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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의 '오륜서'의 이 한 문장] 병법은 이기는 철학이다 

 

김경준 딜로이트 안진경영연구원장
병법을 단순히 싸움에 치중하는 검술로 국한 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검술 하나만으로는 전쟁에서 다수의 적을 제압할 수도 없거니와 일대일 싸움에서조차 상대를 누르기가 어렵다. 그런데도 다양한 기교를 선보이며 사람들의 눈을 현혹시켜 이익을 추구하려는 자들이 너무 많다. 비유컨대 꽃만 있을 뿐 열매가 없는 형국이다. -오륜서, 땅의 장

검술과 병법은 다르다. 칼을 쓰는 기술이나 기예는 검술이다. 검술에는 능통해도 병법에는 이를 수 없다. 병법은 이기는 기술을 넘어선 이기는 철학이기 때문이다. 무사시의 관점에서 시류를 따르고 유행을 타는 유파는 화려한 외양과 정교한 기술로 병법을 자처하지만, 이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과시용 검술에 불과하다.

무사시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병법의 도를 터득한 사람을 일컬어 병법자(兵法者)라고 불렀다. 그런데 오늘날 스스로를 병법자라고 칭하며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자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화려한 검술을 익혀 사람들의 눈을 현혹시키려고 할 뿐, 정작 무사라면 당연히 연마하고 터득해야 할 병법의 도를 깨닫지 못한 자들’이라고 비판했다. 외양으로 드러나는 화려한 꽃만 있을 뿐 승리라는 결실이 없는 일종의 쇼비즈니스로 유행을 따르는 일부 유파의 성격을 규정한 것이다.

검술이 외공에 국한된다면, 병법은 내공을 갖추어야 하는 영역이다. 병법을 추구하는 무사의 도는 도구인 무기를 이해하고 무기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기술이 기본인 외공이다. 그리고 승부에서 이기는 병법의 도를 깊이 생각하고 노력해서 내공을 쌓고 깨우쳐 나가는 것이 무사의 길이다. 술사(術士)와 도사(道士)의 차이는 내공에 있다.

내공과 외공이 조화를 이루어야 승리의 무사가 되는 것은 오늘날 기업에게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기업에게 외공은 자본·설비·기술 등이고 내공은 정신력과 투지, 문화 등이다. 아무리 장비가 좋고 자본이 풍부해도 정신력과 투지가 부족하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 또한 투지와 정신력으로는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의 집단자살인 무모한 옥쇄(玉碎, 옥처럼 부서짐)는 가능해도 승리는 없다.

내공 부족의 함정은 국가와 기업 등 조직의 창업자에서 후세대로 가면서 흔히 나타난다. 창업자인 1세는 일정 수준 내공을 갖추고 있게 마련이지만 2세, 3세 등 다음 세대에게는 습득해야 할 과제가 된다. 자산과 설비는 물려줄 수 있지만, 정신과 투지를 이어받지 못한 경우 후계자는 내공이 부족한 상태에서 리더가 된다. 특히 유복한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서 풍부한 지식과 화려한 경력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비즈니스의 핵심인 승부세계의 냉혹함과 철저함은 갖추지 못하면 조직을 유지하기 어렵다. 흔히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고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창업자가 내공과 외공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창업자는 흔히 외공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 사업이 성장하고 일정 단계에 이르면 소규모 체제를 벗어나 리더그룹과 유능한 참모진이 형성되고 이를 뒷받침하는 시스템을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단기간에 불꽃같이 일어났다가 스러지는 운명을 맞을 수 있다. 오늘날에도 적지 않은 기업이 시스템 없는 확장을 계속하다가 환경이 급변하고 불운이 겹쳐서 창업세대를 넘기지 못하고 사라진다.

1353호 (2016.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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