지만 갈 길이 멀다. 집단 민사소송이 진행 중이다. 국토부와 환경부도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차량을 수시로 검사하고 있다.

국내 수입차 1위 BMW코리아도 연이은 악재에 고민이다. 넉 달 사이 운전 중 화재가 발생한 차량만 11대다. 독일 고성능 자동차란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연료 호스 파열이 화재의 주된 원인으로 꼽혔다. 주행 중인 자동차의 엔진룸은 섭씨 600도까지 올라간다. 연료 호스에서 기름이 새어 나오니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구설에 휘말렸다. 지난해 차량 교환을 거부당한 고객이 딜러사 앞에서 차량을 파손하는 시위를 벌였다. ‘벤츠 파괴남’ 소식은 메신저와 SNS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며칠 후 교환을 약속하며 사건을 무마했지만 이미 벤츠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퍼진 다음이었다. 최근엔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내용과 다른 제원으로 차량을 판매해 문제가 됐다. 7단 변속기 장착 모델을 판매한다고 신고했지만 실제 차량에는 9단 변속기가 장착되어 있었다. 더 좋은 부품을 사용했지만 문제가 있다. 변경 인증 절차를 무시한 탓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수입차 업계 악재의 연속


▎기아차, 올 뉴 K7. / 사진:현대차제공
에프터서비스(AS)도 수입차 성장에 걸림돌이다. 매년 수입차 점유율은 빠르게 늘어왔지만 AS센터가 이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AS 센터는 BMW 44곳, 메르세데스-벤츠 39곳, 폴크스바겐 29곳, 아우디 27곳 등이다. 판매량 대비 정비센터 1곳이 처리해야 하는 차량 대수가 1000대를 넘는다. 업체들은 자체 트레이닝센터를 짓고 교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대부분 교육기간이 6개월 이하다. 정비센터에서 새로 일을 배워야 한다. 교육 과정도 제각각이라 정비사에 따라 수리 과정과 비용이 다르다.

비용도 문제다. AS센터를 운영하는 딜러사는 부품값에 공임·AS센터 유지비를 더해 비용을 청구한다. 보통 부품값의 30~40%가 더 붙는다. 국산차에 비해 높은 편이다. 국산차 공임은 대체로 시간당 1만~2만원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공임은 6만원에서 최고 7만6000원에 달한다.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배경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는 소비자 피해 법 제도를 강화하는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 마련하고 수입차 업체는 AS 센터를 확충하며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

1328호 (20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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