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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번영의 조건] 그곳에 가면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뚜렷한 정체성, 편리한 교통, 긴 체류시간 어우러져야 

박대범 태경파트너스 본부장

▎과거 활발했다가 빛이 바랜 대표적인 곳으로 신천역(잠실새내역) 상권이 꼽힌다.
훌륭한 상권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몸속 혈류처럼 도시에 구석구석 조화롭게 자리 잡아 활력을 불어 넣는다. 상권의 흐름에 따라 지역 문화와 특성, 교통 변화 등이 나타나고 발전한다. 상권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흥망성쇠를 거듭하는데 이전에도, 지금도 성황을 이루는 상권은 특별한 비결이 있다.

첫째는 방문객의 목적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방문 목적이 분명한 상권은 방문객의 구매율이 높고 장거리 고객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있다. 귀금속점이 밀집한 종로 주얼리 상권, 웨딩숍이 모여 있는 아현동 웨딩거리, 무교동 낙지골목, 신당동 떡볶이타운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인사동 전통문화예술의 거리나 외국 문화의 집결지인 이태원 관광특구는 지역적 특성을 극대화해 정책적인 활성화 전략이 꽃을 피운 목적형 상권이다. 목적형 상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방문객에게 그 상권만의 독특한 편익을 제공해야 한다. 다른 상권과 차별화된 그곳만의 특성을 살리고 그에 부합하는 업종을 지원하고 독려해야 한다.

둘째는 교통 여건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교통이 편한 상권은 인구 유입이 활발하다. 과거 주요 교통수단이었던 말이 쉬었다 가는 곳, 즉 말죽거리라 불리는 양재동이 그랬다. 전통적으로 서울역과 서울 권역별 버스터미널 인근 상권은 대규모 유동인구가 모이는 환경 덕분에 형성된 상권이다. 1990년대 이후에 대중교통의 발달로 크게 성장한 상권은 수도권 주요 대학교의 셔틀버스가 모이는 강남역이 있다. 방문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통 환경의 질적 수준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상권의 교통 여건 개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인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는 방문객이 머무는 시간이 길다. 방문객에게 다양한 편익을 제공한다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자연스레 소비가 증가한다. 명동 상권은 호텔·게스트하우스 같은 숙박시설을 바탕으로 오래 전부터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다. 한류 붐을 타고 본격적으로 상권이 활성화되었고 복합쇼핑몰인 눈스퀘어가 생겨나며 쇼핑·외식·공연·놀이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게 됐다. 장거리 소비자의 흡인력이 강한 복합 쇼핑몰이 들어서면 주변 상권의 유동인구도 늘어난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잠실 롯데월드몰이 개장하면서 일대 상권에도 온기가 돌았다. 다양한 편익을 제공하는 복합쇼핑몰은 체류형 상권이라 불리며 상권 변화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과거 활발했다가 빛이 바랜 상권은 많다. 대표적인 곳이 신천역(잠실새내역) 상권이다. 이곳은 1990년대 서울종합운동장·롯데월드 등 스포츠 관람과 놀이시설을 즐기는 10~20대 수요가 꾸준했던 곳이다. 2000년대 들어 주공아파트 재건축 덕에 소득수준이 높은 주거 수요가 몰리면서 상권이 크게 발달했다. 신천역 사거리부터 종합운동장까지 도로변은 다양한 음식점이 들어섰고 이면도로에는 노래방·호프 등이 혈관처럼 곳곳으로 가지 치듯 뻗어나갔다. 무분별한 호객행위, 천편일률적인 음식점, 영업전략 부재, 의류·패션소품 등 쇼핑 거리 부족 등으로 상권은 시들었다. 빛 바랜 신천역 상권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분명한 방문 목적을 제공해야 한다. 최근 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종합개발계획이 나왔다. 잠실종합운동장 접근성을 살려 스포츠 문화 또는 야구문화를 선도하는 상권으로 거듭나야 한다. 아직까지 국내에서 스포츠 중심지라고 내세울 만한 지역은 없다. 상인뿐 아니라 상가 소유자, 지자체까지 힘을 모아야 한다. 장밋빛 상권을 위해서는 분명한 특색이 있어야 한다.

1347호 (2016.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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