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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관심 끄는 중국 펀드] 선강퉁 앞세워 명예 회복 노린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비과세 해외 펀드 중 지역별 설정액 비중 1위... 구조조정 성과에 주목

지난해 여름과 올해 초 중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중국 펀드가 다시 일어서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투자자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출시 6개월을 맞은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의 자금 현황에서 알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2월 29일부터 8월 31일까지 집계한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 중 판매 상위 10개에 설정된 금액은 4147억원이다. 이 중 가장 많은 돈이 몰린 지역이 중국이다. 중국 펀드는 총 1613억원의 설정액으로 상위 10개 펀드 중 지역별 비중 1위를 차지했다. 베트남(1257억원), 글로벌 펀드(1033억원), 미국 펀드(244억 원)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7~8월과 올해 1~2월 중국 주식시장은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 우려로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올 1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7%로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중국 정부가 공급 과잉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을 하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최지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해외펀드운용팀 과장은 “단기 위험성이 있긴 하지만 중국 정부가 개혁 작업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정보기술(IT)·소비재 중심으로 투자한다면 중장기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자가 중국 선전거래소 주식을 직접 사고팔 수 있는 ‘선강퉁(선전증시와 홍콩증시 간 교차매매 허용)’이 올해 안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세계 투자 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로 구성된 항셍중국 기업지수(H지수)가 주목받고 있다. H지수는 지난 2월 7498.81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며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고객들에게 원금 손실 우려를 키웠다. 하지만 최근엔 1만 포인트까지 회복했다. 전문가들은 선강퉁 시행을 앞둔 상황에서 H주가 저평가됐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지적한다. 김용태 유안타증권 상품기획팀장은 “홍콩H주가 그간 너무 하락했다는 시각이 있는데다 선강퉁이 시행되면 중국 자금이 H주로 몰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는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투자금 집중 기대감에 H지수 회복세

실제로 H주 관련 펀드는 최근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3개월 H주 펀드의 수익률은 12%대다. 9월 23일 기준 슈로더자산운용의 ‘차이나그로스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13.7%다. 중국 본토보다는 홍콩에 주로 투자하고, 업종별로는 IT와 금융 비중이 큰 펀드다. 삼성 누버거버먼차이나, 피델리티 차이나, 하나UBS China 펀드의 수익률도 3~9%를 기록하고 있다. 공격적 성향이라면 맥쿼리자산운용이 추천한 ‘차이나 Bull1.5배펀드’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홍콩H(항셍중국기업 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1.5배 수준으로 따라 움직이는 레버리지 펀드다. 시장이 오를 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선전거래소의 시가총액은 3500조원 규모다. 상하이거래소(4304조원)보다 작지만 세계 거래소 중에선 8위다. 상장기업수는 1813개로 상하이거래소(1142개)보다 많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 출시된 중국 본토 펀드 중 선전증시에 투자하는 펀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차이나심천100인덱스’가 유일하다. 7월부터 운용 중인 이 펀드는 선전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본토A주 중 상위 100개 종목으로 구성된 선전100지수 수익률을 따라간다. 선전100지수를 따라가는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자산의 일부를 투자한다. 지수를 따라가기 때문에 액티브 펀드에 비해 성과 예측이 간편하다. 운용 보수도 연 0.5%로 매니저가 종목을 고르는 해외 액티브 펀드(연 2% 안팎)보다 저렴하다.

중국 본토A주를 다룬 펀드 상품은 지수형보다 종목형 접근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중국전략 팀장은 “본토A주 증시는 지수형 장세에서 종목형 장세로 접근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며 “선강퉁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2년 전 후강퉁 시행 때처럼 지수가 급등하는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성장 가치가 있는 종목에 개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KB통중국고배당펀드는 중국 본토의 상하이와 선전 증시뿐 아니라 홍콩 H주, 미국에 상장된 중국 주식까지 모든 우량한 중국 종목을 선별해 분산 투자하는 상품이다.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크면서 배당도 꾸준히 하는 기업에 투자한다. 수익률은 연초 이후 5.3%를 기록하고 있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김대영 KB자산운용 글로벌운용팀장은 “작년 중국 본토 시장이 충격을 받았을 때 본토 투자 비중을 줄였다가 올해 초 비중을 다시 늘리면서 펀드 수익률을 크게 올렸다”며 “지역을 가리지 않고 성장성이 큰 기업에 장기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시중은행에 저금리 정책을 유도하면서 채권형 펀드 수익률도 상승세다. ‘한국투자 달러표시 중국채권펀드’ 수익률은 올 들어 채권 펀드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7%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김윤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채권팀장은 “연초 주식시장 불안으로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해 채권 가격이 상승했다”며 “중국은 신흥국 중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적은 만큼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형주에 투자하기엔 아직 불안

중국 기업은 배당성향도 한국보다 높은 편이다. 코스피 배당 수익률이 1.7%인 데 반해 MSCI 차이나 기준 중국 배당수익률은 3.9%대, 중국 본토 시장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2.2%대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저금리가 이어지는데다 기관투자가 비중이 커지면서 배당주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어 배당 수익도 추가로 기대된다. 다만 연내 시행을 앞둔 선강퉁이 2014년 말 후강퉁 시행 때와 같은 단기적인 주가 급등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선강퉁으로 개방되는 선전거래소 시장은 상하이거래소 시장에 비해 이미 주가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영 팀장은 “후강퉁은 최초로 위안화적격외국인 기관투자가(RQFII)나 적격외국인 기관투자가(QFII) 자격이 없는 개인과 기관들이 본토 시장에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라 단기적 파장이 컸다”며 “선강퉁 시행의 효과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크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 투자자로서는 개별 기업 정보도 많지 않아 중국 투자 상품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선강퉁 시행으로 과열됐던 시장이 급작스럽게 하락할지 모른다는 걱정도 투자자 사이에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중국 주식은 성장성도 중요하지만 대외적 충격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기업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슈로더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아직도 중국 본토 증시의 중소형주는 투자하기엔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중국 시장의 소비패턴 변화나 구조조정에 따른 민간과 국영기업 간의 성장세 차이가 커지고 있어 지수보다는 안정적인 개별 종목을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1354호 (2016.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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