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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의 ‘한국 경제 구하기’(7)] 국민연금 투자수익률 더 높여야 

고갈 전망 시기 10년 이른 2050년 가능성... 해외 투자 더 늘려야 

김영익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2013년 정부는 국민연금의 장기 수입과 지출 계획에서 국민연금 적립금이 2043년에 2562조원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2060년에는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경제 성장 둔화와 더불어 기금 운용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정점과 고갈 시점이 다같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졌다. 달라진 경제 환경 변화를 고려해서 장기 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 특히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제고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의 수입은 보험료와 투자수익으로 구성된다. 보험료 수입은 경제 성장에 의존한다. 정부는 장기 계획을 세우면서 우리 경제성장률을 너무 높게 설정했다. 예를 들면, 2015~2018년 연평균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8% 정도로 잡았다. 그러나 지난해 명목 경제성장률은 4.9%로 목표치보다 훨씬 낮았다.

경제성장률 둔화로 국민연금 재정난 심각해질 전망


▎그래프 1
필자의 추정으론 현재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실질 GDP기준)은 2.9% 정도이다. 최근 우리 국채(10년) 수익률이 1.4%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명목금리는 앞으로 기대되는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 금융시장은 10년 후에는 우리 경제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을 보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 그만큼 보험료 수입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면 국민연금을 내야 할 근로자의 임금상승률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또 다른 수입원인 투자수익률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지난 한 해만 보면 국민연금 기금의 운용수익률은 4.6%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미국의 최대 연기금인 캘퍼스의 수익률이 마이너스(-) 0.1%였고, 다른 세계 4대 연기금의 투자수익률도 1.8~3.7%였기 때문이다[그래프 1 참조]. 그러나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이 최근으로 올수록 점차 낮아지고 있다. 2000~07년 연평균 수익률이 6.9%였으나, 2008~15년은 5.6%로 떨어졌고, 최근 3년 수익률은 4.7%로 더 낮아졌다.

문제는 앞으로 기금운용 수익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금리는 더 낮아질 것이고, 주식시장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국채(10년) 수익률이 1.4%로 하락했다. 한국 경제 내부적으로 저축이 투자보다 많아 자금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자금순환에 따르면 2016년 3월 말 현재 우리 기업은 508조원에 이르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투자처를 찾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머지 않아 1998년 이후의 일본처럼 기업이 가계처럼 자금 잉여주체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이 금융회사에 저축한 돈이 빌려 쓴 돈보다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기업이 돈을 빌려 쓰지 않으면 은행은 유가증권 특히 채권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 저축이 투자보다 많아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자금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은행이 채권을 사면 시장금리는 더 떨어질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0%대 금리’를 볼 날이 멀지 않았다.

여기다가 주식시장 전망도 밝아 보이지는 않는다. 종합주가합주가지수(KOSPI)가 2011년 4월에 223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 후 5년이 지났는데도 이를 넘어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최근 5년 동안 국내 주식 투자에서 연평균 0.5% 손해를 본 것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에서 연평균 7.6%의 투자수익률은 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국내 금리가 낮아지고 주식시장이 장기간 조정을 보이고 있음에도 국민연금 기금운용수익률이 4%대 후반을 유지한 것은 대체투자에서 매우 높은 투자수익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2015년 국민연금은 54조7000억원(전체 운용자산 512조 3000억원 중 10.7%)을 대체투자에 운용했는데, 운용수익률이 12.3%로 매우 높았다. 최근 5년 동안 수익률도 9.1%로 채권(5.0%)이나 주식 수익률(2.2%)을 훨씬 웃돌았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크게 하락했던 뉴욕이나 런던 등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대폭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있다는 주장이 나올 만큼 부동산 가격도 추가적으로 오르기 싶지 않은 상황이다.

목표 수익률 6.5% 장기 계획은 무리


▎그래프 2
국민연금의 장기 계획에는 2015~2020년 목표 수익률이 6.5%로 설정되어 있는데, 저금리, 주식시장 부진, 부동산 가격의 정체를 고려하면 이를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수익률은 명목 경제성장률과 유사했다. 2000~2015년 우리나라 명목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6.4%였는데,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수익률은 6.2%였다[그래프 2 참조]. 현재 명목 경제성장률이 4% 안팎으로 낮아졌고, 10년 후면 2%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 연기금(GPIF)의 2000~15년 연평균 수익률이 2.5%였는데, 우리 국민연금의 수익률도 앞으로 10년을 내다보면 이 수준에 접근할 전망이다.

경제 성장 둔화에 따라 보험료 수입이 예상치를 밑돌고 투자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 수입은 계획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인구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과 근로자의 은퇴 증가로 연금 지급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지난해 연금 지급액이 15조1840억원으로 2014년보다 10%나 증가했다. 이런 국민연금의 수입과 지출을 고려하면 적립 기금의 정점과 고갈 시기는 당초 예상보다 훨씬 더 빨리 올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것 같이 현재 4%대인 명목 경제성장률이 점차 떨어져 10년 후 2%대로 낮아진다면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는 정부가 당초 추정한 2060년보다는 10년이 앞당겨진 2050년 전후일 가능성이 있다.

