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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엔화 강세 기조 좀 더 이어질 듯 

엔·달러 환율 100엔대... 엔화·유로화 자산 비중 높여야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summary | 지금 엔화는 장기 박스권 내의 고점을 확인하고 하단을 향해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환율은 한번 추세가 정해지면 3~4년 동안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이미 엔화가 장기 강세로 들어간 만큼 당분간 강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사진:중앙포토
주식시장이 미국 금리 인상과 브렉시트 논란에 빠져 있던 사이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 대표적인 게 환율이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대로 떨어졌다. 6월에 있었던 여러 이벤트를 피하기 위해 돈이 안전한 자산으로 이동한 게 엔화 강세의 시작이었다면 브렉시트는 결정판이었다. 예상과 달리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하면서 안전자산 희구 심리가 강해져 자금 흐름이 엔화로 몰리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경기 전망도 변화된 부분 중 하나다. 최근 나오고 있는 경제변수들이 기대에 못 미친 때문인지 성장 전망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작년까지 시장에서는 달러 강세를 당연한 걸로 여겼다.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금리 인상이란 재료가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영향으로 다른 통화는 저조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엔화가 대표적이었다. 작년 상반기까지 계속되는 절하로 주가 상승에도 일본 주식을 산 외국인이 손해를 볼 정도였다. 주가가 50% 가까이 상승하는 동안 엔화가 60% 이상 절하됐기 때문이다.

작년만은 못해도 달러가 여전히 관심의 한복판에 있다. 미국과 다른 선진국 사이에 경제 차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중 미국만 과거 수준의 성장을 회복했다. 금리 인하에서 양적완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덕분이었다. 이에 비해 유럽은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3년에 완화 정책을 거둬들였다. 일본도 아베노믹스를 통해 겨우 유동성 공급을 시작할 정도로 정책 대응이 늦었다. 두 지역의 소비 여건도 다르다. 미국은 실업률이 꾸준히 낮아져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한 반면 유럽은 여전히 높은 실업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격차는 구조적인 형태여서 빠르게 해소되기 힘들다. 달러가 강세를 유지할 수 있는 토양이 갖춰진 것이다.

최근에는 엔화가 달러를 뛰어넘는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금 달러화는 미국 경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좋은 상황을 대부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기보단 상황에 따라 약세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엔·달러의 과거 흐름 역시 달러보다 엔화 강세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1984년 플라자합의로 시작된 엔화 약세는 1994년 80엔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1994년을 시작점으로 새로운 엔·달러 환율 추세가 만들어졌는데 지난 20년 간 엔화는 최저 70엔대 중반, 최고 140대 중반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고점도 140엔대(1994년)→130엔대(2002년)→120엔대(2007년)로 계속 내려오고 있다. 이 배경에는 금리차가 4.0%포인트(2002년 4월)→3.2%포인트(2007년 6월)로 낮아진 부분과 성장률 격차가 3%포인트 이상 벌어진 부분이 자리잡고 있다.

달러는 상황 따라 약세 가능성


작년에 엔·달러 환율은 125엔대를 고점으로 약세로 전환됐다. 130엔대에 도달하기 위한 여러 차례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는데 당시 미국과 일본의 경제를 감안할 때 125엔 이상의 엔화 강세는 무리라는 시장의 판단이 작용한 때문이었다. 지금 엔화는 장기 박스권 내의 고점을 확인하고 하단을 향해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환율은 한번 추세가 정해지면 3~4년 동안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이미 엔화가 장기 강세로 들어간 만큼 당분간 강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매개체는 금리 인상인데 만일 미국이 7월에 금리를 올릴 경우 달러가 한번 더 강해질 수 있다. 그렇더라도 그 폭이 크지 않고, 기간도 길지 않을 것이다. 금리 인상의 상당 부분이 이미 달러화에 반영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환율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달러화 일색으로 구성돼 있는 해외 자산 보유 내역을 수정해, 엔화나 유로 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들 지역의 주식이나 채권 가격도 이미 올라 투자수익률은 높을 수 없지만, 해외 자산 수익의 많은 부분이 환율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보유자산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종목 선택과 관련해서도 환율 변화에 따라 수혜를 보는 업종에 주목해야 한다. 자동차가 대표적인데, 금융위기 이후 현대차가 20만원까지 상승한 배경에는 700원대였던 원·엔 환율이 1400원까지 올라간 영향이 있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 흐름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브렉시트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성장 전망치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 2.8% 수준이었던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연초 2.5% 밑으로 내려온데 이어 최근에는 1.8%로 하락했다. 일본 역시 지난해 중반 1.5% 수준이었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연초 1%에 이어 지금은 0.5%로 내려왔다.

미국의 경제 전망치가 하락하고 있는 것은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이 계속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고용지표의 영향이 컸는데 6년여 만에 가장 적은 일자리가 만들어짐에 따라 향후 상황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여기에 대선 등 정치적 이벤트로 인한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더해졌다. 불안 심리가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이 부분이 다시 전망치를 낮추는 악순환 구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부진한 경제지표 외에 엔화 급등과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이 성장률 기대치를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좋은 실적 vs 나쁜 경제지표

유럽과 중국의 성장 전망치는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특수한 상황에 기인한다. 중국의 경우는 아직도 정부가 성장률에 대한 목표치를 제시하고 있고, 이를 달성하려는 노력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는 나라여서 전망치가 정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는 금년 성장 목표치를 6.5~7.0% 범위에서 설정하고 있는데 성장률 전망치가 정부 성장 목표치의 하단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음을 의미한다. 유럽은 유로화 하락이 성장 전망을 지지하고 있다. 유로화 하락이 유럽 수출 경기를 유지시켜 유럽 경제성장률을 방어하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유로화의 지속적인 약세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 유로체제나 금융시장의 불안정에 따른 결과임을 감안할 때 긍정적인 모습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도 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속도는 비교적 완만한데, 정부나 국책연구기관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는 게 원인이다. 우리나라 성장률 기대치가 여전히 높은 상태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 속도가 좀 더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현재 우리나라 금년 성장률에 대한 컨센서스는 2.6%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작년 성장률에 비해 각각 0.6%포인트와 0.4%포인트 낮은 수준이고 일본과 유럽 역시 0.05%포인트와 0.2%포인트 낮은 걸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브렉시트에 따른 시장 혼란은 일단락됐다. 앞으로 경제나 기업실적이 좋지 않아서 시장이 흔들리는 경우는 있어도 브렉시트라는 재료만으로 주가가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상황이 나쁘진 않다. 무엇보다 2분기 실적이 상당히 좋을 걸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당분간 주식시장은 예상보다 나은 실적과 예상에 못 미치는 경제 변수의 싸움이 될 것 같다. 7월에는 실적의 힘이 셀 가능성이 크다.

1342호 (201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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