국민연금이 고갈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은 정부 재정으로 채워야 하고, 다음으로 당시 직장에 다니는 근로자에게 보험료를 더 많이 부과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둘 다 쉬운 문제는 아니다. 먼저 재정 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을 보면 가계는 저축을 늘리고 기업은 투자를 줄이고 있다. 2015년 한국 가계(비영리단체 포함)의 자금잉여가 99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가계가 금융회사에 저축한 돈이 빌려 쓴 돈보다 99조 원이 많았다는 의미이다.

한편 기업의 자금 부족 규모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15년 기업의 자금 부족 규모가 15조원으로 2014년 31조원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상 GDP대비로도 2008년에 마이너스(-) 9%였던 것이 2015년에는 마이너스 1%로 떨어졌다.

가계가 저축을 늘리고 기업은 투자를 줄이다 보니 다른 경제 주체가 돈을 더 써야 한다. 정부가 돈을 더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일본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자 일본 정부가 적자 재정을 통해 정부 지출을 늘렸다. 그러나 재정이 생산성이 높은 곳에 지출되지 못한 결과, 일본 경제는 20년 이상 디플레이션 상태에 빠졌고 정부만 부실해졌다. 올해 일본 정부 부채가 GDP의 250%에 이르면서 ‘정부 파산’이라는 극단적 상황까지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 정부 부채는 GDP 대비 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인 115%보다 훨씬 낮다. 그러나 가계와 기업 저축의 증가로 정부가 계속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갈수록 재정 적자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기획재정부 통계를 보면 최근 10년 간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수지로 순 재정상황을 보여주는 지표) 추이를 보면 재정 적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3년(2013~15년) 동안 재정 적자 규모가 95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의 재정 적자 합과 비슷한 수준이고, 노무현 정부 5년의 9배에 이르는 수치이다.

수익률 1% 더 높이면 고갈 시기 3년 늦출 수 있어

정부는 2019년 국가채무가 761조원으로 GDP 대비 41%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사회보장성 지출은 늘어나 적자 규모는 이보다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이 고갈될 2050년 무렵에는 우리나라 정부 부채도 지금 선진국처럼 GDP의 100%를 크게 넘어설 전망이다.

그렇다면 당시 직장에 다니는 근로자들이 보험료를 더 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쉽지 않은 문제이다. 최근 맥킨지에서 의미 있는 보고서를 냈다. 25개 선진국 가계의 65~70%가 2005년에 비해 2014년에 실질 소득이 줄었거나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국가별로 이탈리아 가계의 97%가 소득 감소를 경험했다. 그 다음으로 미국(81%)·영국(70%)·네덜란드(70%)·프랑스(63%) 순서였다. 맥킨지는 선진국 경제가 과거 성장 추세로 복귀하더라도 기계와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10년 후에도 30~40% 가계 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현재와 같은 경제 여건이 지속되면 2025년에 가계의 70~80%가 소득 감소를 경험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자식 세대가 부모가 세대보다 더 가난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직까지는 우리 가계의 실질 소득이 증가하고 있지만, 2050년을 내다보면 현재 선진국의 경험이 우리에게도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들에게 연금보험료를 더 내라고 권유할 수 있겠는가? 2030년대 들어서는 국민연금 축소를 반대하는 노년층과 더 많은 보험료를 내야 하는 청(중)년층 사이에 심각한 충돌이 있을 수 있다.

결국 국민연금 지급액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다, 그러나 국민연금 기금운용수익률을 높여 그 시기를 지연시킬 수는 있다. 연금 보험료와 지급액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매년 기금운용수익률을 1% 포인트 정도 올리면 국민연금 고갈 시기를 3년 정도 늦출 수 있다.

우리 금리는 더 떨어지고 주식시장은 조정을 보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국내 증권시장에서는 높은 투자수익을 거두기 힘들다. 결국 해외 투자를 늘려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최고 책임자뿐만 아니라 펀드매니저는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기금운용수익률을 연간 1%만 올릴 수 있다면, 국민연금 적립금이 5조원 이상 늘어난다. 그들에게 1000억원의 연봉을 더 주어도 아깝지 않다는 의미이다. 정부는 변화한 경제 환경을 고려하여 국민연금 장기 재정 계획을 다시 짜고, 특히 기금운용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과감한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김영익 - 서강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대신증권·하나대투증권에서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했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을 거쳤다. 2010년 한국창의투자자문 리서치대표로 자리를 옮겨 ‘랩 어카운트’ 투자 열풍을 일으켰다. [3년 후 미래] [이기는 기업과 함께 가라] [컴퓨터를 활용한 경제 분석 길잡이] [프로로 산다는 것] 등의 저서가 있다.

1352호 (20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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